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달’이 무색한 장애인연금법
상태바
‘장애인의 달’이 무색한 장애인연금법
  • 편집부
  • 승인 2010.04.12 00:00
  • 수정 2013-02-05 13: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설

그동안 ‘껌값’ 연금이니, 무늬만 연금이니 말도 많았던 장애인연금법안(대안)이 ‘장애인의 달’을 하루 앞둔 지난달 말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장애인연금법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안의 수정?보완 과정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당초 예정인 7월 시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연금법이 시행되면 전체 등록장애인의 13%에 해당하는 32만5천명이 소득수준에 따라 매달 적게는 9만원에서 많게는 15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장애인에게 법 통과 소식은 ‘장애인의 달’에 날아 든 낭보치고는 더할 나위없는 선물이어야 하겠지만 장애계의 한숨은 깊을 뿐이다. 국회 법사위 위원장이 인정했듯이 이 법안은 태생부터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법안이 국회통과 과정에서만 적잖은 진통을 겪어야 했던 속내를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법안 명칭과 수급권자의 범위를 놓고 정부와 국회가 힘겨루기를 한 것. 상임위인 보건복지위는 법안 명칭을 기초장애연금법안으로, 수급권자의 범위를 규정한 중증장애인의 정의를 ‘제1급 및 제2급의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과 제3급 이하의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으로 특정해 법사위에 넘겼다. 그러나 법사위는 법안 명칭을 장애인단체에서 ‘중증’이란 단어를 쓰는 것을 극력 반대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연금법으로 바꾸면서도, 중증장애인의 정의를 장애인복지법과 내용을 일치시키는 것이 합당하다는 이유를 들어 ‘3급 이하’를 ‘3급 중에서’로 수정함으로써 수급권자 범위를 축소시켰다. 회의에 참석한 복지부장관은 아무 이의제기도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법안 명칭조차 애초 정부가 낸 ‘중증장애인연금’에서 ‘기초장애연금’으로 바뀔 경우 연금대상자가 경증장애인까지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다. 수급권자의 범위를 규정한 중증장애인의 정의를 제한함으로써 3급 중에서도 중복장애인이 아닌 경우와 4?5?6급 장애인은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결국 수급권자 범위가 기재부의 입맛대로 칼질 당한 것이다. 이뿐인가 기재부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3천239억원의 장애인연금예산을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천519억원으로 삭감한데 이어 또다시 국회상임위에서 3천185억원으로 통과된 연금예산조차 1천519억원으로 삭감하는 무소불위의 행태를 보였다. 이를 두고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국회의 입법권한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고 하지만 코웃음만 나올 뿐. 이쯤 되면 국회가 입법기능을 제대로 하는 지, 기재부의 하위 기관은 아닌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회는 당초 경제활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경우 생활수준이 열악하면서도 국민연금 등 공적소득보장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에 대한 사회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법안 제안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이 법의 내용을 뜯어보면 ‘장애로 인하여 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장애인연금을 지급함으로써 중증장애인의 생활 안정 지원과 복지 증진 및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법의 실현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빈부의 양극화와 분배불균형 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먹고 살기가 오죽 팍팍했으면 야당의원이 사회복지세 신설을 주장하고 장애계가 장애인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겠는가.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장애인의 날’, ‘장애인의 달’이 한갓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속이 있도록 장애인의 기본생활보장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