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생·복지라는 이름의 시설수용 피해생존자 집단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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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생·복지라는 이름의 시설수용 피해생존자 집단진정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2.11.18 10:21
  • 수정 2022-11-18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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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권위주의 정권 시절
모든 집단수용시설 직권조사해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과 참여연대 등 7개 장애인, 시민단체는 11월 1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권위주의 정권 시절 서울·부산·김천의 집단 수용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짓고, 국가는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 사과, 피해 회복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존재했던 많은 시설(1987년 당시 기준 공식 집계된 부랑인 수용시설은 36개)의 경우, 당사자의 사망과 실종, 계속된 시설수용 등으로 피해자의 직접 진실규명 신청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진실화해위의 적극적인 직권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이들 단체는 권위주의 정권 당시 시설 수용 피해자들과 함께 ‘갱생’과 ‘복지’라는 이름으로 감금 수용된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을 고발하며, 진실화해위의 직권조사를 촉구했다.

부산의 ‘영화숙/재생원’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한 손석주 씨는 ”선감학원·형제복지원에서만 군사정부 시절의 인권침해가 있었던 게 아니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아무 이유 없이 당한 피해자들이 수천 명은 될 거다. 형제복지원에서도 결국 재생원에서 일어난 일이 똑같이 반복된 것과 같다. 여태껏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분명히 있었던 일’이 이제라도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 수용됐던 김세근 씨는 “6세의 어린 나이에 아동보호소에 갇힌 후 중노동과 구타, 하루 8시간에 이르는 제식훈련을 받았다. 그때 모진 고통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겼고, 제대로 된 공부도 못 받았다. 당시의 고통에 대한 진실규명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천 중생원(현재 영남정신요양원)에 수용돼 20년 넘게 수용생활을 경험한 이용찬 씨도 함께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김천 중생원은 1971년 미인가 장애인시설로 설립된 이후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1년 법인 및 시설 설립허가를 받으며 양성화된 집단수용시설이었다.

부산의 집단 수용시설 영화숙과 재생원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한 손석주 씨는 “군사정부 시절 선감학원·형제복지원에서만 인권침해가 있었던 게 아니다.”라며 “이유 없이 당한 피해자가 수천 명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지난 2021년 권위주의 정권 시절 집단수용시설들 중 수도권 및 강원 지역 시설에 대한 용역 조사를 실시했다. 2022년 4월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시설 중 상당수에서 군대식 통제, 구타, 사망과 암매장, 강제 투약 및 화학적 구속 등 중대한 인권침해 사례가 존재했음이 드러났지만 이들 시설에 대한 위원회의 정식 조사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연구 책임자였던 김재형 방송통신대 교수는 “조사 결과 인권침해가 발생했던 집단수용시설 피해자들은 인권침해에 따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평생 또는 장기간에 걸쳐 여러 시설들을 오갔다, 그 결과 사망 연령이 일반인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비슷한 시설과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낮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사회복지와 관련된 다양한 법률에 따르면 집단시설 설립과 운영은 모두 국가의 정책적 목적에 따라 이뤄진다.”며 “진실화해위는 조사신청을 받은 개별 시설들을 조사할 게 아니라 모든 집단 수용시설에 대한 직권조사를 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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