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장애인과 함께 만들어가는 무장애 시티 꿈꾼다”_엘비에스테크(LBStech)
상태바
[탐방] 장애인과 함께 만들어가는 무장애 시티 꿈꾼다”_엘비에스테크(LBStech)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2.11.18 09:12
  • 수정 2022-11-18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아이(G-eye)라는 시각장애인 전용 보행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다. 경기대 서울 캠퍼스 근방 진양빌딩 3층,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기상기업성장지원센터다. 오늘 찾아온 엘비에스테크의 지아이에는 기상정보까지 보행 정보에 반영된다. 덕분에 이곳에 입주할 수 있었다. 지아이플러스, 지아이휠, 지아이 키오스크까지 장애인들의 이동과 편의만을 생각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엘비에스테크를 찾아 그들의 짧지만 굵은 이야기를 들었다.
▲ 엘비에스테크는 젊은 기업이다. 그래서 그들이 꿈꾸는 ‘무장애 도시’는 믿음이 간다.

엘비에스테크는 2017년 창업한 이제 겨우 5년밖에 안 된, 시각장애인 보행 내비게이션 지아이를 필두로 무장애 도시 구현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다.

엘비에스테크의 첫 작품은 ‘스페이스 디텍트(Space Detect)’다. 시각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도 함께 쓸 수 있는 공간감지기였다.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은 후 귀국한 이시완 대표가 공간감지기란 아이템으로 창업을 한 데에는 중도실명을 한 사촌동생의 역할이 컸다. “파리 센강 앞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는 알지만 당장 내 눈앞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던 사촌동생의 말에서 시각장애인‘까지’ 쓸 수 있는 공간감지기를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GPS와 eye를 합친 이름 ‘지아이(G-EYE)’

소리와 진동으로 시각장애인의 길을 열다

 

1년여의 개발 끝에 만든 ‘스페이스 디텍트’를 동생에게 테스트해 달라고 부탁했다. 동생의 평가는 적나라했다. “형 같은 사람들이 제일 나빠. 시각장애인을 위한답시고 만들었는데, 이건 시각장애인을 위한 게 아니야. 그저 비장애인들이 쓰는 앱에 시각장애인이 쓸 수 있는 기능을 좀 더한 것밖에 안 되잖아. 우리가 쓰기엔 불편하다고.”

이시완 사장은 이 같은 야멸찬 지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그때 머리에 떠오른 말이 대학 은사님께서 해 주신 말이었요. 선생님께선 그때 ‘완벽’이란 ‘더 이상 뺄 게 없는 상태’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들을 때도 충격이 엄청 컸는데, 앱을 개발하면서 그 말뜻을 정확하게 알게 된 거죠.”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또는 없는 기능이 없는, 미래지향적이고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거라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그래서 딱 시각장애인들만이라도 제대로 쓰게 해 주자는 생각을 했고, 앱의 명칭도 새로 바꿨다.

이렇게 탄생한 것인 ‘지목(指目, G-MOC)’이었다. 손으로 가리킨다는 뜻이었다. 2018년의 일이다. 2017년 ‘악평’을 들은 사업 아이템을 180도 바꾼 것이다.

그런데 ‘지목’이 공간으로 들어오니 다른 뜻으로 해석됐다. 그래서 바꾼 이름이 글로벌 센스를 더한 ‘지아이(G-EYE)’였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와 eye의 합성어다. 지아이가 출시된 해는 2019년이다. 사업의 지속성만큼이나 시장의 트렌드를 빨리 읽고 빨리 변신하는 감각 역시 스타트업에겐 중요하다.

지아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 전용 내비게이션’이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반경 3km 내 보행로 상 위험물이나 신호등 등 공간 정보를 알려주고 건물 출입구까지 알려준다. 이 모든 게 소리와 진동으로 이뤄져 시각장애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 지아이의 UX. 시각장애인을 위해 소리와 진동으로 보행로의 정보를 알려준다.

 

스마트시티, 무장애 도시 실현이 전제돼야

세종스마트시티 규제 샌드박스 실증사업 참여

 

2018년은 엘비에스테크의 5년사에 나름 기념비적인 해다. 우선 창업 1년 만에 창업 아이템을 완전하게 피보팅(Pivoting,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빠른 속도로 변하는 외부 환경에 따라 기존 사업 아이템을 바탕으로 사업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했고, 그 결과 범정부공공DB활용경진대회 대상(대통령상), 국방공공DB활용경진대회 대상(국방부장관상), 산업융합해커톤대회 대상(산자부장관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며 기술력을 증명했다.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2019년은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한 해로 보아야 한다. 이 해에 엘비에스테크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앱 ‘지아이’를 시장에 내놓았고, 기보벤처캠프에서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투자를 받지 않고도 사업을 키울 발판을 마련했다. 기술력 하나로 10억 대출의 보증을 따낸 것. 뿐만 아니라 세종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되기도 했다.

흔히 알고 있는 스마트시티는 온갖 IT 기술이 동원된 첨단도시로, 완벽한 네트워크, 완벽한 자동화가 이루어진 미래도시다. 그러나 엘비에스테크 이시완 사장이 생각하는 스마트시티는 약간 다르다.

“저는 ‘장애인들에게 스마트시티는 뭘까’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누구나 접근하기 편하고, 사용하기 편한 도시라는 개념이 떠올랐죠. 한마디로 무장애 도시에요. 무장애 도시가 먼저 실현돼야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미래도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시, 그것을 위해서는 어디에든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도시는 길 정보만 갖고는 어디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다. 건물의 입구부터 진입 요령이 가지각색이고, 이 정보는 법적으로 개인이나 단체에 제공할 수 없게 돼 있다. 이것을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른바 규제 샌드박스다. 그리고 마침내 그 규제를 풀어 시각장애인에게 건물 공간 정보 제공은 합법화됐다. 세종 스마트시티 규제 샌드박스 실증사업에 참여하면서 거둔 성과다.

2020년 엘비에스테크는 장애인 당사자들을 위한 또 다른 서비스를 내놓았다. 지아이 앱의 시각장애인 사용성이 높아지면서 타깃을 휠체어 장애인으로 넓힌 것이다. 도로의 요철, 경사도, 장애물 정보까지 제공하는 ‘지아이휠(G-eye Wheel)’이 그것이다. 그와 함께 지아이와 지아이휠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보행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앱 ‘로드스캐너(Roadscanner)’도 출시했다.

▲ 보행로에 대한 정보수집은 사용자인 장애인 당사자와 엘비에스테크 직원들이 함께 한다.

 

사용자들이 직접 수집한 보행 정보가 자산

시시각각 프로젝트 통해 50개 기관 발맞춰

 

엘비에스테크의 핵심 자산은 보행로 정보다. 도로와 같이 정형화돼 있지 않은 보행로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수천수만의 변수가 있다. 관리의 주체도 뚜렷하지 않다. 땅의 주인이 개인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정보를 수집하는 게 일단 어렵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나 관리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렵다.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엘비에스테크가 생각해 낸 묘수는 ‘이용자와 함께 수집한다’는 것.

“계속 변하는 보행로의 정보를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를 할 것인가 고민하다 생각해 낸 개념이 ‘소셜 매핑’이었습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지도가 아닌, 사용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때그때 사진을 찍어 제공해 주는 정보로 매핑을 하는 거죠.”

지아이플러스나 지아이휠을 사용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이용하는 길의 정보를 제공한다. 장애인의 불편이 바로 앱에 적용돼 개발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다.

‘시시각각’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기관도 소셜 매핑에 함께했다. 시시각각 프로젝트는 ‘각각(各各)의 눈(視)을 모아 장애인의 눈(視)이 돼 준다’는 뜻으로, 시각·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이다. 엘비에스테크를 축으로 서울시, 행정안전부, KT 등 18개 기관 임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광화문ONE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50개 정도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렇듯 수많은 사람들이 눈이 되어 모아 주는 보행로 정보는 엘비에스테크가 꿈꾸는 무장애 시티로 다가서는 지름길이 되게 한다. 그리고 장애인들을 위한 앱 모두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는 엘비에스테크의 수입원이 되기도 한다. 참고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내비게이션 앱으로 지아이와 비견할 만한 미국의 블라인드스퀘어(BlindSquare) 앱은 한 번 다운받는 데 5만5천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지아이앱의 무료 제공은 상당히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엘비에스테크가 기부만 하는 공익기업도 아니다. 엄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므로 그들도 ‘사업’을 한다. 국내 어느 기업에서도 따라올 수 없는 양과 질의 보행로 정보가 그들이 자산이다. 이것을 필요로 하는, 예를 들어 로봇배송을 시도하고 있는 배송업체 등에 제공하고 그 비용을 받는다. 이른바 비투비(B2B) 사업이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마곡스마트시티, 세종스마트시티, 대전스마트시티), 해외(호치민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입도 있지만 데이터 제공으로 수입이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아이 3대장, 지아이플러스-휠-키오스크

‘우문현답’을 가슴에 새기며 현장으로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일종의 비투시(B2C) 비즈니스로 앱 ‘지아이 키오스크(G-eye Kiosk)’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도 있다. 엘비에스가 (‘오로지’) 장애인들을 위해 출시한 지아이 3대장의 마지막이 바로 이 ‘지아이 키오스크’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비대면 주문/결제서비스라고 요약할 수 있는 이 앱은 시각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매장과 메뉴 정보를 제공하며, 비대면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앱이다. 물론 이용자인 장애인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이 시스템에 가입하는 가맹점(매장)은 매출을 기준으로 일정한 비율의 수수료를 엘비에스테크에 지불한다.

어떤 매장이 이 서비스에 가맹할까 싶지만 실제로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업장의 평균 매출이 늘어 긍정적인 반응을 시장에서 얻고 있다. 처음 적용한 세종시에서는 지아이 키오스크 시스템에 가입한 매장의 매출이 28~30% 늘어나기도 했다.

▲ 정보수집용 휠체어

자, 이제 엘비에스테크의 지아이 3대장이 모두 출연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 내비게이션 지아이플러스, 지체장애인이나 휠체어 사용 교통약자를 위한 지아이휠, 그리고 시각장애인도 사이렌 오더를 할 수 있는 지아이 키오스크. 문득 궁금해졌다. 이 앱들을 전국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을까.

기초 데이터, 예를 들어 직진, 우회전, 좌회전 등 기존 구글맵이나 네이버 지도가 제공하는 정보 정도의 데이터는 전국 어디서나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정보, 즉 대로 주변이나 골목골목의 도로 경사나 장애물 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아직은 서울과 인천 송도, 세종시, 대전 지역 정도다. 장애인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시시각각 프로젝트가 그 추동력이 돼 주고 있다. 지아이 서비스 지역과 도로 정보 업데이트 현황은 엘비에스테크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또 하나 따끈한 소식이 있다. SK행복나눔재단의 세상파일팀과 협업해 내놓는 앱 ‘Wheelvi(휠비) with 세상파일’의 론칭이다. 세상파일팀이 현장실사를 통해 모은 도로정보를 반영한 협업 버전인 셈. 11월 21일 론칭한다.

취재를 마칠 즈음, 전동휠체어 한 대가 회의실로 굴러들어왔다. 기본 휠체어에 고프로와 센서를 달고 ‘휠체어를 이용한 보행로 데이터 수집 중’이라는 깃발을 달고 있는 휠체어, 바로 보행로 데이터 수집용 휠체어였다. 엘비에스테크의 직원들은 대표나 말단직원을 가리지 않고 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과 함께 도로로 직접 나가 정보를 수집하러 현장에 나간다. 그들이 가장 큰 좌우명으로 삼는 계명이 바로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애인들과 직접 부대끼면서 자신들의 일에 더욱 큰 보람과 사명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더 열심히 일한다, ‘장애인과 함께 만들어가는 무장애 시티’를 꿈꾸며.

 

“장애인 대상 서비스도 유니콘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터”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

단단한 몸매(그는 2018년도 머슬매니아에서 입상한 전력이 있다)의 이시완(47) 대표는 말을 참 잘한다. 길게 이어지는 설명 중에도 논리나 어법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MBA도 하고 유수의 컨설팅 업체에서 컨설턴트로 ‘날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왜 한국에 들어와 하필 ‘장애인 관련’ 사업을 할까.

“처음에 제가 시각장애인용 앱을 개발한다니까 모두들 의아해했어요. 딱 망할 게 뻔한 사업을 왜 하냐는 눈빛이었어요. 투자도 못 받을 거라는 사람도 많았고요.”

그런데 그는 생각이 달랐다. ‘스타트업이라고 꼭 투자를 받아야 하나. 내 스스로 파이낸싱 하면 되지.’ 하는 생각과 자신도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술력을 증명하는 것. 그래서 기보벤처캠프에 나갔고,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부상이 10억 대출 보증.

당초부터 그는 앱을 팔 생각이 아니었다. “미국에 있을 때 이미 골프용 GPS인 레인지 파인더 기술을 개발한 적 있었어요. 그때 알았죠. 공간 데이터가 곧 돈인 것을.”

그래서 서비스는 장애인들에게 하고 돈은 다른 기업으로부터 벌자고 생각했다. 장애인을 위한 앱을 개발하고, 그 앱을 위한 보행로 정보가 쌓이자 정보를 사겠다는 기업과 투자를 하겠다는 곳이 줄을 섰다.

“보행로 정보가 단지 장애인 내비게이션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 거죠. 수집도 관리도 어려운 보행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것을 분류 관리하는 기술, 그 자체가 바로 미래인 거니까.”

누구나 회의적이었던 장애인 대상 서비스 스타트업이 창업 5년 만에 해외(베트남)에서도 알아주는 미래 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시완 대표의 꿈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장애인의 이동이 절대 자유를 얻는 그곳이다. 지아이가 도보 내비게이션으로서뿐만 아니라 차량용 내비게이션으로 쓰이고, 장애인 차량이 아무 장애 없이 달릴 수 있는 세상, 그곳이 그에게는 완벽한 스마트시티다.

모두가 자유로운 스마트시티를 실현하기 위해,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스타트업도 유니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직원들과 함께 신나게 달리고 있다.

 

*유니콘(Unicorn): 이마에 뿔이 하나 달린 전설 속 동물로, 경제용어로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미상장 신생기업을 일컫는다. 스타트업의 상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