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따로 행정 따로인 장애인 문화향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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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따로 행정 따로인 장애인 문화향유권
  • 편집부
  • 승인 2010.02.19 00:00
  • 수정 2013-02-0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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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행 2년이 다되는데도 변한 것 하나 없이 유명무실한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무력함을 견디다 못한 장애인들이 스스로 권리 찾기에 나섰다. 영화관이나 도서관 등에서 한글자막과 점자책 등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시·청각장애인들이 정보 및 문화접근권을 침해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으로 진정서를 낸 것이다.


 200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사실상 제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일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고용·교육·복지 등 사회 전분야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금지와 정당한 편의제공을 의무화했다. 입법·사법·행정서비스 등을 이용할 때 관련 공공기관은 보조인력 등의 편의를 제공해야 하고 공공기관의 행사에도 장애인의 요청시 수화·문자·음성통역사 등을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관공서가 주관·주최하는 대부분의 행사나 전시에서조차 문자·음성통역사 등을 배치하거나 영상자막 처리 등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공연장·영화관은 휠체어 진입이 어렵고, 휠체어 장애인의 관람석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감 있는 입체영화로 3D 영상혁명이라 일컬어지는 영화 ‘아바타’ 얘기는 딴 세상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공도서관에서는 점자책이나 음성지원이 되지 않아 시각장애인은 도서관마저 제대로 이용하기가 어렵다. 법 따로 행정 따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 2005년부터 경제적 여건으로 문화향유가 어려운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연간 5만원에 상당하는 공연·전시·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화바우처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앞서 지적한 이유 등으로 장애인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속이 없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란 말이 나온다.


 이처럼 기존의 법조차 무시되는 정부정책이 버젓이 집행되고 있지만 누구하나 제동을 거는 이도 없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거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정보통신·의사소통 부문의 차별금지영역 대상이 기존 방송법에 따라 방송물을 송출하는 방송사업자나 공공기관 등으로 제한되던 것이 올해 4월 11일부터 국·공립 문화예술기관·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으로 확대 적용된다. 또 문화·예술·체육활동 부문도 올해부터 국갇지자체 소속 문화재단, 문화예술진흥 및 문화·예술활동 지원기관, 국·공립의 도서관-박물관·미술관·대학박물관·미술관 등에 새로 적용되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엄연히 법을 제정해 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는 유명무실한 행정 탓에 장애인이 더 이상 정보 및 문화접근권을 침해받거나 차별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현실성이 없는 법은 현실에 맞게 개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장애인이 문화향유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다. 차별받은 당사자가 인권위에 진정을 하여야 만 마지못해 개선하는 시늉을 하는 세상이라면 국격을 논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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