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또 한 명의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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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또 한 명의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해당했습니다.
  • 편집부
  • 승인 2022.05.02 17:28
  • 수정 2022-05-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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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발달장애인 A씨를 추모하며

또 한 명의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해당했습니다.

- 고인이 된 발달장애인 A씨를 추모하며 -

 

발달장애인이 살해되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역사회 내 발달장애인 하루 최대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의 생존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달장애인이 처참하게 살해된 후 백골이 된 상태로 발견되면서, 우리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금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5월 2일, 김포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2명, 살인방조 및 사체유기 혐의로 2명을 각각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경 인천시 남동구에서 발달장애인 A씨를 살해한 뒤 경기도 김포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A씨와 공동 거주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실효성 있는 발달장애인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A씨는 제대로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이 세상과 작별을 해야 했다. 그리고 백골이 된 채 발견될 때까지 이 세상 그 누구도 A씨의 부재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와 같이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살해되거나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일이 매년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또한 며칠 전에는 중증 발달장애인이 전북의 한 축사에서 30여 년간 노동력을 착취당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중증 발달장애인 B씨는 전북의 한 농장에서 1992년부터 일하기 시작했는데, 그의 통장에 남은 돈은 고작 9만2천 원이 전부였다고 한다. 장애인연금 등 많게는 매달 90여만 원의 보조금이 입금됐지만, 이마저도 사라졌다. A씨의 가족은 노동력을 착취한 농장주를 경찰에 고발하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이 30여 년간 숙식은 축사에 딸린 건물에서 해결했으며, 끼니는 대부분 밥과 김치가 전부였다고 한다.

 

이와 같이 발달장애인이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사건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수십 년간 반복되는 전체 사망 사건은 차치하고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이후의 사망 사건만 살펴보더라도, 2020년 3월 제주, 4월 서울, 6월 광주에서 발달장애인이 부모에 의해 살해됐으며, 8월, 9월, 10월, 12월 서울에서는 시설이 휴관돼 집에만 머물던 발달장애인이 추락하거나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21년의 사건들을 살펴보면, 3월 경기에서 발달장애인이 실종 후 사망했으며, 11월 전남에서는 발달장애인이 부모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3월에는 경기에서 발달장애인이 부모에 의해 살해되는 2건의 사건이 같은 날 벌어졌다. 발달장애인의 노동력 착취 사건을 살펴보면, ‘염전 노예 사건’, ‘타이어 수리점 노예 사건’, ‘잠실야구장 노예 사건’, ‘사찰 노예 사건’ 등 이러한 범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이렇듯 발달장애인이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지역사회 내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지난 수십 년간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의 책임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해왔다. 그러다 보니, 지원의 책임을 견뎌내지 못한 부모가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던 가족마저 세상을 떠난 경우, 제대로 저항도 못해보고 살해되거나, 염전, 가두리 양식장, 축사 등 외딴 곳에 끌려가 평생 ‘노예’ 생활을 강요받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서로 죽고 죽이는 세상, 우리의 소중한 자녀들이 누군가의 돈벌이로 전락하는 세상, 우리는 이런 세상을 우리의 힘으로 끝낼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꿈쩍도 안 하던 사회이기에, 우리는 모든 걸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19일에는 장애인부모 등 556명이 삭발식을 진행했으며, 20일부터 발달장애인부모 네 명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제 곧 환갑을 바라보는 장애인부모들이 13일째 단식을 하다 보니,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멈추지 않고, 멈출 수도 없다. 그 이유는 발달장애자녀가 ‘노예노동’을 당하지 않고,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수위 근처에 있는 경복궁역사 지하 2층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일 오전 11시에는 인수위 앞에서 ‘매일 결의대회’를 개최한 후 인수위에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오늘(5월 2일)로 11번째 면담요청서를 전달했으며 곡기를 끊은 부모들이 목숨을 걸고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투쟁하고 있지만, 인수위는 이러한 국민의 외침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발달장애인의 살해사건, 그리고 ‘노예사건’을 끝내기 위해서 차기 윤석열 정부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직접 만나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부모들은 죽기 위해서 단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 단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기 윤석열 정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발달장애인 지원정책 마련을 위해 우리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그리고 30여 년간 축사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한 발달장애인 B씨가 하루 빨리 본인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살아서도 외로웠고, 죽어서도 백골이 돼서야 발견될 수밖에 없었던 발달장애인 A씨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우리는 차기 윤석열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24시간 지원체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

둘째. 반복되는 발달장애인의 노동력 착취 사건을 막기 위해서, 발달장애인 생활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노예사건’에 대한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셋째. 이 세상에 죽임당해 마땅한 존재란 없다. 발달장애인이 죽임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라!

넷째. 실효성 있는 ‘제2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마련하라!

 

2022년 5월 2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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