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직의 하청(下請)화는 복지행정의 부실화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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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직의 하청(下請)화는 복지행정의 부실화로 연결된다
  • 편집부
  • 승인 2022.03.11 10:05
  • 수정 2022-03-11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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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조직행정부장

공사현장에서는 큰 기업이 직접 처리하기에 여러 가지 곤란한 리스크들을 넘겨 분산하고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목적으로 하청(下請)을 주곤 한다. 하청을 주는 원청업체는 이런 과정을 통해 좋은 품질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싸게 공급받아 이윤을 극대화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 와중에서 하청업체의 근로자들은 열약한 근무여건 하에 품질까지 만족시키면서 납품하느라 여러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하청업체들은 보통 회사의 규모나 매출구조에서부터 열세일 수밖에 없어 여러 부당한 여건에서도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며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차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최근 사회복지직 전담공무원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살펴보면 공직사회 또한 사회복지직이란 힘없는 소수직렬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하면서도 이러한 부분을 너무나 당연하게 넘기는 듯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업무를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43조에 의해 살펴보면 취약계층 발굴 및 상담과 지도, 사회복지에 대한 욕구조사, 사회복지 사업 수행을 위한 취약계층의 소득‧재산 등 생활실태의 조사 등이 제한적으로 명확히 열거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의 찾아가는 보조금 24시, 중앙대책본부의 코로나 유급휴가비 및 재택치료 대상자 생활지원비, 중소기업벤처부의 소상공인 일상회복 희망지원금 자격조사, 국토교통부의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 및 여러 임대주택 접수 등의 업무를 사회복지직 전담공무원에게 처리하게 하거나 떠맡기려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정부 여러 부처의 행태를 보면 이런 업무들을 추가적으로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에게 배정할 때 명확한 법률 및 제도적 근거 없이 은근슬쩍 넘기는 흐름을 당연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하청의 흐름을 넘어 행정 현장에서는 이런 업무들로 인해 발생하는 대상자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민원을 해당 담당부서에서 책임지지 않고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에게 미룬다는 절박한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엄연히 복지행정의 사회보장급여의 범위를 넘는 조사 업무를 전가시키는 하청적 행위를 넘어 기업의 CS(Consumer Satisfaction) 기능까지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에게 전담시키려는 것처럼 보인다.

강도 높은 민원발생 업무의 하청화를 넘어 마치 기업의 여러 컨슈머들의 불만까지 처리하는 CS기능도 전담하라는 모양처럼 보이는 이러한 일련의 행태들은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자긍심을 파괴하며 생존권마저 위협하게 된다.

이미 이러한 일이 아니더라도 사회복지행정현장의 업무량과 민원 강도는 공직사회 내 최고수위임이 알려져 있다. 2013년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4명이 유명을 달리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던 그 당시, 이미 자살 충동에 대한 경험을 토로한 사회복지공무원은 27.5%로 일반 국민의 16.4%보다 높았으며 2018년도에도 김해시에서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투신이 지속된 바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하청화, 업무의 깔때기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점은 공직사회가 국민들의 편익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없이 자신들이 처리하기에 힘든 민원업무를 넘기기에 급급하다는 반증이라고 판단된다.

 사회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하청업체의 열악함에 왜 관심을 가지는가? 하청업체의 사고는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그러한 열약한 문제가 지속되면 부실공사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가 해당 입주자를 넘어 원청업체의 품질이나 브랜드 훼손 문제를 포함, 관련된 대상자 모두에게 가해지기 때문에 사회가 하청의 열악함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래서 원청과 하청의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이 생겼다. 또한 CS부서도 고객응대 근로자보호제도가 시행될 만큼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고 있다. 이는 그만큼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해결함이 결국엔 모두의 이익으로 환원됨을 인지하게 되었다는 증명일 테다.

그렇다면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하다못해 건설현장의 하청업체는 여기저기 다니는 용역인력들의 지원이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져 일견 보기에 숫자라도 많아 보일 때가 있다. 그렇다면 공직사회는 해당 업무와 관련된 인력이라도 제대로 주면서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에게 근거도 찾기 어려운 일들을 떠밀듯이 시키고 있는가? 이 역시 놀랍게도 업무의 하청과 CS기능까지 부담시키면서도 그만큼의 인력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규정에도 없는 일들을 마치 원청이 하청업체에 당연히 넘기듯 하면서 복지행정의 부실화를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 업무를 맡기려면 지금부터라도 법령과 규정에 근거해 제대로 된 논의 및 인력 확대를 고려해가며 추진하라. 제대로 된 공사를 위해서는 다소 복잡하고 불편한 과정이 있겠지만 행정에서부터 부실한 공사를 해서 결국 국민들의 편익을 훼손할 수 있겠는가. 공직사회에서 앞장서서 국민 앞에 모범을 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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