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정부는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에 대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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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정부는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에 대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라
  • 편집부
  • 승인 2022.07.06 09:58
  • 수정 2022-07-06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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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에 대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라

우리는 며칠 전,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T4 장례식에 다녀왔습니다. 우리 당사자들 모두 비통한 마음으로 돌아가신 발달장애인과 부모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곳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덜 되고 있다는 것이 조금 슬펐습니다. 부모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슬퍼했지만, 우리 당사자의 삶과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추모식을 끝까지 지키는 것으로 우리의 마음을 전하고 애도했습니다. 

많은 기사들이 “발달장애인은 키우기 힘들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해야 합니다. 발달장애인이기에 양육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사회가 당사자의 가족에 대한 지원, 당사자의 자립을 상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힘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발달장애인이라서 죽거나 죽임을 당했다고 더 이상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발달장애인이 가족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바꾸어야 발달장애인도 그 부모도 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삶은 돌보는 사람의 고통과 같게 이야기됩니다. 하지만 돌보는 사람의 고통과 힘듦이 발달장애인의 삶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죽는 순간에 정말 죽고 싶었는지 아니면 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설령 발달장애인이 부모와 함께 죽고 싶은 마음을 가졌다고 해도, 그것이 죽음을 선택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지금 나오는 이야기들이 발달장애인의 삶이라고 사람들이 이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분명 부모와는 다른 각자의 삶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인 우리가 살면서 어떤 기쁨, 슬픔, 두려움, 괴로움, 즐거움을 가지고 있는지는 우리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은 너무나 간단한 정보입니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다가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기사를 보니 죽은 당사자는 장애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사회의 편견, 제도의 장벽 때문에 아마 쉽게 장애등록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들이 도움이나 지원을 왜 받지 못했는지, 무엇이 그들을 고립되도록 만들었는지 같은 것들은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의 부모가 열심히 싸워 만든 제도들이 왜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못했을까요?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살 수 있을지, 사회는 그 순간들을 질문하고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아는 것이 국가가 발달장애인 살해와 그 장애부모의 죽음에 '책임'을 지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피플퍼스트의 구호처럼, 발달장애인은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입니다. 
단순히 ‘돌보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서’로 더 이상 우리의 존재가 이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더 이상 죽음으로 몰리지 않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2022년 7월 5일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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