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놀이터와 빼앗긴 놀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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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놀이터와 빼앗긴 놀 권리
  • 편집부
  • 승인 2021.10.21 09:38
  • 수정 2021-10-21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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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 사무국장 /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벌써 몇 년째, 사실은 십수 년 전부터 ‘통합놀이터’ 만들기 운동과 함께 ‘접근 가능한 놀이터’의 법제화를 위해 활동해 왔다. 통합놀이터가 아직 낯선 사람도 있겠지만, 쉽게 말하면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어린이가 함께 이용하는 놀이터를 말한다. ‘무장애놀이터’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아주 간혹 ‘장애인놀이터’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무장애’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개념으로 생각해 통합놀이터와 큰 차이 없이 사용하기도 하지만, ‘장애인 놀이터’는 완전히 상반된 개념이다. 특정한 ‘누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사용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반대 개념이다. ‘통합’이든 ‘무장애’든 핵심은 장애가 있는 어린이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놀이 환경인가에 있다.

생태놀이터, 모험놀이터, 창의놀이터, 자연놀이터…. 어린이의 놀 권리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다양한 테마로 놀이터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통합놀이터는 이러한 테마 중 하나는 아니다. 모든 놀이터는 통합놀이터를 전제로 하되 다양한 테마로 구현해야 한다.

‘통합’이란 무엇일까. ‘통합(Inclusion)’은 장애인의 권리인 동시에,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사회참여를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통합놀이터는 장애어린이와 비장애어린이 모두 동등한 주체로서 놀이터에 접근하고 놀이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집에서 놀이터까지 이동방법, 이동수단 그리고 놀이터에 도착해서 놀이터 안으로 들어간 후 놀이시설물을 이용하고 휴게시설도 이용하고 놀이터의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통합놀이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지자체 등에서 통합놀이터 조성에 대한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 통합놀이터를 어떻게 만들면 되는지, 사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장애가 있는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어떻게 자유롭게 놀 것인가에 대한 연구나 사업이 제대로 이뤄진 바 없고 심지어 관장할 주무부처도 아직 모호하다. 법적으로는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에서 공원을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으로 두고 있지만, 어린이공원에 놀이터가 설치되었을 때 장애가 있는 어린이가 놀이기구나 놀이시설물을 어떻게 이용하고 놀이터에서 놀 것인가는 어디에서도 다뤄지지 않고 있다.

어린이에게 놀 권리란 뭘까.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른 국제기구의 권고와 2019년에 발표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 따라 어린이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놀이혁신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어린이와 비장애어린이의 함께 놀 권리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몇 년간 김영호 의원, 조배숙 의원, 강선우 의원 등 통합놀이터의 필요성에 공감한 국회의원들이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하 놀이시설법), ‘장애인등편의법’ 등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를 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의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의 태도는 소극적이거나 무관심이다. 놀이터를 둘러싼 편협한 안전기준은 어떠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장애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시설물의 개발과 설치를 제한하고만 있다. 놀이시설법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접근 가능한 놀이터 설치와 통합놀이터 설치를 위한 법 개정과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도 장애인등편의법 등을 개정하여 어린이놀이터의 접근성 확보에 적극 앞장서야 할 때다. 아이들의 놀 권리에는 장애? 비장애? 우선순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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