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참정권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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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참정권을 위한 제언
  • 편집부
  • 승인 2022.02.17 09:52
  • 수정 2022-02-17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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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근/인천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센터장

 

지난 1월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20만 발달장애인도 대통령을 뽑고 싶다! 투표보조를 지원하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내용에 따르면 “현재 약 20만 명의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인) 유권자가 다가오는 2022년 3월 대통령선거에서 실질적인 투표권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그 이유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갑자기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보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혼자서 투표를 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국회의원/지방선거/대통령선거를 하면서 투표보조(발달장애인이 지명 가능)를 받아 아무런 문제 없이 투표를 해왔다. 그런데 선관위는 2020년부터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를 허용하지 않아, 사실상 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선관위가 뜬금없이 투표관리 매뉴얼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투표보조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1.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

헌법 제1조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으로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권자임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리고 다시 헌법 제24조를 통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선거권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함을 말하고 있다.

참정권은 주권자로서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이다. 참정권을 통해 국민은 국가의 의사형성과 정책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국가권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가가 시행하는 모든 정책과 제도 법과 관련한 결정들에 대하여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참정권은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국민주권의 상징적 표현인 동시에 국가를 향한 권리행사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것이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발달장애인은 자신에게 법률적·사실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하여 스스로 이해하여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제3조 제2항), 누구든지 발달장애인에게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과 관련하여 충분한 정보와 의사결정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지 아니하고 그의 의사결정 능력을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제8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2. 숫자와 이름만 있는 투표용지, 후보자 찾기 어려운 발달장애인

 

발달장애인 대부분은 선거절차에서 쉬운 말로 되어있는 정보 등이 없어서 내용을 알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글씨가 너무 작고 내용이 많아서 공보물의 경우 엄마에게 물어본다는 의견도 있었고, 공보물을 아예 보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또한 방송 토론회 등의 경우에도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서 내용파악이 전혀 어려웠다. 만약에 토론회 등을 하게 되면 아래쪽에 쉬운 글로 설명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제시하였다. 이밖에 투표용지의 칸이 너무 좁아서 맞추어 찍기 어렵다는 의견과 투표할 때 도장을 어떻게 어디에 찍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자세하게 안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발달장애인들은 선거와 관련해서 ‘내가 투표해야 내가 국민이라는 자존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점자공보물이 만화처럼 나오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는 의견과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 어르신들을 위해서도 투표용지에 사진이나 설명이 간단히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투표하기 전에 투표와 관련한 교육을 해서 왜 중요한지, 장소가 어디인지, 준비물이 무엇인지 등을 미리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선거 안내물을 보내줄 때 투표하는 방법과 더불어 이 사람이 가야 하는 투표장소를 안내문에 지도나 쉽게 큰 포스터처럼 제시해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함께 내었다.

 

3. 발달장애인 참정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선거과정에 대한 정보접근 문제이다. 2016년 총선에서 선관위는 처음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안내문과 영상을 제작하고, 2017년 대선에서는 투표소를 찾은 청각·발달장애인에게 투표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안내책자를 제공해 투표소에서 절차를 안내했다. 이처럼 선관위가 법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발달장애인의 선거권과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권리행사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을 모색해 나가면서 많은 편의제공들이 지침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의 안내를 통해 투표소를 방문한다 해도 정당의 기호나 후보자의 얼굴을 전혀 확인할 수 없고 숫자와 이름만으로 만들어져있는 투표용지를 받는 상황에서 발달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근본적으로 보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TV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이 제공되듯이 발달장애인에게도 이들이 알 수 있는 형태의 선거정보가 제공되어야 하고 또한 해외사례처럼 투표용지에 정당의 로고 및 후보자의 사진을 담은 ‘그림투표용지’를 도입한다면 발달장애인의 접근성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약간의 발상의 전환으로 고귀한 참정권의 권위를 지킬 수 있고,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시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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