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장애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토론회]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은 위헌…삭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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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장애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토론회]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은 위헌…삭제돼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3.05.04 09:20
  • 수정 2023-05-04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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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최저임금법’은 그 목적에서 노동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동 법 제7조는 법의 목적과 다르게 유독 장애인의 노동만을 최저임금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인권네트워크 ‘바람’과 함께 ‘장애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토론회’를 4월 11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했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

노동자 월 평균임금 37만원

직업재활시설에서 근로하는

장애인 매년 9천여명 수준

정부 “적용제외 조항 삭제시

장애인고용률 떨어져” 변명

 

■명숙 ‘인권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최저임금법이라는 법률로써 장애인은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함으로써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에 장애인차별을 조장하고, 장애인노동에 대한 저평가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비난하며 “위헌인 최저임금법 조항은 폐지돼야” 함을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32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 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행 최저임금법 제7조(최저임금의 적용제외) 제1호에서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 등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제외 규정은 헌법적 권리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실제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장애인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2020년 기준 37만 원이며,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매년 9천여 명 수준이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대다수는 직업재활시설이라는 보호고용 영역에서 일하는 중증발달장애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 근로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 노동자는 2019년 8,971명, 2020년 9,005명, 2021년 9,475명, 2022년 8월 말 기준 6,691명이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2019년 38만169원, 2020년 37만1790원, 2021년 37만461원, 2022년 8월 말 기준 37만9622원으로 매년 최저임금 기준 20% 수준의 임금이다.

이처럼 최저임금 적용제외 사업장의 장애인 월평균 임금은 37만 원에서 나아가지 않고 있으며 월 10만 원 미만을 받으며 근무하는 장애인 노동자의 규모가 조사 대상 장애인의 2.4%를 차지했다.

단독가구의 경우 장애인 노동자가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지원을 받더라도 20만 원 미만의 월급과 합치면 총소득은 100만 원에 그치는 상황.

현재 고용노동부는 2005년 개정된 최저임금법 시행규칙에 따라 개정 이 전 의사의 판단으로 최저임금 적용제외 여부를 판단했던 방식이 아닌 장애인고용공단에 작업능력평가를 의뢰해 장애인의 근로 능력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제외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작업능력평가제도 도입 후 2005년 당시 140명에 불과하던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 신청 인원이 2007년 1,176명, 2014년 5,967명, 2015년 7,185명, 2016년 8,108명, 2017년 9,068명, 2019년 9,227명으로 이후 급속히 증가했고,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적용제외 승인 건수 또한 2016년 7891건, 2017년 8632건, 2020년 9060건으로 증가했다는 것.

장애인 노동자가 근무하는 직업재활시설, 보호작업장이 영세하다 보니 최저임금 적용제외와 고용장려금을 통해서 겨우 작업장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2019년 기준 최저임금 제외 인가 신청을 한 사업장의 96.7%가 중증장애인만 일하는 직업재활시설로 직업재활시설에서는 상자 포장, 휴대전화 부품 조립 등 단순 작업을 한다.

한편 지난해 9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이행 2·3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를 통해 제27조(근로 및 고용)와 관련해선, 장애인을 개방 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모든 차별적 법률을 폐지하고, 모든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효과적인 조치, 특히 채용 광고, 채용 절차, 정당한 편의 제공, 재훈련, 승진, 그 밖의 노동 및 고용과 관련한 권리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조치를 도입할 것과 ‘최저임금법’을 재검토하여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등한 보수를 보장하고, ‘최저임금법’에서 배제된 장애인에게 보상금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명숙 활동가는 “CRPD에선 장애인보호작업장(sheltered workshop)은 장애인을 배제, 분리하는 노동환경이므로 폐쇄돼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부합하려면 공개 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최저임금 장애인 적용제외 삭제 대안으로 △최저임금 적용제외가 아니라 감액하는 방안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을 삭제하되 부족분을 국가가 지급해 개별 장애인 노동자는 최저임금을 받게 하자는 안 △적용제외 조항을 삭제하고 장애인을 공공일자리에 고용하자는 세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그런데 최저임금법 제7조 적용제외 조항에 대한 삭제를 요구할 때마다 정부는 적용제외 조항을 삭제하면 장애인 고용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항변했다. 즉, 장애인이 일자리를 얻으려면 저임금이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

반면, 주요 OECD 국가들은 보호 고용된 중증장애인이 생산성 문제로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지급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임금의 일부를 보조해 장애인의 최저임금을 보전하는 '보조금고용제‘를 실시하고 있다.

명숙 활동가는 “장애인 노동권 확대와 통합사회 구현을 위해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을 삭제하고 권리 중심형 중증장애인일자리 등 장애인 노동자의 일자리 창출 계획이 동시에 이뤄져야” 함을 피력했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 방안으로

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확대-

고용장려금 용처제한제 운영 제시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국가가 해야 할 역할 중 하나가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무를 개발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장애인공공일자리’를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비장애인 기준으로 장애인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다른 역량을 가지고 공공의 가치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지금까지 노동에서 직업재활의 패러다임과 경쟁 고용 시장 내에서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구하는 한계를 벗어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살아가거나 최저임금법 제7조에서 정의하고 있는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로 평가받는 최중증장애인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는 일자리다.

2020년 서울에서 260명으로 시작된 이 일자리는 2023년 현재 전액 지자체 예산으로 서울시, 경기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춘천시 등에서 진행 중이며 약 1,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

이 일자리에 고용된 장애인 노동자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복지법 등 장애인 관련 법안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를 모니터링하고 이행함과 동시에,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장애인권리협약을 정부와 지역사회에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 실장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 방안으로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장려금의 용처를 제한하여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을 우선적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것을 제안했다.

장애인고용장려금으로 임금보전 효과를 가지는 거지만, ‘임금보조제’와는 다르다. 임금보조제는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유지하면서, 책정된 임금에서 최저임금분을 지원하는 형태다.

반면 고용장려금 용처 제한 제도는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를 전제로 하기에 모든 장애인이 최저임금의 고용 계약을 하게 되고, 고용장려금 지급 단가의 나머지 금액을 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사업주의 책임이 명시되는 것이다.

 

일본, 최저임금 적용제외 특례기간

3년 지나면 무조건 최저임금 지급

독일, 장애인에게 최저임금 보장

보호작업장 폐지후 ‘포용작업장’ 운영

프랑스, 장애인 근로자 최저임금

임금보존제 통해 임금차액 지원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2000년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삭제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신체적,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은 유지됐다. 법 개정 23년이 지났음에도 장애인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인정한다는 것은 장애인차별을 공고히 하고 장애인 노동의 가치를 평가 절하할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과 직업재활 취지에도 반한다.”며 CRPD 가입국인 외국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의 경우 장애인의 근로능력에 따라 임금을 감액하는 최저임금 제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적용제외 특례기간을 두어 3년이 지나면 장애인에게도 무조건 최저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연금을 최저임금의 45.8% 수준으로 지급해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도모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시켰다. 2017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로부터 보호작업장을 폐지하라는 권고를 받은 이후 그 개념을 ‘포용작업장’으로 바꿔 장애인·비장애인 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지역사회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 근로자가 30%~50%에 달하는 포용작업장을 900개 이상 운영 중이며, 세금감면, 공공계약 우대, 실적미달 보상 등을 통해 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의 55%~110%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일자리지원금(임금보존제도)을 통해 임금 차액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의 55% 수준으로 장애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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