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위한 행진곡-인천안마수련원 졸업식을 바라보며
상태바
이별을 위한 행진곡-인천안마수련원 졸업식을 바라보며
  • 편집부
  • 승인 2022.03.24 09:29
  • 수정 2022-03-24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식(노을) / 시각장애인 안마사

인생의 황금기에서 마주친 실명의 암흑은 탄탄대로이던 그대들의 삶을 절망의 벼랑 끝으로 휘몰아 갔습니다. 몸서리쳐지던 어둠의 일상에서 그려보는 희망은 울분 속에 삭여가는 자학의 피눈물이었습니다. 아찔한 두려움 속에 내딛는 걸음마다엔 수만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고 곳곳에서 삐져나온 복병의 장애물들로 그대들의 온몸은 어디 하나 성한 데 없는 상처투성이가 되어갔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감염병의 현실은 서러움으로 위축된 가슴마다 두려움의 돌덩이를 하나 더 얹어놓았고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 하나 기대할 수 없는 막막한 삶의 현실은 오로지 한 길, 죽음을 향해서만 흐트러진 발길을 휘몰아 가고 있었습니다.

술잔을 비우고 눈물샘도 비웠습니다. 희망을 버리고 기백마저 버렸습니다. 그저 그렇게 넋이 빠진 빈 껍데기로 말라가던 그대들의 귓가로 어느 날 문득 재활이란 낯선 단어가 어렴풋이 빗겨 듭니다.

사랑하는 아내의 저 여린 어깨에서 나 하나의 무게만이라도 덜어낼 수 있다면. 직장과 가정을 고루 살펴야 하는 남편의 불안한 눈길에서 내 시름의 무게만이라도 덜어낼 수 있다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흰 지팡이를 휘둘러가며 ‘안마수련원’의 문가를 들어서던 그대들을 기억합니다.

실명 전 오랜 사회생활로 굳어진 삶의 방식을 바꿔보려 무던히도 애쓰던 당신들의 눈물겨운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남의 도움 없이는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던 그대들이 서로 도와가며 세상 사는 방법을 익혀갔습니다.

이제껏 원망만으로 바라보던 세상을 향해 자립의 터전을 닦고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되는 삶을 모색해 가게 된 것입니다. 경로시설에 기거하시는 어르신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그간 배우고 익힌 안마술로 시원하게 풀어드렸습니다. 직장생활에 지친 발달장애 친구들의 피곤한 온몸을 어루만지며 그대들의 약손은 그 값진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이제 그대들 앞엔 무한 경쟁의 냉혹한 세상만이 펼쳐져 있습니다. 두려움의 서툰 몸짓으로 뒷걸음질 쳐가든 내일을 향한 힘찬 날갯짓으로 훨훨 나래 쳐가든 선택은 이제 온전히 그대들의 몫이 된 것입니다.

부디 화려하진 않으나마 쉼 없는 날갯짓으로 넘어져도 곧바로 일어서는 지치지 않는 오뚜기가 되어 내일을 향해 전진해 가주십시오. 언제나 어디서나 진심으로 성원하는 우리 모두의 기도가 늘 그대들과 함께할 것이기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