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서울교통공사 언론공작 문서에 경악한다.
상태바
(성명)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서울교통공사 언론공작 문서에 경악한다.
  • 편집부
  • 승인 2022.03.17 10:19
  • 수정 2022-03-17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서울교통공사 언론공작 문서에 경악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서울교통공사가 작성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제목과 내용을 접하면서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서울시 및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분노를 금치 못한다.

서울교통공사 직원게시판에 올라온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제목의 문서는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에서 공식적으로 작성했다.

2001년 오이도역 지하철에서 일어난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건을 계기로 오랜 투쟁을 한 결과, 2005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어 법 3조에는 ‘이동권’이 명시되었다. 오이도역 추락참사로부터 21년, 법에 ‘이동권’이 명시된지로부터 17년째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시민으로서 가장 기초적으로 누려야 할 이동할 권리조차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게 2022년 장애인의 현실이다.

그래서 전장연은 2021년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시작으로 법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는 것은 예산이 반영되어야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해왔다. 오늘 17일을 기준으로, 69일째혜화역 지하철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출근길 지하철탑시다’ 캠페인을 23차례 진행하였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의 외침을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로 언론 공작하였으며, 언론은 이를 받아서 보도하였다. 그 결과, 일부 시민들이 ‘장애인이 죄없는 시민 발목 잡는다’며 지하철에서 온갖 욕설을 퍼붓고, 전장연 홈페이지와 SNS는 혐오와 협박으로 넘쳐났다.

공공기관의 언론팀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속담까지 사용하며 전장연을 악의적으로분석했다. 또한 장애인언론 ‘비마이너’는 ‘당(전장연) 기관지’라며 언론으로서의 존재를 깎아 내리고 모욕하는 내용을 가감없이 공개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교통공사의 실점은 최소화하고, 전장연의 실점은 디테일하게 찾고, 법적 대응은 승리가 확실할 때 시행하고, 물밑홍보를 펼치되, 직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응하자’는 다섯가지 지침까지 마련하였다.

우리는 서울교통공사의 언론공작 문건을 접하면서 대한민국 사회의 무관심과 서울시 및 서울교통공사 그리고 정부의 무책임에 분노를 넘어 두려움을 느낀다. ‘욕의 무덤 속이 아니라’, ‘권리를 외치는 삶의 막다른 절벽’이 두렵다.

우리의 요구는 법에 명시된 권리를 지키라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는 법에 명시된 법적 권리를 지키라는 것이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는 서울교통공사(교통사업자)가 이행해야 할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공사는 이제까지 이에 대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으며, 수많은 역사에서 발생한 장애인의 죽음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는커녕 책임이 없다며 장애인의 피를 지우는데 급급했다.

장애인 또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다. 그러나 공사가 이야기하는 시민에 장애인의 존재는 없다. 이것이 이번 문건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우리의 요구는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라는 것이었고, 이에대해 공사는 분명한 법적 책임이 있다.

공사가 지난 과오에 대해 빠르게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히면 되는 문제였다. 그러나 공사는 이를 ‘장애인과 시민의 싸움’으로 편가름하는 언론플레이 전술을 짜는데만 급급하고 있었다.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장애인과 시민의 싸움’으로 만든 것은 바로 공사다. 이번 문건이 바로 그 증거다. 공사는 “힘든 싸움이지만 ‘디테일’ 찾아내기로 승부”해야 한다면서 “선 넘는 쪽이 진다”고 했다(2쪽). 하지만 공사야말로 존재하지도 않는 선을 만들고, 선을 넘어도한참을 넘었다. 이것이 공공기관이 할 행태인가?

최근 공사는 2024년까지 모든 지하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과연이 약속 또한 지금 당장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언플용’임이 드러났다. 공사는 문건에서 장애계의 요구에 대해 “근본적문제 해결이 어려운만큼 이동권 논의에서 공사가 이슈를 선점할 가능성은 매우 적음”(15쪽), “교통약자 위한 서비스는(실효성이 있든 없든) 언플용으로 좋은 소재”(16쪽)라고 밝혔다.

과거 우리(장애인이동권연대)는 오이도역(2001), 발산역(2002) 리프트 추락참사에 대해 서울시의 공식사과와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며 39일간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단식 농성과 지하철로 점거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2022년 이명박서울시장은 ‘서울시 장애인이동권보장 종합대책’에서 2004년까지 100%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지하철 건설 본부가 46개 역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여 이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2015년 12월 3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선언’에서 ‘2022년까지 1역사 1동선 100% 설치’를 약속했으나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약속에 따르면 모든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어야 할 2022년 바로 올해, 서울교통공사는 또다시 2년 후로 약속을 유예했다. 그러나 이번 문건을 통해 서울교통공사는 이 약속조차 전혀 지킬 의지가 없음을 낱낱이 알렸다. 이 모든 약속은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덮기 위한 ‘언플용’이었던 것이다.

무책임한 서울시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우리는 먼저 서울시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을 두 차례나 어긴 것에 대한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한다. 오늘서울교통공사의 언론공작 문건의 출발은 문건에도 명확하게 나타나듯 서울시의 무책임에 있다.

우리는 서울교통공사의 언론공작 문건 작성이 홍보실 언론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 아님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공개적인 방식으로 공식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

마지막으로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전장연을 죽이기 위해 작성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지침을 즉각 폐기하고,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전장연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전장연의 캠페인이 불법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교통약자 모두에게 안전하고 편리하게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지하철로 만들기 위한 21년의 외침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길 요청한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즉각적인 답변을 기대한다.

요구사항

-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공개사과하고, 책임지고 사퇴하라!

- 서울교통공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손배소를 철회하라!

- 서울교통공사 오이도역, 발산역 등 리프트 추락참사공간 추모비 설치하라!

- ‘서울시는 2차례 장애인이동권보장 2차례약속 미이행을 공개사과하라!

- 서울시는 장애인이동권을 완전보장하라!

2022. 3. 17.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