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장애인활동지원사 투입, 왜 학교가 부모에게 요구하는가
상태바
[마이크] 장애인활동지원사 투입, 왜 학교가 부모에게 요구하는가
  • 편집부
  • 승인 2023.05.18 09:15
  • 수정 2023-05-17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창호_ 통합교육부모모임 와이낫 회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

장애학에서는 ‘손상’과 ‘장애’를 구분한다. 이를테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걸을 수 없는 상태는 손상이지만, 저상버스와 엘리베이터가 제공되지 않을 때 그것은 비로소 장애가 된다. 이처럼 장애는 개인적 상태뿐만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구성한 것들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고려하지 않은 많은 사회적 구성물들이 장애인에게는 장벽으로 작동된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는 단지 개인이 감내해야 할 문제도 아니고, 부모나 가족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제도가 ‘장애인활동지원’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한다. 이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 우리 사회는 이러한 돌봄과 지원 책임을 부모나 가족에게 떠맡겼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마치 가족을 지원하는 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물컵 안의 빨대가 휘어 보인다 해서 빨대가 휘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표면에 드러나는 현상이 본질은 아니다. 물론,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인해 가족의 돌봄 부담이 경감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이는 애초 사회의 책임임을 인식하고 당사자의 권리를 지원하는 제도이지, 엄밀히 말해 가족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비단 장애인을 위해서만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아이들의 양육과 돌봄을 더 이상 가족 구성원에게만 떠맡기지 않고 온 사회의 책임이란 인식 아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교육 같은 경우, 부모의 재력이나 기타 상황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시행하며, 청년 취업의 경우도 시장에만 맡기지 않고 여러 제도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여기서는 그러한 의지가 잘 실현되고 있는지는 일단 묻지 않겠다. 그래도 다방면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 온 사회가 노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부모나 학교가 원한다고 장애인활동지원사를 학교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을까? 의무교육의 책임 주체는 학생이 아니라 학교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교육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면, 이를 책임져야 할 주체는 학교다. 이는 장애학생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장애학생의 교육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면, 학교는 이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 교육 활동은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업무도 아니며, 그래서 그에 대한 교육도 받지 않는다. 또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월마다 수급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학교에서 시간을 사용할수록 주 업무인 당사자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 지원 시간은 줄어든다. 이는 당사자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득이하게 학교 현장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가 필요하다면, 학교가 직접 계약을 맺어 그 비용을 지불하고 당사자의 시간을 빼앗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왜 장애인활동지원사가 학교에 필요하단 말인가? 학교가 직접 계약을 맺고, 비용을 지불하며, 장애인 당사자의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가 이미 있지 않은가? 바로 ‘특수교육지도사(실무사)’ 말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8조 3항은 ‘교육감은 각급 학교의 장이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지원인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를 요구한다는 것은 명백히 ‘필요한 경우’이기 때문이고, 이는 법적 의무사항이다. 그럼에도 어째서 학교는 장애인활동지원사를 요구하는가?

학교는 더 이상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를 빼앗지 말라.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최선을 다해 수행하라. 당신들의 업무를 힘들게 하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아니다. 당신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아니고, 바로 교육청과 교육감이다. 더이상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에게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 강자와 싸우는 것이 두려워 약자의 권리를 빼앗는 교육자라니, 아이들 보기 창피하지 않은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