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전문 연예기획사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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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전문 연예기획사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2.03.11 13:04
  • 수정 2022.03.11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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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중문화 산업은 세계를 상대로 승승장구 중이다.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인이 보는 콘텐츠가 되었으며 오영수, 윤여정, 이정재 그리고 정호연 배우는 미국의 유명 시상식에서 배우상을 받았다. BTS는 행보마다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다.

한편, 대한민국엔 스타를 만들기 위한 약 2천여 개가 넘는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가 존재한다. 그중 장애인 아티스트를 위한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는 몇 개가 될까. 인터넷에 장애인 전문 연예기획사를 검색하면 딱 한 회사가 뜬다.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다. - 배재민 기자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 장애계의 SM-하이브를 꿈꾸다

 

한국 최초의 장애인 연예기획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10월에 현 국가대표 파라아이스하키 감독인 한민수 감독과 YTN 아나운서 출신인 차해리 대표가 만나 설립했다. 한민수 감독은 평창 패럴림픽 당시, 파라아이스하키로 동메달을 따고 모델로 패션쇼를 서고 광고를 찍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다 서울 패럴림픽 30주년 기념행사에서 당시 아나운서였던 차해리 대표와 친분이 생긴다. 그들은 한국에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을 위한 매니지먼트 사업이 없음을 알게 되고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현재 홈페이지 기준 21명의 아티스트가 소속되어 있다. 시작은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의 활동을 위해서였지만 대중문화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아티스트들이 많아서 한분 한분 모시다 보니 모델과 댄서가 포함된 종합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다.

2022년, 한민수 감독은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게 되어 차해리 대표 혼자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다.

 

해외 ‘제베디 매니지먼트’가

참고 모델…그 외 한국의 다양한

기획사의 마케팅 전술 벤치마킹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는 2017년 영국에서 설립된 제베디 매니지먼트를 롤모델로 삼았다. 제베디 매니지먼트는 장애인과 트랜스 및 논 바이너리 모델들을 위한 회사다. 구찌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에 장애인 모델들을 배출했다. 500명이 넘는 소수자 모델들이 계약했으며 유럽 전반에 걸쳐 미국과 호주에 진출한 회사다.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 측은 “소속 아티스트들이 많을수록 일감을 받고 협상을 하는 데 중요하다는 아이디어를 얻어 지금은 인원수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인원수를 확보하고 제베디 매니지먼트처럼 적극적으로 명품 브랜드에 어필해서 소속 아티스트들을 광고모델로 발탁시키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장애인들이 주요 아티스트인 것 외에는 한국의 다른 기획사들과 차이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의 유명 기획사들의 주요 전술들을 참고해서 사용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있어 아직 비장애인들과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며 그들만의 노하우를 매뉴얼화하고 있다.

 

여전히 보수적인 방송계와

장애인들에게 열려있는 광고계

“전 세계의 장애인구가 15%라면 TV를 틀었을 때 15%의 확률로 장애인이 나와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 측의 말이다. 하지만 TV에서는 장애인을 보기 힘들다. 지금 할리우드에선 장애인 역할엔 장애인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이 추세다. 2022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 ‘코다’에 출연한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는 얼마 전 미국배우조합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 방송계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방송계에선 장애배우의 섭외에 대해 좋다고는 말하나 연기에 대한 레퍼런스가 없어 주저한다. 또한 레퍼런스가 있다고 해도, 문제가 생기면 복잡해질까 봐 괜히 긁어 부스럼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주연 배우도 아니니 찍다가 다쳤을 때의 상황 등 리스크를 가져가려 하지 않는다.” 재미있게도 광고계는 다르다. 대부분의 광고주들은 본인의 회사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중점이 있으니 장애인을 기용하는 데에 있어 오히려 열려있다.

“얼마 전 기업 광고를 찍었다. 처음 시나리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춤을 추는 내용이었으나 우리 회사가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추천하니 비장애인이 빠지고 장애인 유형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시나리오가 바뀌었다.”

 

제작 지원이 단기 목표

제작 내용에 장애 스토리는

빠져야 해

 

앞서 언급했던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방송계의 보수성은 장애인 아티스트들의 큰 벽이다. 그래서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캐스팅이 되지 않으면 직접 캐스팅을 하자는 생각을 했다. 직접 제작을 하기엔 자본이 부족하니 우선 제작지원을 하는 것이다. 제작지원을 하게 되면 캐스팅 권한이 생긴다. 어떻게든 장애인 아티스트들이 연기를 하면 레퍼런스가 쌓인다. 유일하게 실력을 입증하는 방법이다. 다만 아직 드라마나 영화는 단가가 비싸니 웹드라마의 제작을 준비 중이다.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제작하려는 작품의 내용에 대해 “장애 스토리는 빠져야 한다.”고 대답했다. 해외의 경우 장애인들이 다양한 역들에 캐스팅된다. 장애인 살인마도 나오며 비장애인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인물상도 있다.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는 비장애인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한국의 많은 장애인 다큐들, 공익 광고들이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은 무조건 불쌍한 존재, 도와주어야 할 존재로만 만들었다. 이는 잘못한 것이다. 잘생긴 분들도 많고 돈 많은 분들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하고 싶은 장애인들을 보여주려고 한다.

 

장애인이란 단어가 없어지면

회사가 사명을 다한 것

소속 아티스트들 이름 앞에

장애를 빼는 것이 최종 목표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성장 중인 회사다. 사회가 선진화되면 장애인 방송인들도 점차 TV에 노출이 될 것이다. 파라스타 엔터테인트가 현재는 그 수요를 담당하고 있다. 이어서 본인의 빛나는 가치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고 저평가되어있는 분들, 다문화 가족, 시니어 모델, 결손가정, 성 소수자들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분들로 저변을 넓혀가고 대변하는 것이 목표라며 “궁극적으로, 회사 말미에 있는 목표는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없어지면 회사가 사명을 다했다고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된다면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일반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이다. 장애가 아닌 개인 그 자체를 보는 사회가 왔을 때 이루어질 수 있는 목표다.

“장애인이라는 용어는 불필요하다.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신체에는 약한 부위와 강한 부위가 있다. 위염이 있는 사람에게 위염자라고 부르면 굴욕적이다. 장애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여러 가지 정체성이 있는데 장애를 앞에 붙이는 건 폭력적이다.”

장애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입에서 나온 역설이다. 회사 측도 설립 당시 사명을 짓고 소속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문구를 작성할 때 이 때문에 고민이 컸다.

“어쩔 수 없지만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 아티스트들이 유명해지기 위해서 단기적으로 우리가 왜 모여있는지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소속 아티스트 모두의 동의를 받고 우선 장애인 전문 엔터테인먼트로 가기로 했다. 나중에는 한 명씩 이름 앞의 수식어를 뺄 것이다. 그때가 된다면 회사가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은 세상이 온 거 아닐까?”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오디션의 문을 상시 열어두고 있다. 모델과 배우를 꿈꾸는 장애인분들은 홈페이지(https://www.parastar.org/about)에 접속한 후 오디션란으로 들어가 지원서를 작성하면 된다.


 

“장애에 대해 잘 모르니 뛰어들기 쉬웠다”

차해리/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 대표

 

보통 장애 관련 사업을 하시는 분들에 대해 생각해 보면 으레 그들의 삶에 장애계와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차해리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예전에는 장애인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고백했을 때는 놀라웠다.

“주변에 장애인 친구가 있었으면 장애인들에 대해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학창시절에는 반에 장애인 학우가 딱 한 명 있었다. 근데 그 친구도 경증이어서 장애로 인식하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장애는 그저 먼 세상의 이야기 같았다. 누구도 나에게 장애인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

장애에 대해 전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장애인들은 딴 세상이다. 이는 장애인 전문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는 데 있어 주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생각이 없었으니 뛰어들기 쉬웠다. 만약 이 분야에 대해 미리 알았으면 절대 시작 못 했을 것이다. 생각이 많으면 시작도 어렵다. 다행인 점은 편견도 없었다. 처음 알게 된 장애인이 공동대표였던 한민수 현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감독님이다. 정말 좋은 분이고 호감 가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의 첫 이미지가, 편견이 긍정적인 쪽으로 생겼다. 이런 분들이 활발히 활동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틈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사업에는 힘든 점이 있다. 당연히 차해리 대표에게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잘 아는 분야에서도 시행착오가 생기는데 잘 모르는 분야면 더 힘들다.

“처음엔 한민수 대표님에게 많이 의지했다. 그러다 그분이 자신의 인생 목표였던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하고 혼자 남게 되었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처음에는 쉬울 줄 알았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아티스트들 얼굴 올려두고 전화가 오면 연락을 이어주는 중계소 같은 사업을 생각했으나 시작해

보니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궁극적 지향점이 에이전시가 아닌 매니지먼트여서 그렇다. 또한 비장애인인 자신이 혼자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게 회사의 아이덴티티가 없어진 느낌이었다.”

그런데도 차 대표는 운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기에는 이미 사업이 꽤 진행되어 있었다. “그때 안 될 사업인가 하는 생각도 했으나 이미 소속 아티스트가 15명이 넘어 있었다. 다들 본인의 인생을 걸고 온 분들이었다. 내부적인 사정으로 포기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끌고 갔다. 그러다 보니 하나벤처스의 투자도 받게 되고 사무직 직원도 고용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왔다.”

앞서 말했든 장애인들은 차해리 대표의 지난 삶에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장애인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이는 본인의 인생에 어떤 변곡점을 가져다 주었을까, “가치관이 바뀌지는 않고 더 깊어졌다. 다양한 사람이 많구나. 생각보다 큰 아픔을 딛고 의연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다. 옛날부터 연예인에 관심이 많았다. 다만 연예인들을 보며 마냥 행복해하지 않고 그들의 이면에 얼마나 큰 고충이 있을까를 생각하며 그분들의 활동을 보았다. 그분들의 댓글과 기사들을 읽으면 고충이 느껴진다. 그런 고충들이 연기할 때, 노래할 때 깊이 있는 캐릭터를 만든다. 장애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겪은 고충이 그들의 연기에 깊이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원래 있던 가치관이 바뀌지 않고 더 단단해졌다. 현재 소속 아티스트들도 감수성이 매우 좋다. 다양한 경험이 있었기에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능력들은 분명히 표현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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