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장애인정책 공약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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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장애인정책 공약을 경계한다
  • 편집부
  • 승인 2010.04.26 00:00
  • 수정 2013-02-0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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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장애인정책공약을 내걸었다. 지난 4월 20일 서른 번째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한나라당이 10대 장애인공약을 발표한데 이어 민주당도 ‘장애인 8대 행복공약’을 제시했다. 양당이 제시한 공약을 보면 허울뿐인 포퓰리즘적 공약(空約) 일색이어서 선거당일 장애인 유권자들이 어떤 심판결과를 내놓을지 궁금할 일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내건 장애인 10대 공약은 특별할 것도 없거니와 이미 7월 시행이 확정된 장애인연금제도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작년부터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가 포함되어 있다. 국어사전을 들춰보면 공약이란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이라고 실려 있다. 말하자면 이미 실행됐거나 실행이 예정된 일에 대한 약속은 공약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내건 두 제도는 이미 시행하기로 입법 절차를 마쳤거나 전 정부 때 법으로 시행일정을 못박아놓은 정책(2007년 4월 국회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안 통과시 장애인이 제외됨에 따라 부대결의로 2009년 7월부터 장애인장기요양보장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올 6월까지 이를 포함하는 장애인종합복지대책을 국회에 보고토록 의결되었음)으로 6·2지방선거에 이를 공약으로 내놓는 것은 눈속임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장애인연금제도는 말만 연금이지 기존 장애수당을 폐지하는 대신 이름만 바꿔놓은 ‘무늬만 연금’이란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장애인연금제도 시행 후 연금액의 대폭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공약 역시 믿을 수가 없다. 장애인연금예산마저 절반으로 삭감해 단독 처리할 때는 언제고 이를 다시 인상하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민주당은 장애인연금 급여액과 대상 확대,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지원 대폭 확대, 장애인 최저임금 보장 등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지만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장애인예산 처리를 놓고 속수무책이던 무기력함으론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다.

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예산 비율(2005년 기준)이 0.1%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0%)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고 밝혔다. 2009년 말 현재 등록장애인은 242만명으로 2000년 이래 매년 11%씩 증가하는 추세인데도 장애인 예산비율은 1990년 이후 20년 동안 0.1% 수준을 맴돌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의무고용이 시행된 지 20년이 됐음에도 정부의 고용률은 1.76%, 민간부문은 1.72%로 의무고용률 2%를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집권여당은 또다시 정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2%에서 3%로 확대하고 기업은 2%에서 2.5%로 늘린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말로는 장애인복지를 떠들지만 실질적 지원책은 없는 셈이다.

그동안 국회가 장애인 관련 법안을 처리한 결과를 보면 정치권의 이중적 태도를 확연히 알 수 있다. 18대 국회에서 통과시킨 장애인 지원 법안은 4건에 불과한 반면 무려 75건의 장애인 지원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한다. 이중 30건을 장애인 국회의원들이 발의했지만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고 하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여야 정치권 모두 장애인을 위하겠다는 입발림이야 나무랄 수 없지만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 몰라라 하던 태도를 바꿔 기념일이나 선거철만 되면 지극정성인 책임지지도 못할 립서비스라서야 속보이는 짓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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