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기획시리즈 _장애 등 조기발견과 삶의 질]⓼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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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기획시리즈 _장애 등 조기발견과 삶의 질]⓼ 자살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5.07 09:00
  • 수정 2023-05-04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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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나타나는 장애는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빨리 발견할수록 그에 적절한 재활이나 특수교육 등을 함으로써 당사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기에 겪는 정신증이나 자살충동, 치매 같은 살면서 종종 부딪는 어려움들도 조기발견을 통해 보다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장애인생활신문’에서는 발달장애, 자폐스펙트럼, 정신증, 치매 등 영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주기별로 나타날 수 있는 이상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고자 총 10회에 걸친 시리즈 기획을 연재한다.
기획시리즈를 집필하는 ‘장애인생활신문’ 이창선 전문기자는 발달과 장애 특징, 인체 관련 연구를 종합분석해 응용점을 찾는 교육과학자이기도 하다. 숙명여대에서 교육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기분장애 유발위험요인과 관련된 정량화 뇌파특징’으로 치료약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심리검사 해석과 중독치료 관련 연수를 받았으며, 정신장애와 뇌 관계 연구, ‘융합과학이 알려주는 장애학생교육방법’ 등의 수업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창선 전문기자는 기자이기 전에 과학자로서 정확한 정보와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의 전 생애에 걸친 건강한 발달을 응원한다._편집국

 

자살 고위험군 발견과 이해를 위해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을 기초로 한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에서는 ‘자살예방 생명지킴이(게이트키퍼)’의 양성, 자살 고위험군 발굴 및 이를 위한 우울증 검진 강화 등의 자살예방 사업을 제시하고, 진행되고 있다.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생명지킴이교육)에서는 자살 위험징후 등 자살 고위험군 발견에 필요한 기초지식과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역할을 학습할 수 있다.

이 기사에서는 생명지킴이교육에서 제공하는 내용 대신, 다음 자료들을 사용해 체크리스트를 제작하였다. ①자살 고위험군 발굴 전략을 위한 국내 연구자료 ②이상심리학과 정신의학 연구에서 밝힌 자살시도를 하기 쉬운 이들의 특징과 자살원인 ③우울증 이외에 자살과 밀접한 장애에 대한 정신의학 정보 ④자살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우울증 증상의 연령대별 특징을 발달정신병리학에서 제시한 내용 ⑤이 체크리스트의 활용이 지금 자살을 생각하는 분에게도 유용하도록 정신과 의사 면담기법에서 응용할 사항을 포함해 종합하였다. 지역사회의 자살 예방 역량 확대를 위해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핵심적인 자살 위험요인

핵심적인 자살 위험요인을 가졌다면 자살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와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미국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관리국(SAMHSA)’,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자살 위험요인으로 제시한 공통 요인들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①과거의 자살 시도경험(SAMHSA는 특히 지난 1년 이내의 기간을 주목함) ②우울증 및 기타 정신질환(SAMHSA는 성격장애를 포함)이나 신체질환을 통한 만성적인 고통 ③자살 가족력 ④왕따나 가정에서의 학대 등의 괴로운 경험 ⑤약물남용 ⑥자살 수단에 접근이 쉬운 환경 ⑦수치심, 절망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경험(관계 손실, 건강 및 경제적 손실) 등이다.

한편, 상실이나 실패의 부정적인 사건 경험을 하더라도 인지적 융통성이나 강력한 사회적 지지, 자녀, 안정된 경제능력이나 직장이 있으면 자살을 선택하지 않음이 알려졌다. 반대로 가족이나 자신이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나 충동성, 우울증 같은 정신장애가 있거나, 이혼, 실업자인 경우는 부정적 사건을 경험할 때 자살시도를 하기 쉬운 양상이었다.

정신과 의사가 자살에 대한 생각을 평가하기 위해 중요하게 확인하는 위험요소 18가지도 함께 참고해 보면, 자살 위험요인의 범위가 더 구체화된다. ①성 ②직업상태 ③스트레스 정도 ④정신질환의 병력 ⑤나이 ⑥약물남용 ⑦항우울제 복용 ⑧기타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 ⑨자살 촉진요인 ⑩생각하는 자살 방법의 치명성 ⑪고립 ⑫본인이 기록한 내용 ⑬가족력 ⑭만성 내과 질환의 병력 ⑮관계 형성의 어려움 ⑯계속 움직이고 싶은 느낌인 정좌불능증 ⑰기일 애도(예: 배우자, 가족의 죽음 기일) ⑱과거의 자살시도 이력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들의 정신과 의사들은 이 18가지 앞글자를 따서 한 문장으로 창의적으로 만들어 외우기도 한다.

 

경계성(Borderline) 환자를 주목하기

국내의 자살 고위험군 발견 교육 자료에서는 우울증이 강조되어 있으나, ‘미국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관리국(SAMHSA)의 지적처럼 인격(성격)장애에도 주목해야 한다. 반복적인 자살 행동이나 자살 위협, 자해 행동이 증상 중의 하나인 경계성 인격(성격)장애가 대상이다. ‘경계성’이란 흥분을 잘하고 충동적이며 쉽게 마음 상하고 불안정한 환자를 만났을 때 임상전문가가 느끼는 혼란감이 반영된 용어이다. 이들은 정신병은 아니지만 때로 정신병적인 양상을 보일 수 있고,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확연히 정신병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은 잘 지내는 듯이 보이기에 ‘경계성’ 양상을 보인다고 표현한다.

애인에게 버림받거나 가족 등에게 분노가 타오를 때, 약을 과량으로 먹거나 난폭하게 운전하는 등의 치명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들은 ‘경계성 환자’이다. 대개 이런 행동은 청소년기에서 시작되며, 충동을 행동에 옮기기 전에 임상전문가와 함께 치료를 위한 굳건한 만남(치료적 동맹)이 절실히 필요하다. 따라서 자살 예방을 위해 경계성 환자의 발견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의 자살 예방을 돕는 관찰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환자의 조기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조현병 환자가 죽어버리라는 식의 명령 환각을 경험하는 것은 자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표지이다. 양극성 장애는 알코올 장애나 약물남용이 함께 있으면 기분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자살의 위험 상태가 될 수 있다. 양극성 장애환자가 우울 상태로 빠져들 때 기분을 스스로 조절하려고 술이나 진정제를 복용해 과용이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파괴하고 싶은 충동’과 연결된 생각 발견하기

대부분 사람들은 살인을 강하게 거부하는 금기의식을 갖고 있고, 자기애적인 자기 존중으로 자살에 대처한다. 그러나 많은 종류의 사고와 환상, 충동을 거치면서 자살이란 생각을 다루는 방식에 문제가 발생할 때 최종으로 자살 행위가 나온다. 자살을 한 부모나 중요한 사람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이들은 자살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존중을 약화시키는 주요한 힘은 정신의학에서 표현하는 ‘나를 파괴하고 싶은 충동’과 연결된 여러 생각들이다. 세계 각 국가들이 다 함께 자살을 저지하는 근본 이유는 자살은 오직 ‘자기를 파괴할 뿐’이기 때문이다.

자살 고위험군 특징 중에는 ‘격한 분노’, ‘흥분 잘함’, ‘폭력을 자주 사용한 경험’, ‘어려울 때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음’도 포함되어 있다. 자살 위험이 매우 높은 사례는 우울과 공격성과 약물남용이 겹친 경우이다. 이러한 성격 특징, 태도와 습관의 형성 예방의 필요가 시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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