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 권용덕이 말하는 특수교육 현장_‘힘듦을 넘어서는 즐거움’이 있는 행복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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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사 권용덕이 말하는 특수교육 현장_‘힘듦을 넘어서는 즐거움’이 있는 행복한 곳!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2.08.05 14:23
  • 수정 2022-08-05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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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덕 특수교사/서울인공지능고등학교

권용덕은 특수교사다. 우리나라의 특수교사 2만5천 명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2007년 3월 강동송파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로 처음 특수교육에 발을 들여놓았고, 이후 서울광진학교에서 5년을 발달장애청소년들과 울고 웃으며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서울인공지능고등학교에서 특수학급을 맡아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장애인생활신문>이 그를 만났다. 특수교사인 그는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가 생각하는 특수교육은 무엇인지를 함께 들어보자. <정은경 기자>

 

2만5천 명의 특수교사 중 왜 하필 권용덕 교사를 만났을까. <장애인생활신문> 본사가 자리하고 있는 인천시 구월동에서 권 교사가 근무하는 서울인공지능고등학교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무려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다. 서울지하철 5호선 거여역에 내린 시간은 오전 10시 반, 아직 오전인데도 7월 말의 이글거리는 태양은 고작 350미터를 걸어가는 동안에 기자를 녹초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굳이 기자가 권용덕 교사를 찾아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처음 그를 본 것은 7월 15일 오티즘엑스포장에서였다. 엑스포 부대행사로 마련된 북토크는 그날의 마지막 행사였다. 그래서인지 북적대던 주무대 주변은 다소 한적해졌고, 엄마들로 보이는 관객 몇몇이 작은 책을 손에 들고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맨 앞줄에 팔랑팔랑 퍼머머리가 눈에 띄는 남자가 무언가 메모를 하며 앉아 있었다. ‘VIP’란 명찰을 달고.

그리고 얼마 후 무대에 오른 그는 환한 미소를 띠며 자신을 “16년 차 특수교사 권용덕”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의 책 ‘선생님하고 나는 친하니까’에 나온 제자들과의 에피소드를 재미나게 소개했다. 그와 제자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들으며 그를 한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저렇게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의문이었다.

그와 인터뷰 약속을 잡고 그의 책을 읽었다. 아이들의 대소변을 처리해야 했던 일, 덩치 큰 아이들의 돌발행동에 대처해야 했던 경험 등등, 특수교육 현장의 장면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도 그의 글에는 웃음기가 넘쳐났다. 정말 즐거울까. 두 번째 의문이었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 인공지능고등학교 3학년 9반 교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다음은 권용덕 교사와의 일문일답이다.

편견 없이 아이들을 예뻐하면 즐겁다

할 수 없는 것은 없다. 시간문제일 뿐

 

-아이들하고 생활하는 것이 정말 즐겁나?

“물론이다. 우리 아이들은 정말 예쁘다. 가끔 제가 일반교육에 들어갔을 때를 상상해 보는데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고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애들과는 정말 재미있다. 어이없는 재미 포인트가 많다. 정말 많이 웃는다.

책을 쓴 것도 특수교육은 힘들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세상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특수교육 현장은 굉장히 즐겁고 행복한 곳이다. 물론 아이들 때문에 힘든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또 아이들 덕분에 행복하다. 나는 이것을 ‘힘듦을 넘어서는 즐거움’이라고 표현한다. 특수교육 현장은 딱 그런 곳이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즐겁게 생활할 수 있나?

“아이들을 예뻐하면 된다. 그리고 편견 없이 보면 된다. 아이들과 처음 만날 때 다른 교사나 부모가 이야기해 주는 아이의 정보를 참고는 하되, 일단 처음 본다는 마음으로 편견 없이 보고 나의 입장과 아이의 입장에서 모든 일을 판단하면 된다. 그리고 기다려주면 된다. 할 수 없는 건 없다. 다만 시간의 차이일 뿐.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전반적인 지원으로 해결하면 된다. 특수교육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저 아이는 이건 못할 거야.’라고 단정하는 것이다. 미리 단정하지 말고 할 수 있게 하면 된다.”

 

특수학교, 특수학급 선택

기준은 아이와 가정의 상황

교사와 학교 수 늘리고,

행정업무 부담 덜어주었으면

 

-특수교육이란 문제로 이야기를 옮겨가 보자. 특수학급,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통합학급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각각의 유형에 따라 적합한 아이들이 따로 있나.

“우리가 보통 장애가 심하면 특수학교에 가고, 장애가 심하지 않으면 특수학급에 간다고 생각하는 데 꼭 그렇지는 않다. 아이들의 상황과 집안의 상황 등을 고려해 당사자와 가족이 결정하는 부분이다.

특수학교는 분리된 공간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므로 통합의 기회가 적다는 단점이 있지만 모든 교사가 특수교사이고 시설이 더 전문화되어 있으므로 전문적인 지원이 더 많이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손이 많은 가는 아이들’, 즉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은 특수학교가 더 맞는 것 같다.

반면에 특수학급은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학교를 다니므로 통합의 기회가 주어진 교육이다. 통합 환경이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점은 같은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학교생활을 하는 당연한 권리를 누린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통합교육이 추세이긴 하다. 그런데도 지금도 특수학교를 계속 짓고 있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필요성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아이나 가정의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상적인 생활, 예를 들어 대소변 훈련이 안 되어 있다거나 지적장애가 너무 심해 언어적 소통이 잘 안 되는 친구들은 훨씬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고, 그래서 그런 아이들은 특수학교에 가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리고 학급에 갈 경우 가정에서 부담해야 할 돌봄이 더 크다. 특수학교의 경우 스쿨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비장애 학생들과의 갈등 상황으로 인한 문제도 일어나지 않으며, 방과 후 프로그램도 운영하므로 가정의 부담은 줄어든다. 그러므로 맞벌이 부부라든가 한 부모가정 같은 경우에는 특수학교에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좀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용한 아이들을 위해 특수학교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모든 현장, 즉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특수교육지원센터를 다 경험해 보았으니 현장의 문제점을 가장 뼈저리게 느꼈을 것 같다. 우리 특수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세 가지만 꼽으라면 어떤 것들인가.

“전문인력 지원의 부족, 과도한 행정업무, 부족한 학교와 학급을 들 수 있다. 전문인력의 부족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오는 문제다. 교실에서 특수교사 혼자 감당해야 할 상황이 너무 많이 생겨나면 그 상황을 적절히 해결할 수 없게 되고, 그로부터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조인력 투입이란 방안이 흔히 언급되는데, 나는 그보다는 교사의 수를 늘렸으면 좋겠다. 그것이 힘들다면 대안으로 학급당 인원수를 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도한 행정업무는 일반교사들도 호소하는 문제이지만, 특히 특수학급의 경우 특수교사의 수가 적다 보니 부과되는 업무의 양도 그만큼 많아진다. 게다가 특수학급의 경우 특수교육 관련 업무 외에 일반 업무도 주어진다. 그래서 요즘은 행정전담교사가 배치되기도 하는데, 아무튼 과도한 행정업무 때문에 부대낄 때가 많다.

앞서도 말했듯 통합교육이 추세이긴 하지만 특수학교에 가야 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있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서울만 해도 특수학교가 없는 구(區)가 있다. 통학 거리가 한두 시간 되는 게 다반사다. 특수학교를 더 많이 지어 집 가까이에 우리 아이들이 갈 수 있는 특수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

 

특수학교, 재미있고 웃을 일 많아

특수학급, 아이들 진로 지도에서 보람

 

바느질하는 선생님. 권용덕 교사의 책상에는 늘 반짇고리가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의 터진 바지를 꿰매는 것도 선생님의 몫이다.

-개인적으로 특수학교, 특수학급, 특수지원센터 세 현장 중 어디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 같은가.

“모두 각각 장단점이 있다. 특수학교는 특수교사끼리 근무하는 곳이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고 심리적으로도 편하다.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장애가 좀 더 심하다 보니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은 더 많은데 반면, 재미있고 웃을 일이 더 많다.

특수학급은 많은 일반교사들 사이에 특수교사가 1~3명 정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좀 외롭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특수학교와는 조금 다르게 아이들이 취업도 많이 하고 대학에도 진학하는데, 이런 과정을 지원하고 함께하는 게 꽤나 즐겁다. 이전 학교(경기고등학교)에서는 장애학생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 운영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전문성도 좀 생겼다.”

 

-발달장애학생의 진로 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이들의 취향과 적성이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아이들이라면 그에 맞는, 예를 들어 바리스타 같은 서비스직을,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아이라면 사무직을 연결해 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을 잘 관찰하고 그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요즘은 진학을 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진학이라면 대학 입학을 말하나.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대학이 국내에 몇 개나 되나.

“인가 대학(학사 학위가 수여되는 대학)은 많지 않지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리고 비인가 대학도 여럿 있다. 대표적인 인가 대학은 나사렛대학교 브릿지학부다. 그리고 최근에는 협성대학교, 안산대학교 등에서도 우리 학생들에게 학위를 주는 전공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비인가 대학으로 오래된 학교로는 호산나대학이 있고, 복지관 형태의 대학, 예를 들어 성분도대학 같은 데가 있다. 호산나대학은 전공이 좋다. 10년을 내다보고 비전 있는 직무를 중심으로 전공을 만들었다.

또 한 곳 특기할 만한 곳은 인천 재능대학교다. 재능대는 2022년부터 특수학교에 있던 전공과를 대학 내에 설치했다. 전공과는 어차피 고등학교 졸업 자격이 있어야 가는 것이므로 대학에 설치하면 왜 안 되나 하던 문제 제기가 반영된 첫 결실이다. 전공과는 전액 무료이므로 장애학생이 비장애인 대학생과 통합된 환경에서 대학교육을 받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제 장애학생들도 진학이냐, 취업이냐 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학생이 진학을 하면 좋고, 어떤 학생이 취업을 하는 게 좋을까 하는 문제에 진로교육 전문가로서 어드바이스를 한다면?

“기준은 간단하다. 아이가 원하는 진로를 함께 따라가고 지원하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한때 ‘장애학생에게 고등교육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 질문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이 질문은 ‘필요하다’와 ‘필요하지 않다’라는 두 가지 대답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를 질문 안에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교육 우선 국가에서 어느 누가 어느 계층에게 고등교육이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를 물어볼 수 있겠는가. 이는 차라리 ‘장애인에게 필요한 고등교육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장애학생이 대학을 갔을 때 그가 대학교육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이라는 수준에 걸맞은 커리큘럼 개발이 한 예다.”

오티즘엑스포 북토크 현장에서의 권용덕 교사.

교사 권용덕은 공공재 같은 사람이고파

모두가 힘들이지 않고도 힘들지 않게

 

-이야기가 다소 무거워졌다. 다시 교사 권용덕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교사 권용덕은 어떤 교사인가.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부하고 노력하고자 하는 사람, 그런 과정에서 만족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사람,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살아가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 손 내밀면 언제든 손잡아 줄 수 있는 공공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현재 가장 이루고 싶은 일과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내 꿈은 나의 작은 능력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바로 여기에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즐겁다. 인생의 목표라면 모두가 힘들이지 않고도 힘들지 않게, 다 같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내가 오늘 열심히 사는 이유다.”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인터뷰가 예정보다 길어지고 가볍지만은 않은 화제가 오갔지만 해맑은 미소가 아름다운 특수교사 권용덕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대화를 이끌어갔다. “꼭 무엇이 될 필요는 없어/하지 못하면 큰일 날 일도 없지. / (중략) /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는,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오가는, / 이미 넌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야”라고 발달장애청소년, 자신의 ‘예쁜 제자’를 노래하는 그는 사랑으로 빛이 나는 사람이었다.

 

권용덕과 아이들의 행복한 교실을 그린 에세이

『선생님하고 나는 친하니까』

 

권용덕 교사의 에세이집이다. 이 책의 부제는 ‘15년 차 특수교사와 아이들의 환장하게 행복한 하루들’이다. 이 책 속에는 부제가 말하듯, 선생님 권용덕과 그의 제자인 수길, 민권, 대우, 민서, 학수, 영석, 수원 그리고 2학년 1반 아이들이 학교에서 그려내는 우당탕탕 좌충우돌 일상들이, 짧고 유쾌한 문장으로 그려져 있다. ‘늘 뽀송뽀송한’ 수길이가 선생님 얼굴의 땀을 닦아주던 손수건, 그런데 어느 날 화장실에서 마주친 수길이는 볼일을 본 뒤 그곳을 그 손수건으로 닦더라는! 학기 내내 선생님과 함께 다이어트를 해 25kg을 감량한 200kg의 지하철박사 민권이가 여름방학 25일 동안 25kg이 다시 늘어왔더라는! 이런 에피소드들 사이에 발달장애청소년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선생님 권용덕의 모습이 생생하게 들어있다.

처음 집필 제의를 할 때 출판사 측에서는 ‘좀 긴 호흡에 진지한 글’을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 권용덕은 ‘재미난 책’,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읽으면서 특수교육 현장이 재밌고 행복한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톡톡 튀는 단문으로 짧은 글들을 여럿 엮어 ‘환장하게’ 행복한 그의 교실을 보여주고 있다. (소소한소통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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