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철회 유감이다
상태바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철회 유감이다
  • 편집부
  • 승인 2013.05.13 00:00
  • 수정 2014-04-15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 김한길 의원과 최원식 의원이 최근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자진 철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말이 많다. 두 의원은 법안을 공동 발의한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의견서에서 법안 발의 뒤 차별금지법안의 취지에 대한 오해와 왜곡으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주체사상 찬양법’, ‘동성애 합법화법’, ‘종북 의원’, ‘게이 의원’ 등 비방에 시달렸고, 일부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낙선서명운동을 하겠다는 압력까지 받았다고 했다. 김한길 의원의 차별금지법안에는 민주당 의원 51명이 공동 발의했고 최원식 의원은 민주당과 진보정의당 의원 12명의 공동발의로 법안을 냈었다. 차별금지법안 발의에 민주당 의원 절반이 서명해 놓고도 일부 종교계의 외압에 굴복한 셈이다.

두 의원은 재논의를 거쳐 단일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아울러 이번 해프닝으로 합리적 이유 없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제정하고자 되풀이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이 올해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이번 철회 사건은 우리 인권현실의 부끄러운 단면이자 제1야당을 자부하는 민주당의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특히 장애계는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한계와 미비점을 보완하고 기타 소수층의 인권보호를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해왔던 만큼 실망하고 있다. 철회된 법안은 성별과 장애, 병력, 나이, 언어, 국가, 민족, 피부색은 물론 종교와 사상, 정치적 지향, 성적 지향, 학력, 고용형태를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별 당한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면 인권위는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어길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런데 법안의 ‘성적·정치적 지향’이라는 부분이 문제됐다. 일부 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종북 게이법’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이들은 신문에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사퇴하라”는 광고를 게재하고 ‘정치적 성향·전과·성적지향·종교에 대한 차별 금지’ 내용 삭제를 요구한 것이다.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에 대한 차별 금지’에 대해서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국회와 중요 공직에서 자유롭게 적화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 금지’에 대해서는 교회에서 조차 성경대로 죄(동성애)를 죄라고 가르치지 못하게 되고 ‘전과에 대한 차별 금지’는 미성년자 성폭행 전과자가 초등학교 선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종교에 대한 차별 금지’는 종교에 대한 합당한 비판도 할 수 없게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차별금지법은 기본적 인권마저 짓밟히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것이지 성적 취향을 장려하거나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함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차별금지법을 마련해 포괄적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고 2007년 법무부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예고했으나, 재계와 일부 언론은 학력과 병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면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막게 된다고 반대했다. 일부 종교 단체들 또한 성적지향 항목 삭제를 요구해 지금까지 법 제정은 번번이 좌절됐었다. 종교를 위해서 비인간적 차별이 정당화되어서도 안 될 것이며 인권은 종교와 사상을 초월해서 부당한 차별로부터 보호돼야 한다. 더욱이 종교와 법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종교가 법의 기능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