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없는 체육회의 일 처리…선수생활 회의 느낄 정도로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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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없는 체육회의 일 처리…선수생활 회의 느낄 정도로 상처”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2.02.17 17:19
  • 수정 2022-02-17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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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인천소속 탁구선수 활동
열정과 자부심으로 힘든 시간 버텨

훈련중 부상으로 치료비 55만7천원
자비들었지만, 체육회가 가입한 보험
으로 받은 돈은 3만9000원뿐
서류비용 제하면 2만9781원 받은 셈

장애인체육회 “예산 한도내 상품가입
차후 예산확대 등 검토할 계획”

김석 선수 “장애선수 특성 배려 없는
체육회 행정 이해할 수 없어”

 

지난 2009년부터 인천 장애인탁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석 선수는 인천시 소속 선수라는 자부심으로 생업을 이어가는 중에도 틈틈이 개인지도를 받고, 각종 대회에 시간을 쪼개가며 참가하는 등 열정을 보였지만 그간 선수 생활에 회의를 느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김석 선수와의 만남은 그가 운영하는 회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사무실 한쪽 장식장에는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상패와 메달이 진열돼 있었다. 그의 탁구에 대한 사랑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2011년 31회 전국체전에서 첫 은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복식에서 금메달 1회, 은메달 5회, 단체전 은메달 2회, 개인전 동메달 1회, 복식 동메달 1회 등 나름 인천 소속 선수로서 대회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좋은 성과도 냈다는 점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과거 강원도에서 치러진 대회에서는 첫날 복식 금메달을 획득하고, 바로 개인전 예선을 치르면서 체력 고갈로 인해 미끄러지면서 허리를 다쳐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타지에서 병원 찾아다니며 개인적으로 치료를 이어가면서 대회를 마치기도 했고요. 물론 제가 탁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제일 컸기에 지금까지 왔지만, 그 마음 한편에는 인천시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자부심을 한번 도 잊은 적이 없었어요.”

그랬던 그가 선수 생활 자체에 회의를 느낄 정도로 힘들어하는 데는 지난해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앞두고 당한 부상에서부터 시작됐다.

“전국체전을 앞두고 평소처럼 개인지도 훈련에 열중하다가 10월 16일 훈련 중 넘어지면서 좌측 슬개골 골절로 8주의 진단을 받았어요. 열심히 준비했기에 대회 출전이 물거품이 된 것에 아쉬움도 남았지만, 대회에 참가한 인천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치료에 집중하던 중 뜻밖에 소식을 듣게 됐어요. 인천시장애인체육회가 전국체전 참가 선수들을 위한 단체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관련 서류를 제출해 도움을 받으라며, 탁구 협회에서 연락이 온 거죠.”

사실 선수 생활을 오래 해오면서도 보험 가입 등에 대한 정보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기에 선수들을 위해서 이런 제도를 마련해 준 체육회의 배려에 감사함을 느꼈다는 김석 선수는 더욱 치료에 매진했고, 2022년 1월 17일 엑스레이(X-Ray) 촬영 후 다니던 병원에서 더 병원 내원 없이 재활을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에 병원 진료를 마무리했다.

치료를 마무리했으니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김석 선수는 보험 담당자와 통화 후 필요한 서류를 병원에서 발부받아 제출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김석 선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들이 진행됐다고 한다. 김 선수 치료 기간에 약제비 총 28만3980원 중 공단부담액 19만9080을 제외한 본인부담액 8만4900원과 병원비 총 102만6504원에서 역시 공단부담액 54만4364원을 제외한 본인부담액 47만2140원과 더불어 진단서류를 떼기 위해 들인 1만 원을 포함한 56만7040원을 지출했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사실 돈을 바라고 보험금 청구를 한 건 절대 아니었어요. 저도 사업을 하고 있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치료하고 완치만 되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체육회 측에서 선수를 위해 보험에 가입해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고마우면서 그래도 경제적으로 조금 도움이 되니 좋다고 생각한 거죠.”

그의 이러한 기대와는 다르게 지난 1월 27일 그의 통장에 보험사 이름과 함께 입금된 금액은 3만9781원이었다.

“처음에는 39만7810원인 줄 알았어요. 내가 쓴 비용에 그래도 약 2/3가량이나 나오는구나 하고 다시 봤는데, 3만9781원이더라고요. 그 보험금을 받기 위해 뗐던 진단 서류비 만원을 제하면 2만9871원이 들어온 거죠. 정말 머리를 무언가에 세게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김 선수는 바로 체육회로 전화해 문의했지만 체육회에서는 본인들이 가입한 보험 자체가 하루 진료비 1만5000원 이하는 제외되고 5만 원 이상 금액도 제외된 금액에서 본인 부담을 제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해주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비장애인도 넘어지거나 다쳐서 정형외과를 가면 CT나 MRI 및 엑스레이 검사를 우선 받고 그에 따른 치료를 받기 마련인데, 저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이 다치면 이런 검사들은 더욱 당연한 거 아니냐. 근데 5만 원 이상의 비용이라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맞느냐고 물었죠. 또 외과적 부상은 물리치료를 항상 동반하는데, 1회 금액은 7~8000원으로 적지만 장기가 받는다는 특징은 있는데, 그것은 또 1일 1만5000원 이하라고 혜택을 못 받는다니 그럴 거면 보험은 왜 들었냐고 따졌어요.”

김 선수의 말에 따르면 그의 이런 문제 제기에도 체육회 측은 보험약관과 지급 규정 보험법이 그렇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장애인체육회는 선수 대변해야

실효성 있는 행정과 대응 필요

 

김석 선수는 자신이 무엇보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건 체육회의 대응이라고 했다. “보험법과 보험약관에 맞게 지급을 했겠죠. 저를 속였다거나 했다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상식적으로 일반인이 보기에는 이해가 안 가잖아요. 상처를 입으면 보상을 해주겠다고 가입한 보험인데, 말도 안 되는 금액이면 누가 이걸 보자마자 ‘그럴 수 있지’하고 납득하겠어요. 당연히 의문도 들고 화도 나죠. 그런데 체육회는 선수를 대변하는 단체잖아요. 그런데도 남의 일처럼 너무 사무적으로 절 대하는 데서 너무 상처를 받았어요. 심지어 저한테 ‘개인적인 보험 가입한 거 있지 않냐’라고 묻더라고요.”

김 선수는 과거 인천시장애인탁구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바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예산과 운영에 대한 고충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체육회 운영적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에 이런 대응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가 더욱 화가 나는 것은 타 시도 장애인체육회 보험상품에 대해 듣고 나서였어요. 물론 인천시처럼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타 시도의 경우 CT와 MRI는 물론 도수치료까지 보장해주는 보험에 가입한 곳도 적지 않더라고요. 저는 꼭 다른 시도가 인천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장애인선수의 신체적 특성을 배려해서 이 부분에 신경을 쓴 거겠죠. 저는 이러한 배려를 바라는 거예요.”

무릎의 특성상 아직도 완벽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요즘은 개인적인 훈련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김석 선수는 사실 운동에 대한 욕구도 많이 줄었다고 할 정도로 몸도 마음도 지쳐 보였다.

그동안 김석 선수가 인천시장애인체육회 소속으로 각종 대회에 참가해 수상한 메달과 상패들
그동안 김석 선수가 인천시장애인체육회 소속으로 각종 대회에 참가해 수상한 메달과 상패들

 

그러면서도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돌아가는 기자에게 사무실 한쪽에 놓인 장식장 내 메달과 상패를 보여주며, 당시 대회 등에 관해서 설명하는 모습에서는 아직도 마음 깊이 남아있는 탁구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저를 위한 문제 제기가 아니에요. 저야 사업도 하고 있고, 보상금이 크게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힘들게 운동하는 체육회 소속 선수들도 정말 많거든요. 그들은 정말 열정 하나로 인천시를 대표해 훈련하고 경기를 나가고 보람을 느끼고 있는데, 혹시라도 훈련이나 시합 중 다쳤을 때 저와 같은 상황에 부닥치게 될까 봐 저는 지금이라도 이 부분이 꼭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회마다 단체 상해보험 가입

예산 부족으로 보장범위 등

상품 선정하는 데 한계 있어

 

실제로 본지가 김석 선수와의 인터뷰 이후 인천시장애인체육회 측에 사실확인을 위한 확인한 결과, 김 선수가 설명한 지급 금액과 보상 한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맞다고 답했다. 인천시장애인체육회는 지난 2021년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앞두고 대회 참가선수 396명을 대상으로 훈련 기간인 8월부터 대회가 끝나는 10월 중순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단체 상해보험에 가입했다.

500만 원의 예산으로 진행한 보험 가입은 총 421만3870원이 지출됐으며, 선수 1명당 약 1만 원의 금액에 해당하는 것이다. 금액만 보면 인천시체육회 소속인 비장애인 선수들과 크게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실제 인천시체육회도 대회당 참가선수에 대한 단체 상해보험에 가입하고 있었으며, 1인당 900원 정도의 보험금을 납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사고와 부상, 치료를 위한 보상의 범위를 같은 기준선으로 측정하고 보험에 가입한 것 자체가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장애인체육회에 이런 의견을 전달하자 체육회 측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예산 부족의 문제로 상품을 선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가입된 보험은 MRI 보장에 대한 특약은 빠져있는데, 이를 넣게 되면 예산이 8~900만 원으로 증액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장애인체육회 측은 장애인선수 당사자의 의견과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체육회 측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할 것이라는 답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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