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_장애인권리협약 심의 대응 참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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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업]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_장애인권리협약 심의 대응 참여기
  • 편집부
  • 승인 2022.09.02 10:40
  • 수정 2022-09-0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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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언_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모든 장애인들이 권리의 주체임을 알리는 인권협약으로, 우리나라에는 2009년 1월부터 발효되었다. 헌법에 따르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어야 하지만, 아직 협약은 판결에서도, 정책에서도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협약을 관장하는 유엔의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8월 24일~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협약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심의를 진행하였다. 국가보고서에는 정부가 장애인과 관련한 법률과 제도를 빵빵하게 자랑(?)하기 때문에 국가보고서만 보면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고충을 알 수 없어 심의가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법이 미진한 부분, 법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 예산이 없거나 인식이 없거나 둘 다 없는 문제 등을 보고서에 담고, 제네바에 가서 직접 위원들에게 우리나라의 상황을 알려야 한다. 이번에 총 31명의 활동가, 8명의 변호사가 제네바를 함께 다녀왔다. 2014년 1차 때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면서, 이 지면을 빌어 중요한 순간들을 짚어본다.

출국 전 여러 단체가 심의 한 달여 전까지 민간보고서를 제출했다. 장애단체들이 주요 이슈들을 모아 내기도 하고, 장애아동과 이주장애인, 소수장애인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 법률가의 관점에서 미진한 부분을 보충하는 기능의 보고서까지 다양한 보고서들이 제출되어 유엔 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일찌감치 사무국이 구성되어 단위별로 따로 또 같이 준비를 했다. 보고서의 핵심 이슈들을 추출한 로비페이퍼를 준비하고 국가보고관과의 온오프 간담회를 통해 우리의 문제를 최대한 선명하게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8월 21일(일)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와 장애단체들을 연결해 주는 IDA(International Disability Alliance, 국제장애인연맹)와 일정 점검 미팅을 하고, 국가보고관들과도 만나 쟁점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8월 22일(월) 유엔 위원들과 프라이빗 브리핑이 진행되었다. 한국의 장애단체들을 대표하여 9명이 영어로 발표를 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 후 위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단체 채팅방을 통해 담당자를 정해서 최대한 영어로 발표하면서 시간을 아꼈다. 브리핑 후에도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완하여 위원들에게 메일로 보냈다.

8월 23일(화) 발달장애가 있는 로버트 마틴 위원을 만나 후견제도, 발달장애인 가족의 돌봄, easy read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째 날 심의에서 다뤄져야 할 질문들을 정리하고 추려서 위원들께 보내는 작업이 새벽까지 이어졌다.

8월 24(수) 오전 심의 전 국가보고관을 찾아가 통합교육, 장애인등록제와 서비스 종합조사제도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해 드렸다. 그날 아침 어머니가 자폐가 있는 아들을 죽이고 자살한 사건이 보도되어 마음이 무거웠는데, 어느 위원이 연이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사망 사건에 대해 정부 대책을 질의하여 울컥했다. 심의를 마치고 모두 모여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다음 날 심의를 위해 또 밤늦게까지 질문을 정리하였다.

8월 25일(목)~26일(금) 오전 심의는 시간 관계상 서면 답변으로 넘긴 부분이 많았다. 심의 종료 후 다음날까지 최종견해에 담겨야 할 내용과 정부 답변에 대한 반박자료를 정리해서 보냈다.

숨 가쁘게 진행된 심의 대응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어 무척 보람 있었다. 한국에서도 여러분들이 고생해 주셨다. 최종견해가 나오면 또다시 시작이다. 정부가 협약을 잘 이행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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