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접근’ 평가 바탕으로 소득보장-고용서비스 연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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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접근’ 평가 바탕으로 소득보장-고용서비스 연계돼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1.11.04 10:02
  • 수정 2021-11-04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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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3차 단계적 폐지 소득·고용분야 적용 방향>

정부의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따르면 2022년부터 소득·고용분야 장애등급제 폐지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0월 19일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제3차 종합조사(소득·고용)분야 적용 방향 및 종합조사 시행 2년간 문제점과 개선 방향 정책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재상 기자

 

장애평가는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 아닌 환경적인 
요인 고려해 종합 판단해야
장애등급 대체 새기준 필요
한국형 근로능력평가모형을

 

∎오욱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내년부터 시행될 3단계 장애등급제 폐지 소득·고용 분야에서의 장애평가는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되는 또 다른 영역은 장애인연금을 비롯한 소득보장과 장애인의무고용제를 비롯한 고용보장제도다.

이 제도들은 현재 장애등급을 사용하고 있는데, 정부는 소득‧고용 지원 영역에서 장애등급제를 2022년부터 폐지하기로 했지만 소득‧고용 지원 영역에서 장애등급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활동지원서비스 수급자격으로 종합조사 도구를 준비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과거 활동지원서비스의 수급자격에 ‘장애 3급 이상’이라는 제한이 있었지만 이는 신청자격일 따름이며, 수급자격과 급여량 심사에는 인정조사표를 사용해 왔다. 인정조사표는 이미 현 제도에서 활용해온 기준이며,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평가기준을 만든 것은 아니다.

반면 장애인 소득보장과 고용보장 제도의 수급기준은 장애등급 외에는 없어서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면 반드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장애등급을 폐지한다고 해서 모든 등록 장애인에게 장애인연금을 동일하게 지급할 수는 없기 때문.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보장제도는 장애로 인해서 근로능력이 저하되고, 근로능력이 낮아서 취업이 불가능하며, 따라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장애인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소득을 지원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며 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따라서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해 근로능력 평가가 필요하다. 반면 장애로 인해서 근로능력이 저하되지 않았다는 판정을 내리면 국가는 다양한 고용서비스를 제공해 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장애인이 일을 할 수 있고 일을 하고 싶은데도 취업할 수 없다면 생계유지는 국가의 책임이 된다.

그렇다면 현금 장애급여의 수급자격 기준으로 근로능력 평가는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서구의 복지 선진국들은 △건강상태(부상, 질병, 증상), 신체 기능과 구조의 문제로 파악하는 ‘손상 접근’ △장애평점의 간접적 지표로서 기초 활동의 문제나 제약의 존재 여부를 위한 ‘기능능력 접근’ △개인의 건강과 기능능력과 환경요인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장애의 유형과 심각도를 기술하는 ‘장애접근(직접 장애평가)’의 순으로 장애인의 근로능력 판정방법을 발전시켜 왔다.

‘장애’란 인간의 신체 또는 정신의 생의학적 특성과 인간이 살아가는 물리적‧사회적‧환경적 맥락의 전반적 영향을 모두 포함하는 복잡한 현상이라는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장애분류(ICF) 채택 이후 ‘장애접근’을 실제로 적용하는 국가는 증가하고 있는데,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스웨덴, 캐나다, 미국 등 선진국 외에도 사이프러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에서 도입하고 있다.

‘장애접근 근로능력 평가’의 경우 △직업의 기능적 요구조건을 데이터베이스화해 급여 신청자의 기능적 요구사항과 비교하는 구조화 평가 △급여 신청자가 실제로 유급노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활동을 통해 입증하는 입증 평가 △개인의 유급노동 기능성을 의료, 직업 보건, 노동시장 등 전문가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량적으로 판단하는 전문가 평가가 운영 중이다.

오 위원은 “내년에 소득·고용 지원 분야에 대한 개편이 이뤄지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 등 과정이 장기간 소요되는 구조화 평가와 입증 평가는 도입하기 어려우며 현재 국내에서는 전문가 평가가 도입하기 가장 적합한 방식”임을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전문 장애평가자를 양성해야 하며 기존 장애소득보장 급여의 구조가 개편돼야 한다. 또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공단과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장애인고용공단이 공동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등 협력체계를 갖춰 ‘한국형 근로능력평가’ 모형을 구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오 위원이 제시한 (가칭) ‘한국형 근로능력평가’ 모형에 따르면 근로능력평가 신청자를 완전근로장애(직업적 중증장애), 부분근로장애(직업적 경증장애), 비근로장애(직업적 비장애), 비등록장애로 구분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의학적 장애판정을 통해 ‘의학적 최중증장애(직업적 중증장애)’를 1차 분류해 소득보장(장애인연금 기초급여) 수급자격 인정 및 장애인고용공단의 직업적 장애판정을 면제해 준다.

 

“소득보장제도는 의학적 손상과

관계없이 소득기준에 따라 재편

지급액 인상해 소득보장 효과를

더욱 확대하고 정부의 재원확보

방안이 전제돼야”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장애등급제 3단계 폐지 방향과 관련 “내년에 도입될 소득·고용에 대한 별도의 기준은 일정 소득 기준에 미달하는 모든 장애인에 대해 충분한 소득보장을 하는 것이어야 하며, 대상자가 대폭 늘어날 것을 대비한 예산 증액이 전제돼야” 함을 주장했다.

정부의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따르면 ‘3-2. 소득보장과 고용지원서비스의 연계 강화-소득보장 대상 선정방안 개선 및 전달체계 구축’을 통해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소득보장급여(장애인연금 등) 지급 대상자 선정을 위한 새로운 수급 기준을 마련토록 했다.

근로능력 등을 고려해 소득보장급여, 고용지원 등을 결정하는 소득․고용 지원 기준 검토 및 시범운영(2020년~2021년) 한다.

근로능력이 인정되는 중증장애인에게는 고용서비스 지원이 확대되도록 관련 부처와 연계가 강화되며, ‘직업능력개발원’ 신설 시 중증장애인 적합 업종 연계를 위한 훈련 과정 마련 및 근로능력 있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근로상담이 연계된다.

그렇지만 정부의 근로능력 등을 고려한 소득·고용 기준 검토를 위한 2020년~2021년 시범사업 계획은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무르며 진척된 바가 없는 상황.

한편,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2021년 2월 공개한 ‘제27조 근로 및 고용에 관한 일반논평’ 초안에 따르면 기존 법률에서 근로능력이나 고용불능 등의 개념 철폐와 노동에의 의료적 적합성 요건을 없앨 것을 촉구하며, 근로능력 개념을 철폐해야 한다는 견해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을 ‘업무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업무 능력 평가가 기술과 능력에 대한 기능적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는 ‘특히 지적장애인 및 심리사회적 장애인이 직면하는 장벽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고용지원은 특별한 실체가 없고 고작해야 장애인의무고용, 중증장애인 더블카운트와 고용장려금 지급 단가 등을 위해 중증장애인 개념이 사용되고 있는 상황.

정 실장은 “빈약한 고용서비스를 다양하게 확대해야 고용서비스 연계가 가능할 것이고, 소득보장제도는 의학적 손상과 관계없이 소득기준에 따라 재편하고 지급액을 인상해 소득보장 효과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전제 없이 근로능력 평가가 도입될 경우 근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었지만 지역사회 노동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 본인 의지와는 관계없이 직업을 갖지 못하는 장애인의 소득 상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행 장애인연금법상 중증장애가 아닌 장애인 중에서 ‘한국형 근로능력 평가 모형’에 따라 ‘직업적 중증장애’ 판정을 받아서, 장애인연금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장애의 정의를 ‘의학적 손상에 따른 구분’에서 ‘손상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환경적인 장벽’으로 변화하는 현 시점에서 장애인소득보장제도, 특히 장애인연금의 대상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정 실장은 “정부의 재원 확보 방안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활동지원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1단계 시행 이후 제기된 비판과 같은 강한 문제 제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애인연금 지급 대상자 선정

위한 새로운 수급기준 마련 등

장애등급제 3단계 폐지 관련

민·관 협의체 구성·논의키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며칠 전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을 만났다. 장애인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면서도 매우 복잡한 문제인 장애인연금 지급 대상자 선정을 위한 새로운 수급 기준 마련 등 소득보장 방안이 핵심인 장애등급제 3단계 폐지와 관련해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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