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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09.12.28 00:00
  • 수정 2013-02-0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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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己丑年) 세밑에 부쳐

누구나 한해를 마감하는 세밑에는 속절없이 흘려보낸 365일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지를 깨닫는다.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부여되는 것이 시간이지만 저마다 느끼기에 따라 길고 짧은 차이가 있으니 즐거운 시간은 천년도 짧을 것이며 괴로운 시간은 하루도 천년같은 것. 시간의 경계를 기준으로 인생사 득과 실의 셈법에 골몰하게 되나 저마다 결산방식이 다르다. 너나나나 부와 명예와 권력을 좇지만, 누구는 흑자인생에 희희낙락하고 누구는 적자인생에 허탈해 한다. 다만 먹고 입는 세상사에 분주하여 이를 포기하는 인생도 있다.

자고로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람의 태어남과 죽음이 그러한데, 우리 인생은 한주먹 밖에 안 되는 손으로 무엇을 쥐려 야단법석이다. 신라 고승 원효는 일찍이 천하만사만물은 오직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임을 깨치지 않았던가. 유엔의 유네스코(UNESCO)헌장 전문에는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김으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은 인간의 마음속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유심(唯心)의 진리는 우리로 하여금 마음을 진·선·미로 채워야 함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우리 인생모습은 어떠한가? 화엄경의 법어는 우리더러 일체 세간사 모든 애착을 놓으라고 하지만, 그건 고승들의 인생셈법이 아니든가. 빈손으로 이 땅에 태어난 우리는 부와 명예와 권력을 위해 지난 한해 얼마나 아등바등했던가. 특권집단은 거머쥔 부와 명예와 권력도 모자라 끊임없이 시기하고 질투하고 모략하고 비방하고 공익이라 참칭하며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는가.

강자의 인격을 위해 약자들의 인권이 무시되고, 국격을 높인다며 약자들의 인권을 내팽개치는 엄혹한 세상이 아닌가. 권좌에 안자마자 인권사령실을 무력화시키고 허수아비 인권수장을 내세워 국격을 만국의 조롱거리로 전락시켜 놓고도 국격 운운하며 당당한 세상. 부자를 살리겠다며 세금을 깎아주고 부자세 폐지를 지상과제로 밀어붙이면서 서민을 착취해 부자 배불리는, 이상한 서민정책이 횡행하는 세상. 엄동설한 멀쩡한 집을 다시 짓겠다며 집주인을 내쫓아 집을 빼앗고 살생하고도 범법자로 처벌하며 법대로를 외치는 세상. 굼주리는 학생들 배를 채워주자는 데도 인색한 몰염치배들이 떳떳한 세상. 최소한의 인격을 되찾고 싶다며 인격유지비를 요구하며 단군 이래 사상 최대의 집단탄원에도 끄떡없이 더는 한 푼도 안된다며 강물에 뿌려버리겠다고 오기부리는 참 이해할 수 없는 세상.

벌려놓은 밥상 설거지도 제대로 못하면서 이것저것 요란하게 가짓수만 차려놓는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칫집. 국민연금, 노인연금, 장애인연금에 이제는 장애아동 특별보호연금까지.

취약계층, 소외계층 운운하며 보금자리니 미소금융이니 갖은 서민밥상 늘어놓지만 이마저 정작 숫가락은 강자, 부자 몫이니 춥고 배고프고 서러운 세상.

인생은 남의 잘잘못을 꾸짖는 데는 무척 밝으나 자기 잘못에는 어둡고 너그럽게 마련이라지만 기축년 한해를 돌아보며 자신의 인생을 중간결산해보지 않겠는가. 특별히 힘 있고 가진 자들이여, 나눔과 베풂을 독려만 말고 스스로 실행함이 어떤가. 삿된 욕망보다 부단히 낮은 데로 눈을 돌려 선량한 천사의 마음으로 살아감이 흑자인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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