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 목사가 탈을 쓴 늑대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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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 목사가 탈을 쓴 늑대였다니
  • 임우진 편집국장
  • 승인 2013.02.12 00:00
  • 수정 2014-04-15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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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역 광장에서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던 형제(54 ‧ 44세)가 알고 보니 인간의 탈을 쓴 늑대였던 걸로 뒤늦게 드러나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체장애인(40세)을 폭행하여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지적장애를 가진 10대 딸들(17 · 19세)마저 수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온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것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전과 14범과 13범으로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개과천선하겠다며 목사 행세를 하고 함께 급식소를 운영하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이들이 저지른 범행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힐 따름이다.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일을 도와주던 지체장애 4급인 피해자의 집에 강제로 들어가 함께 살면서 돈을 갈취하고 지적장애 1‧2급인 자매에게 몹쓸 짓을 한 것.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각종 언론에 ‘천사 목사’로 소개되고 보건복지부장관 표창과 대통령상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는가. 피해자가 구청에서 받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형제들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구청에 찾아가 자신에게 직접 현금으로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관할 구청 관계자가 피해자에게 딸들의 친권 포기를 제안했는데, 이를 거부하며 소란을 피워 경찰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형제들의 마각이 드러나게 된 것. 형제의 폭행과 갈취 사실이 밝혀진 뒤 딸들에게도 피해가 있을 것이라 짐작한 구청 관계자가 상담했지만 딸들은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더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 사건으로 딸들은 복지기관의 도움을 받아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하니 늦게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혐의자의 집에서 수십 명의 장애인 명단이 나왔다니 또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조직폭력배에서 목사로 변신하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난 2005년 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은 꺼뻑 넘어갔다. 급식소가 TV와 신문 등에 소개되면서 이듬해 보건복지부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법무부 자활기관’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무료급식을 하는 모습이 다른 TV에서 방영되기에 이르렀다. 무료급식소가 자활기관으로 지정된 사실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마침내 2010년 대통령상까지 거머쥠으로써 세상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게 만들었다. 덕분에 무료급식소 운영을 위해 시로부터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폭력전과자에 가짜 목사가 일약 ‘봉사왕’이자 ‘성자’로 둔갑한 것이다. 지방정부도 중앙정부도 이들에게 두 눈 번히 뜨고 당했다. 감시기능을 사명으로 하는 언론마저 속수무책으로 속아 넘어가 결과적으로 범행을 교사한 꼴이 됐다. 언론은 물론 관계기관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
형제의 실체를 알게 된 이웃 주민들은 이들 형제의 범죄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무료급식소를 악용해 ‘노숙자의 천사’라고 불렸던 만큼 주변 이웃들이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폭행, 갈취, 폭력 등 이들의 죄질은 극히 불량하다. 법에 따라 엄벌에 처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진정 선행을 베풀고도 따가운 시선을 받을지도 모를 무료급식소 종사자들의 사기저하이다. 차제에 관계당국은 무료급식소 운영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함께 설치‧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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