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칼럼]배리어프리한 ‘선택지’들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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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칼럼]배리어프리한 ‘선택지’들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
  • 편집부
  • 승인 2022.12.15 11:33
  • 수정 2022-12-15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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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지_엘비에스테크 UX디자인팀 주임

지금 우리는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살고 있다. 매 끼니 어떤 걸 먹을지 고민하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어떤 옷을 입을지 생각에 잠긴다. 시간이 남는다면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우리가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 우리는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기 위해 각자의 고민에 빠진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미래의 우리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져서 지금보다 훨씬 오래 고민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택지는 비장애인에게 맞춰진 경우가 많다. SNS를 뜨겁게 달군 음식점도, 안 보면 후회한다고 입소문이 자자한 영화도,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한 지역 관광지도. 대부분 장애인은 접근조차 불가능하고, 접근하더라도 그 전체를 온전히 경험하기 어렵다.

다행히,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배리어프리를 위해 조금씩 접근성을 높이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계에서는 수어통역과 음성해설, 터치투어 등을 제공하고, 지자체에서는 배리어프리 관광지를 만든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그러하듯, 접근성을 고려한 앱과 배리어프리 지도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아직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매장들의 접근성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휠체어 이용자들과 함께 음식점이 많은 거리를 돌아다닌 적이 있다. 지도에서 랜덤으로 찍은 매장들로 향했는데 가는 곳마다 계단이나 높은 턱이 있었다. 한눈에 봐도 매장의 크기가 작아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거의 없는 곳도 있었다. ‘적어도 매장 하나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경험 이후로 어딘가에 갈 때면 입구를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다. 슬로프가 있는지, 진입을 방해하는 턱은 없는지, 간이 경사로를 놓을 수 있는지. 접근성이 좋으면 대체로 공간을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관심을 가지니 더 나은 ‘선택지’가 어떤 것인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요구한다면,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나간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의견이라도 다른 사람이 듣고 공감한다면 그 힘은 조금씩 커진다. 이제 나는 내 친구들이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 자주 이야기를 꺼낼 것이다. 친구들 중 누군가는 내 의견에 공감하고 그 주변에 내 의견을 전달할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영향력이 퍼져서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조금은 더 빨라지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생활 속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듯,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선택지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한 ‘선택지’들이 더 늘어나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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