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예산제, 장단점과 성공적 시행의 필요충분조건
상태바
개인예산제, 장단점과 성공적 시행의 필요충분조건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2.03.11 09:29
  • 수정 2022.03.11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개인예산제 도입’을 장애인 5대 공약 중 하나로 발표했고 그 후 장애계는 찬, 반 논란으로 뜨거웠다. 이와 관련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주최로 3월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2022 자립생활 콘퍼런스’ 두 번째 소분과 회의에선 ‘개인예산제의 장단점과 성공적 시행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주제로 논의됐다. - 이재상 기자

 

“개인예산제 도입 통해 도덕적 소비기준 재설정돼야”

 

6세~64세 등록장애인 본인

대리인 또는 직권 신청 가능

활동지원 인정조사표 평가

도구로 활용해 인정점수에

단가 곱해 총지원금액 산출

 

∎이동석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이 전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은 용납될 수 있으나 택시를 타는 것은 사치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상황에 맞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필요한 모든 물품은 ‘사회적 필요품(social necessities)’의 개념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며 “개인예산제 도입을 통해 도덕적 소비기준의 재설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미국·영국·독일처럼 장애인이 주어진 액수 안에서 직접 원하는 복지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개인예산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개인예산제’ 도입을 통해 기본적인 생명유지 및 생활을 위한 사회적 급부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조금 더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물품에 대한 구입까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 윤 후보의 공약이다.

‘장애인개인예산제도’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서비스 전 영역을 대상으로 일정한 사정 절차를 거쳐서 총량이 금액으로 산출되면 서비스 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하여 장애인 개인이 ‘서비스 간 조정’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장애인복지정책에서 서비스에 대한 선택, 서비스에 대한 통제, 사람 중심 등을 망라하는 개념으로 ‘자기주도’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영국,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 시행 중에 있다.

그동안 장애계는 현재의 일방적인 공급자 중심의 복지서비스 제공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개인예산제를 시행해 당사자의 복지선택권을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이 교수는 “장애인 복지서비스의 자격 할당 주체를 민간 전문가에서 공공으로 전환하고, 공급자(서비스 제공자)는 전문성 있는 서비스 공급, 필요한 자원 및 서비스 연계, 이용자를 옹호하는 주체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보편적인 개인예산제도 시행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개인예산제도 운영절차’는 신청 및 접수→서비스 자격 평가 및 예산 산정→지원계획 작성→지원계획 합의→급여 제공→집행→정산→성과평가 및 품질관리 순으로 이뤄진다.

6세~64세 등록장애인 본인이나 대리인 또는 직권으로 신청(단, 거주시설 이용 장애인은 제외) 후 시·군·구 또는 주민센터에서 접수 및 1개월 안에 선정 결과가 통지된다.

서비스 자격 평가는 지자체 또는 국민연금공단에서 개선된 활동지원 인정조사표를 평가도구로 활용해 ‘인정점수X단가=총 지원금액’을 산출한다.

장애인은 개인예산을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관해 계획을 작성(스스로 계획을 짜도 되고, 누군가 도와줄 수 있을 사람을 택해도 됨) 후 케어 매니저(관리자급 사회복지사)에게 계획을 보여줘야 하며, 검토한 후 계획대로 돈을 써도 좋은지 알려준다.

받은 돈은 반드시 분리된 은행 계좌에 보관해야 하며 돈은 스스로 운용할 수도 있지만 서비스 이용자가 운영하는 데 역량이 부족한 경우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서 당사자를 대신해서 관리해줄 수도 있다.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선 아동의 경우 활동지원, 발달재활, 장애아동 돌봄 등 서비스 통합, 이후 아동보육 연계가 이뤄진다.

성인은 활동지원, 주간활동, 보조기구 등 서비스 통합 후 기족 서비스 외 서비스 재활, 기관 서비스 통합이 이뤄지며 장애인은 활동지원사 등을 직접 고용하거나 기관 중개로 고용할 수 있다.

지자체는 지원된 예산이 잘 사용되고 있는지 이용자와 만나서 점검하고, 장애인은 한 해가 끝날 때쯤 어떻게 돈을 사용했는지 지자체에 보고, 결산한다.

신체적 장애인들은 개인예산제가 시행되면 활동지원서비스와 더불어 현재 우리가 장애인복지서비스라고 부르지 않는 각종 비제도권 서비스, 즉 일반 시장에서의 서비스, 예를 들어 스포츠센터 이용, 자립을 위한 전자레인지 구입, 이동을 위한 택시 이용 등과 같은 서비스에도 개인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지원에 대한 주도성이 높아지고 또 일반 시장에서의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수월해짐에 따라 삶의 질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지역사회 재활서비스와 활동지원서비스를 개인예산제도에 포함시켜 중증장애를 이유로 배제, 차별할 수 없도록 해 서비스 이용이 더욱 활성화되고 삶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장애인연금 등 소득보장 포함, 저축 불인정, 사회활동과 미연계된 의식주비용 사용불가 등이 쟁점으로 남아있다.

개인예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서비스 신청 및 자격기준 부여 창구를 시∙군∙구로 단일화 △적정한 예산의 확보, 장애인 스스로의 직접 고용 지원 등 다양한 사회적 지원시스템 구축 △복지서비스 시장의 공공성 강화 △복지서비스 종사자의 노동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기존 관행처럼 지급되던 시설이나 기관 예산을 과감히 줄이고 자기주도 지원 예산으로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사회복지사업법에서 급여의 형태로 현금 추가, 항목간 적용이 보다 쉽게 국가재정법 개정,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이 전재돼야 한다.”고 말했다.

 

활동지원서비스, 장애인연금 등

기존 모든 서비스의 벽 허물고

욕구 반영된 종합서비스계획표

따라 지원하는 ‘통합지원방식의

개인예산제도 도입’ 요구해야

 

∎김성은 중구길벗IL센터장은 “기존에 주어지고 있는 활동지원서비스, 장애인연금, 교통비, 보장구지원, 주거지원, 문화바우처 등의 모든 서비스의 벽을 허물고 자신의 욕구가 반영된 종합서비스계획표에 따라 지원하는 통합지원방식의 개인예산제도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 통합지원방식의 시기가 아직 이르다면 우선적으로 활동지원서비스의 급여량에서 30%가량을 개인예산제도로 전환해 자신의 욕구에 따라 자유롭게 쓰도록 하는 제도의 변화부터 시작돼야 한다.

정신장애인, 발달장애인 등 활동지원제도의 이용을 못 하거나 판정기준표의 한계로 급여량이 적은 장애유형의 경우 개인예산 지원을 위한 신규 예산의 확대가 필요하다.

김 센터장은 “기존의 거주시설 위주, 재활 위주의 오래된 장애인복지체계에서 개인예산으로의 전환은 큰 변혁의 길이다. 그에 따르는 기득권들의 저항과 시행착오도 클 것이며 개인예산이 시행되면 현재의 예산에 안주하고 예산 확대의 길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기존의 틀에 장애인들을 통제하는 현 제도로서는 더 이상 장애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담아낼 수 없으며, 자유롭고 행복한 자립생활을 바라는 이용자의 권리도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

이어 “장애인개인예산제도는 한 명의 중증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며 지역사회에서 당당한 주체로서 인정받고 나만의 자립생활만이 아닌 동료 장애인들과의 행복한 자립생활을 만들어 나가는 데 크게 이바지할 제도”임을 강조했다.

 

장총련 “장애계 현장 목소리

적극 반영한 것이고 장애인의

삶에 큰 변화 줄 것이라 확신”

 

전장연 “유럽서는 쓸모없다고

판정…주어진 예산 안 장애인

알아서 하라는 것···장애인 삶

가지고 불장난하려 들지 마라”

 

∎개인예산제 도입 공약, 찬반 논란

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는 “윤 후보가 장애인개인예산제도를 공약으로 채택한 것은 장애계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것이고 장애인의 삶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장총련은 “사회복지정책은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 전달방식에서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으며, 최근 국무총리 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모 장애인단체장이 장애인개인예산제도 도입 의견을 제시해 정부가 적극 검토할 것을 이끌어 냈다.”면서 환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미 유럽에서는 쓸모없다고 판정돼버린 개인예산제를 들고 나와서 주어진 예산 안에서 장애인이 알아서 하라는 게 윤 후보의 공약이다. 장애인끼리 싸우라는 얘기다. 장애인의 삶을 가지고 불장난하려고 들지 마라”며 반대했다.

전장연은 “미국·영국 등의 경우 이미 공공영역에서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가 지원되고 있으며. 공공에서 부족한 부분을 민간에서 보완하려 개인예산제를 도입한 것”이라며 “주로 민간 사회복지법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