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달 기획특집]휠체어 장애인 이창선 전문기자의 하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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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달 기획특집]휠체어 장애인 이창선 전문기자의 하루(2)
  • 차미경·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4.24 09:50
  • 수정 2023-04-24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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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환경은 무엇일까. 기자의 하루를 요약해 보면, 기상 후 출근을 위해 아침에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고,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식사를 한 뒤,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소소한 여유의 시간을 갖는다. 퇴근한 후 가까운 마트에서 저녁 식사를 위한 또는 아이를 위한 물품을 구매하고 다시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한다. 대부분 직장인의 가장 흔한 하루의 패턴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여기에 휠체어가 더해진다면 어떨까. 기자는 같은 장애인생활신문 취재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휠체어 장애인인 이창선 전문기자의 일상을 함께 해 보기로 했다.

“‘도움’ 없이도 가능한 외출을 희망한다”

 

 퇴근길 지하철 타기 

지하철역 출구의 기준은

동선이 아닌 엘리베이터 위치

 

직장인들에게 출퇴근 시간은 1분 1초가 아깝다. 바로 눈앞에서 놓치는 버스와 전철, 역사 입구의 붐빔 정도에 따라 사무실과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버스‧전철 도착 예정 시간과 도착지의 최단 경로를 검색하고, 익히는 것은 직장인의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창선 기자에게 지하철은 운이 좋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가깝게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느냐만이 중요하다.

<장애인생활신문>은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 예술회관역 2번 출구와 가깝다. 이는 곧 이창선 기자가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가장 가까운 입구이기도 한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은 8번 출구로 횡단보도를 2개 건너야 한다. 어찌어찌 건너서 도착한 엘리베이터 출구, 엘리베이터 문까지 15도 정도의 경사가 져 있다. 최근 체중이 더 빠진 이 기자는 결국 혼자 힘으로 그 경사로를 넘어가지 못하고 멈췄다.

▲ 횡단보도를 두 개나 건너서야 지하철 역사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문까지 경사가 져 손으로 밀고 올라가는 것 자체가 버거웠다. 결국, 동행한 기자의 도움을 받아서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서도 또 문제가 생겼다. 층별 안내엔 지하 2층 대합실, 지하 3층 승강장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3층 버튼 옆에 ‘송도달빛공원 방향’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기자가 가야 하는 방향은 ‘부평‧계양’ 방면이다. 그렇다면 이기자는 몇 층을 눌러야 하는 걸까?

답부터 말하자면 2층에서 내려 반대편 끝에 있는 ‘부평‧계양’ 승강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로 바꿔 타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린 후 아무리 둘러보아도 안내판을 찾지 못했다. 해당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야 벽면에 이 엘리베이터가 그 용도임이 쓰여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안내 전화기를 사용해 직원과 상담을 시도했지만, 그 설명을 듣고도 한참을 헤매고서야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있었다.

전철 승강장 앞에 도착 후 전철을 기다리면서 이창선 기자는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 틈에 앞바퀴가 끼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문이 닫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그 안에 자신이 탑승하지 못했을 때 발생할 일에 대한 두려움도 항상 존재한다고.

전동차가 도착하고 이 기자는 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돌려 탑승을 시도했다. 하지만 휠체어는 쉽게 올라서지 못했고, 결국 기자가 뒤에서 밀고 나서야 탈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승강장보다 전동차의 높이가 높아 그 턱을 넘을 때보다 많은 힘이 필요했다. 그 때문에 내릴 때는 그래도 조금 수월하긴 했다. 환승을 위해 다음 전철로 옮겨 탈 때 이 기자는 출입구 왼쪽으로 휠체어를 붙였다. 전동차 안에 부착된 손잡이를 잡고 당기는 힘으로 타기 위해서였다. 이 방법은 통했고 스스로 전동차 위로 올라섰지만, 과연 이게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둘 다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 지하철 역사 내 어디에도 전동차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곳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위치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돌아서 '부평·계양 방향'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서야 작게 벽면에 부착된 안내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승강장과 전동차의 높이 차 때문에 손힘으로는 스스로 전동차에 올라타는 것이 힘들었다. 출입문 안쪽으로 설치된 손잡이를 잡고 당기는 힘을 최대한 사용하고 나서야 전동차에 오를 수 있었다.

 

 퇴근길 버스 타기 

출퇴근 시간에는 엄두도 못 내는

가깝고도 먼 ‘저상버스’

 

▲ 버스정류장 앞에 대기 중인 이창선 기자, 집까지 가는 버스가 눈앞으로 지나가지만, ‘저상버스’가 아니기에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저상버스를 타보기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혹시 우리의 체험으로 진짜 출퇴근이 바쁜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이창선 기자의 안전을 위해 오전 11시로 시간을 옮겼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환승 없이 이창선 기자의 집까지 가는 버스는 총 2대였다. 7730번과 7025번이 바로 그것.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전광판에 3분 후 7730번 버스가 온다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3분 후 우리는 여전히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다. 3분 후에 온다던 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다시 8분여를 기다린 후 도착한 저상버스. 이창선 기자는 경사 발판이 내려오길 기다렸다가 힘차게 양손으로 휠체어의 휠을 밀었지만 도통 휠체어는 버스 위로 올라타지 못했다. 그때, 기사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문을 통해 이창선 기자에게 다가갔고, 휠체어를 밀어 버스에 올렸다. 이후 뒷문 바로 앞에 있는 의자를 접고, 그곳에 휠체어를 고정해줬다. 이후 출발한 버스. 기사는 어디에서 내리느냐고 묻고, 도착지점에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에서 그녀가 내리는 것을 도와줬다.

사실 기자 역시 저상버스 뒷문 바로 앞 좌석이 휠체어를 고정하기 위한 자리임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역시나 수동휠체어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제아무리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라도 타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다음 버스는 기자가 동승을 자처한 후 탑승이 이루어졌다. 동승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버스 기사는 움직임이 없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생각에 휠체어 ‘고정장치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버스가 커브를 돌거나 신호로 인해 멈추고, 출발할 때마다 이창선 기자의 몸은 크게 앞뒤로 움직여 위험해 보였다. 그런데도 기사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부분 사람이 휠체어 고정장치가 있는 위치와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가정하에, 기사가 나서지 않는다면, 그들은 고스란히 두 팔로 손잡이를 지탱하며, 내 몸이 휠체어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처럼 보였다.

이 기자는 체험을 마치고는 “그래도 많이 세상이 좋아졌나 봐요. 7~8년 전에 이태원 근처에서 버스를 타려다가 저상버스를 1시간 가까이 기다렸던 적이 있는데, 그때 비하면 많이 변화했네요”라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여전히 혼자서는 못 타겠네요”라는 말과 함께 체험은 마무리됐다.

우리가 함께했던 식당 앞, 마트, 전철,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동안 도움을 굳이 요청하지 않아도 마주하는 많은 사람이 양보하고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왔다. 그래서 고비를 마주하기는 했지만 결국 다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도움을 얻어야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과연 맞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리고 또 하나, 기자는 물론 이창선 기자 역시 일상생활을 하면서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자주 접했지만, 수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원인이 뭘까에 대해서 대화를 많이 나누었지만, 이번 체험을 통해 우리는 그 이유를 분명히 알았다. 바로, 수동휠체어로는 조력자가 없으면 야외에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조기기별 지급 기준 및 지급절차’에 따르면 지체장애인의 경우 △절단장애가 발생한 날부터 1년이 경과 된 뒤에도 의지를 장착한 상태로 평지에서 100m 이상 보행이 어려울 것 △팔의 기능장애로 팔에 대한 맨손 근력검사 결과가 최대근력 3등급 이하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전동휠체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창선 기자와 같이 평지 등에서 휠체어를 밀 수 있는 최소한의 근력이 있다면 이 조건에 들어갈 수 없다. 개인적으로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인 만큼 대부분 다리 길이 장애인의 경우 수동휠체어만을 보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수동휠체어를 타는 사람은 이창선 기자처럼, 혼자서는 전철을 타고, 저상버스를 타고,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어렵다. 이 같은 일들을 혼자서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만큼, 우리가 그들을 일상에서 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배리어프리, 유니버설디자인을 기본으로 하는 정책과 도심, 건축물 디자인이 주를 이루고 있고, 국내에서도 지난 1월부터 여객자동차법상 노선버스 운송사업 중 시외버스를 제외한 모든 노선버스가 저상버스 의무 도입해야 하는 내용의 개정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시행됐다. 정부는 전국 시내버스 저상버스 도입률을 2026까지 62%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것은 이미 배리어프리 적용이라고 불리는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승강장, 저상버스가 어떤 장애인에게는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도구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 및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게 물리적인 장애물, 심리적인 벽 등을 제거하자는 운동 및 정책’ 안에서도 차별이 있다면, 그 정책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창선 전문기자는 수동휠체어 장애인이지만, 대부분 특수장치가 부착된 차를 직접 운전하며 이동한다. 두 번째 체험인 ‘마트’는 차량을 이용했다. 또한, 위 기사는 하루의 일과처럼 쓰여있지만, 이창선 기자의 스케줄과 컨디션 등을 고려해 2~3일에 걸쳐 진행되었음을 알린다.

 

  이창선 전문기자의 체험 후기 

“독립과 의존이란 틀을 치우고 ‘서로 협력’이란 틀을 붙들어 본다”

함께 동행하는 과정 중에 새삼 느꼈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는 좋은 사회란 것을. 동시에 그들이 오늘도 나타나길 바라는 의존이 오랜 세월 동안 내 삶의 일부가 된 모습을 재확인하며 살짝 씁쓸함을 느꼈다.

50대 성인의 삶을 표현할 수 있는 많은 말들 중에 ‘의존’과 ‘독립’은 장애인이 아닌 다른 내 또래 성인들에게도 중요한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관점을 바꿔 보았다. ‘누구나 서로를 필요로 한다.’ 내 휠체어를 밀어준 이들도 나와 다른 내용을 누군가에게 의존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주고받는 과정에서 느끼는 존중감과 자연스러운 협력처럼 여겨지는 인식의 유무일 것이다. 장애인들도 사회에서 기여하는 이웃이다. 장애인이 도움을 받는 과정이 그저 ‘의존’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마음에 와닿을 때가 차별이 사라진 시간이라 여겨진다. 이제 독립과 의존이란 틀을 치우고 ‘서로 협력’이란 틀을 붙들어 본다.

자동차를 근처에 대고 목적지로 휠체어를 밀고 다니면서, 휠체어를 타는 분들을 서울 길거리에서 만나기 매우 어렵다. 버스, 지하철, 길거리 이동을 체험하면서 혼자 이동의 어려움을 새삼 느꼈다. 활동보조인이 내가 다니고 싶은 시간에 항상 붙어 있길 바라기도 쉽지 않다.

다닌다는 것은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이고, 연결됨이란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키우는 기회도 된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이동의 능력을 지혜롭게 사용하기로 한다면 말이다. 장애인의 이동능력 향상이란 함께 대한민국을 이루는 국민의 능력을 더 개발하고 공유할 기회를 확장하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기대할 수 있는 능력이 다양함을 ‘다중지능 이론’의 창시자인 하버드대학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알고 있다. 이런 유명한 학자의 이름을 대지 않고도, 이제 우리 사회에는 그 증거가 쌓여 갈 것이다. 장애인의 외출-사람들 사이로 들어갈 길이 ‘협력’으로 여겨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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