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국민 현혹시키는 '꼼수'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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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국민 현혹시키는 '꼼수'여서는 안된다
  • 임우진 편집국장
  • 승인 2013.05.27 00:00
  • 수정 2014-04-15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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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정부가 2000년에 도입해 13년간 시행돼온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박근혜정부가 대폭 뜯어고쳐 내년 10월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빈곤층의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대상을 크게 늘리는 반면 주거와 의료 등 7가지 급여를 모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항목별로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 차별적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일명 ‘통합급여’ 제도를 ‘맞춤형 개별급여’ 제도로 바꾼다는 의미이다. 수급 대상자로 지정되어도 내 집이 있다면 주거비 지원은 되지 않는다. 소득이 있는 부모나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에서 제외됐던 저소득층을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도 현실에 맞게 완화되어 소득이 있는 자녀가 있어도 돌보지 않으면 수급 대상자로 포함될 수 있다. 얼핏 이번 제도 개편은 수급대상자가 늘어나고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기초생활보장급여는 부양의무자가 없고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경우 생계, 주거, 의료, 교육, 자활, 출산, 장례급여 등 7가지 급여가 통합돼 지급된다. 한번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7가지 급여를 모두 받지만 수급대상에서 탈락하면 모든 지원이 동시에 끊긴다. 선정기준도 너무 엄격해 일정소득이 있는 자식이 있으면 급여대상에서 제외됐다. 부양능력이 있는 자녀나 부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수급대상에서 탈락됐다. 그런 이유로 장애아 자식이 수급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수급자가 일정소득을 갖게 되면 모든 혜택이 한꺼번에 날아간다. 이 때문에 정규직 취업을 일부러 기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손질한다면야 나무랄 게 없다. 정부 개편대로라면 수급대상이 현재 140만 명에서 220만 명으로 80만 명이 늘어난다. 사각지대로 지적되는 차상위계층 기준을 현재 최저생계비 120%에서 중위소득 50% 이하로 확대한다. 이럴 경우 차상위계층도 현재 340만 명에서 430만 명으로 는다. 수급자 선정기준도 완화돼 일정소득이 있는 자녀가 있더라도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국민 불안을 덜 수 있으리라 본다. 빈곤층의 욕구에 따라 적절한 급여가 맞춤형으로 지급됨으로써 근로능력이 있는데도 수급혜택을 고수하려는 도덕적 해이를 막는 데도 일정부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제도 개편을 엄밀히 들여다보면 수급 대상자가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개개인의 실질적인 혜택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동안 개인에게 통합 지급되던 급여가 맞춤형 급여라는 명목으로 쪼개져서 지급되다보면 현재도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급여가 충분치 않은 터에 혜택이 더 줄어든다는 불안을 해소해 줄 수는 없다.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제도 개편안에 대해 ‘아랫돌을 빼내 윗돌을 괴는 식’의 ‘조삼모사’라고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민은 그동안 정부가 복지 운운하면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는 명목하에 국민을 현혹시키는 포퓰리즘적 행태를 많이 겪어왔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장애인연금제도가 그랬고 박근혜정부의 국민행복연금 도입이 그랬다. 정부가 실질적인 재원조달 방안도 없이 기존 제도를 명칭만 바꾸어 대체하는 식의 편법을 써온 결과 국민은 정부의 새로운 제도 시행을 색안경 쓰고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눈높이를 우습게 봐선 안 된다. 제대로 된 제도 시행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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