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이 남기는 또 다른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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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이 남기는 또 다른 숙제
  • 임우진 편집국장
  • 승인 2013.04.23 00:00
  • 수정 2014-04-1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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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올해로 서른세 번째 맞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날부터 26일까지 1주간은 장애인 주간이기도 하다. 장애인복지법 제14조에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하며, 장애인의 날부터 1주간을 장애인 주간으로 한다.’고 명시된 법정 기념일이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자 제정된 ‘장애인의 날’을 국민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33년 전이나 지금이나 장애인 당사자들이 겪는 차별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영화 ‘도가니’로 세상에 알려진 장애인 성폭행 사건도 관련법이 보완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진행형이고 인간답게 살 권리 보장을 위한 관련법 제정과 지원을 요구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애타는 절규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잊을 만하면 인권침해 사례들이 드러나고 물의를 빚은 장애인시설은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진 폐지 결정을 해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가 하면, 인권침해와 각종 비리를 막고자 법을 개정해 외부추천이사제를 도입했지만 기존 이사 임기 규정을 악용, 대부분의 시설들이 사외이사 임명을 피해가는 꼼수마저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늘 그렇듯이 지난해 잇따른 중증장애인 화재 참변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사후약방문 격이다. 24시간 활동보조지원을 요구하는데도 이는 콧등으로 흘리고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응급안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대책을 내놓았을 뿐이다. 2007년 이래 세 번째 시도된 ‘차별금지법안’이 일부 특정단체들의 조직적 저항을 받고 있고 장애계의 숙원인 발달장애인법, 장애인권리보장법, 한국수화언어기본법 등은 언제 제정될 지 감감하다.

정치권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장애인복지를 들먹이고 대통령은 ‘장애인의 날’에나 복지시설을 방문해 처우개선을 약속하지만 사진 한 번 찍으면 그만이다. 방송사는 ‘장애인의 날’이랍시고 마지못해 장애인 특집방송을 편성해 방영했지만 대부분 잠자리에 들 늦은 시간대이니 시청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푸대접과는 달리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장애인들은 당당히 제 몫을 다하는 사회인으로서, 사회로부터 차별받지 않았다는 것을 각종 사료들은 입증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엄연한 공적 기관이자 세계 최초 장애인단체라 할 수 있는 명통시(明通寺)가 있었으며 시각장애인들이 국가가 주관하는 기우제 등에 참여했다는 기록도 있다. 숙종이 한 쪽 다리가 없는 지체장애인 윤지완을 우의정에 임명했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어두운 장애인 현실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복지부가 1988년 도입된 현행 6등급의 장애등급제를 2017년까지는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판정체계 개편 로드맵을 내놨다. 박근혜정부의 대선 공약이라서 관료집단의 ‘울며 겨자 먹기식’ 해법일 수도 있다. 어떻든 그동안 줄기차게 폐지를 주장해온 장애계의 해묵은 숙제 하나가 풀릴 모양새이다.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 사이에서조차 폐지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니 대안 찾기가 쉽지만은 않을 일이다. 요지는 현행 등급제를 폐지할 경우 기존 서비스 혜택이 줄어드는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안을 찾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의 예산과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이름만 바꾸는 식으로 땜질하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젠 ‘장애인의 날’ 행사가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근대보다는 나은, 차별 없는 세상이 되도록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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