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기에 내일이 더 빛난다 카페 ‘빛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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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기에 내일이 더 빛난다 카페 ‘빛나당’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2.06.09 09:31
  • 수정 2022-06-09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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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찾은 금요일 오후 2시 30분 카페의 운영시간이 30분밖에 남지 않았던 시간임에도 빛나당은 손님들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커피머신 돌아가는 소리로 분주했다. 시각장애인도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정교함이 기본인 제과제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 일주일에 딱 이틀, 2시간씩 문을 여는 특별한 카페, ‘빛나당’을 소개한다.

 

일주일에 두 번, 단 두 시간

향긋한 커피향과 달콤한 디저트를 만나다

 

지난해 12월 광명(光明)원이라는 시설명의 앞 두 글자와 카페 활동에 참여하는 이용인들의 미래가 밝게 빛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카페 ‘빛나당’에는 시각장애인 바리스타와 제과제빵사가 함께 하고 있다.

카페 매출에 많은 지분을 가진 구움과자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정선우 씨와 수줍음은 많지만, 평소 카페 운영에 관심이 많아 모든 일이든 재미있어 하고 즐겁게 일하는 임지혜 씨,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늦게 합류했지만, 그 공백을 채우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는 유쾌한 김성탄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지금은 외부 취업으로 함께 일하지 못하지만 안 보이는 곳에서 영업준비부터 카페의 분위기를 책임질 선곡까지 직접 챙기던 지애림 씨의 노력이 모여 지금의 ‘빛나당’을 만들었다.

현재 ‘빛나당’은 화요일과 금요일 주 2회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만 문을 연다. 구움과자는 당일 전량 판매를 목표로 월요일과 목요일에 다음날 판매될 양만큼 미리 만들어 주고, 계산대와 커피 추출, 음료 제작으로 담당을 나눠 주마다 돌아가며 전체 업무에 이용인들이 모두 능숙해질 수 있도록 참여하고 있다.

처음 문을 연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따뜻한 음료를 위주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핫초코를 위주로 판매했으며,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부터는 이용인들이 능숙해진 만큼 제빙기를 구매해 아이스 음료를 추가하며, 메뉴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은 녹차라떼와 스무디, 에이드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오면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이 올라간 다양한 음료를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혜광학교 학생과 교직원, 아이드림 근로인 및 직원, 광명원 이용인과 직원을 위주로 판매되고 있지만, 소문을 듣고 외부에서도 찾으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만큼 외부에도 홍보를 통해 빛나당을 소개하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최근 들어 장애인의 직업 선택 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안마사’ 외의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정확한 계량과 정밀한 작업이 필요한 바리스타나 제과제빵은 작업 대부분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다 보니 시각장애인에게는 불가능의 영역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명선목 광명복지재단 이사장과 임남숙 광명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평소 이용인들의 자립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특히 직업재활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명선목 이사장과 임남숙 원장은 이번에도 시각장애인들의 도전을 응원하며, 광명원 프로그램실 한편에 공간을 마련하고 커피머신과 제과제빵을 위한 기기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줌으로써 지금의 ‘빛나당’이 문을 열게 됐다.

명선목 이사장은 “지난해 광명원 자립 프로그램 중 하나로 시작된 바리스타와 제과제빵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정선우 군이 제과 자격증을 취득했고, 또 그 결과물들이 너무 좋은 것을 보고 이러한 재능을 단발성 활동으로 끝내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다.”며, “평소에 장애인이라고 해서 혜택이나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라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광명원 이용인들은 물론 혜광학교 학생들에게도 누누이 이야기한다. 국가와 사회, 또 학교와 지역에서 받은 혜택을 바탕으로 자신의 능력을 키워 다시 그것을 사회에 돌려주는 삶을 실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여기에 빛나당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양경숙 교사와 지역자활센터의 참여자로 카페사업단을 통해 카페 영업의 경험이 있는 손지희 사무원이 음료 제작과 커피머신 작동법 등을 돕고 있으며, 한은천 사무국장 역시 카페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총괄 관리를 지원하는 등 이용인들의 자립을 위해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은 광명원 내에 있는 작은 카페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외부에 독립적인 공간에서 카페를 오픈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인건비와 재료비를 제외한 수익금은 다시 환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자립과 더불어 사회에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할 기회를 주고, 또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 빛나당이 가지고 있는 최종 목표다.

세 명의 이용인을 비롯해 빛나당을 지원하고 찾는 모든 사람은 입을 모아 꿈을 위한 도전에 신체적 장애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도전하는 나와 응원하는 네가 함께할 때 우리의 내일은 더 빛날 것이다.

 

인터뷰

“노력으로 이겨내지 못할 장애는 없다고 생각해요”

빛나당을 더욱 빛나게 하는

정선우-김성탄-임지혜 씨

 

(사진 왼쪽부터) 김성탄, 임지혜, 정선우 씨

빛나당의 디저트를 담당하고 있는 정선우 씨(23세)는 시각장애인도 제과제빵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것 같아 무엇보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제가 처음 제과제빵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이 믿지 못하셨어요. 계량의 정확성이 중요한 제과제빵의 특성상 시각장애인은 힘들다는 생각 때문이었겠죠. 그래서 어쩌면 더 악착같이 연습했던 것 같아요.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할 수 있다는 것을요.”

실제로 선우 씨의 스콘과 마들렌은 음료와 함께 고객들이 꼭 찾는 인기 상품이다.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은 꼭 다시 찾고 있다고…. “껍질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게 만드는 게 스콘의 기본인데, 그 맛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들을 해주고 계세요. 처음 제과제빵을 시작했던 계기도 체험학습을 통해 만든 케이크를 주변에 감사한 분들에게 선물했을 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도 제가 만든 스콘과 마들렌 등을 맛있게 드시고 또 사러 오시는 분들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솟는 것 같아요.

이런 선우 씨에게도 약점이 있으니 바로 ‘마카롱’ 만들기다. “마카롱은 머랭 치는 타이밍과 건조하는 시간이 중요한데, 아직 마음에 들게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 역시 계속해서 시도하고 노력한다면 결국 성공하지 않을까요?”(웃음)

앞으로 외부 카페에서도 일할 기회가 생겨서 현장 체험도 하고, 카페를 운영하는 방법 등을 배워 훗날 개인 카페를 오픈하고 싶다는 정선우 씨와 그날이 오면 꼭 방문하겠다고, 그래서 그때는 완벽해져 있을 선우 씨의 마카롱을 맛보겠다고 약속했다.

기자가 전한 명함에 찍힌 점자를 읽던 김성탄(22세) 씨는 “아, 차미경 기자님. 기사를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아주 좋은 기사를 많이 써주시던데요.”라며,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기자 역시 절로 웃음이 났다.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고, 음료를 제조하다 보면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지만, 몸이 바쁘니까 사회생활의 맛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성탄 씨는 제일 마지막으로 빛나당에 합류했지만, 열정만큼은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 ‘긍정맨’이다.

“원래는 안마를 전공으로 삼았었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카페 일도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해 주셔서 도전하게 됐어요. 다른 멤버들하고는 달리, 전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고 아직 모든 게 서툴기는 하지만, 그래도 빛나당을 찾는 손님들과 소통하고 활기차게 보내는 이 시간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계산하는 일은 너무 복잡해서 음료 만드는 것이 그나마 가장 잘 맞는 것 같다는 성탄 씨는 커피를 내릴 때 물의 양에 따라 커피 맛이 미세하게 바뀐다며, 물 조절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전문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습을 많이 해서 커피 자격증을 따는 것에 도전할 계획이에요. 그럼 지금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손님들한테 대접할 수 있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빛나당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니, 아무나 언제든 오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더욱 노력해서 더 맛있는 커피를 대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을게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임지혜 씨는 나이를 묻는 말에 여자의 나이는 비밀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빛나당에서 라떼를 가장 잘 만든다는 지혜 씨는 자신만의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내는 노하우에 대해, ‘타이밍’의 싸움이라며, 우유 온도가 올라가는 동안 적당한 타이밍에 스팀기와 손목 스냅의 조화를 맞추는 것이 부드럽고 풍부한 거품을 내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현재 광명원 내 아이드림에서 근무를 하는 지혜 씨는 아이드림 일도 소중하지만 빛나당에서 일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자신이 만든 음료를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쪽 일이 자신에게 더 행복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 계속 카페 일을 배우고 싶고, 기회가 되면 외부 카페에도 취직해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저만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를 차리고 싶어요. 선우처럼 제빵을 배워서 디저트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그리고 그곳을 찾는 어르신들께 무료로 커피나 차를 대접해 드리면서 제가 광명원에서 받았던 나눔을 되돌려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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