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법이 부여한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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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이 부여한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해야
  • 편집부
  • 승인 2022.01.20 09:48
  • 수정 2022-01-20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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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발달장애인도 대통령을 뽑고 싶다! 투표보조를 지원하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2020년 투표관리 매뉴얼을 수정해 ‘지적∙자폐성 장애인’(발달장애인)을 투표보조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현재 약 20만 명의 발달장애인 유권자가 3월 대통령선거에서 실질적인 투표권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20만 발달장애인이 헌법이 정한 참정권을 다른 공동체 구성원과 다름없이 행사할 수 있도록 국민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다. 이처럼 헌법이 부여한 선거권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이 사실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일차적 원인은 선관위의 그릇된 판단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 국가 차원의 제도적 암묵적 차별에 기인한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은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은 이동이나 손 사용에 어려움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이 필요한 신체장애인에 포함되지 않았다. 장애인단체가 발달장애인 당사자 참정권 보장 강화를 위해 ‘투표소 안에서의 투표지원’을 요구해 선관위가 2016년 20대 총선부터 선거 매뉴얼에 신체장애 외 ‘발달장애’도 투표보조를 받게 했다. 그런데, 선관위가 돌연 2020년 4월 제21대 총선부터 해당 매뉴얼을 삭제해버린 것. 장애인차별금지법 27조1항에 따라 발달장애인에게도 투표보조 인력을 지원해오다 ‘법령 해석의 오류’를 이유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발달장애인들이 곧바로 참정권을 박탈당했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했었다. 이에 인권위는 2021년 4월 9일 투표장에서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일괄적으로 조력자 출입을 막은 행위를 차별로 판단하고 선관위에 개선을 명령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투표소마다 공적 보조원(조력인) 배치를 권고했었다. 선관위는 한 차례 이행계획을 제출했으나 보완 요구를 받고도 ‘대리투표 우려’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아예 투표할 수 없도록 하는 선관위의 태도는 헌법에 반하는 명백한 발달장애인 투표권 박탈이고 차별행위이다.

장애인단체는 지난해 11월 발달장애인도 투표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되돌려 놓으라는 임시조치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18일엔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물과 그림투표용지를 제공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문제는 ‘혼자 투표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 지원을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비밀투표와 자기결정권 침해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이 상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가 ‘전면금지’ 대신 ‘보통선거’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라는 게 장애계 입장이다. 국가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서라도 헌법 제24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는 대원칙을 거스르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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