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제한 등 ‘장애’를 결격조항으로 규정한 인천시 조례 5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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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제한 등 ‘장애’를 결격조항으로 규정한 인천시 조례 53개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1.09.24 10:10
  • 수정 2021-09-24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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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자치법규와 정책의 장애인 차별적 용어 사용실태에 대한 연구 보고와 토론회가 8월 26일 인천시와 인천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 주최로 열렸다. 박남춘 시장은 “이번 연구결과를 자치법규와 정책에 반영해 장애인차별의 벽을 하나하나 더 허무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부정적 표현 조례는 11개

직간접적 차별 조례도 8개

 

“장애인-피후견인, 사회적

중요한 사무나 활동할 수

없다는 낡은 편견에서 기초”

 

‘장애’→‘심신’ 등 대안 제시

 

∎박인환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례 등 자치법규는 자치행정 서비스의 근거이자 기준으로 시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처럼 중요한 자치법규에 장애인 차별적 용어나 표현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지자체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장애인차별 용어 사용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인천시 자치법규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인천시가 2021년 7월 1일 현재 시행 중인 자치법규는 조례 691개, 규칙 170개, 훈령 73개, 예규 29개다.

조사 결과 인천시 조례 중 46개 조례가 심신장애를 각종 위원회 위원의 결격조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5개 조례가 신체적, 정신적 장애 또는 심신상의 결함을 근로계약 등의 해지사유로 하고 있으며 피성년후견인 및 피한정후견인에 대한 결격조항을 둔 조례는 2개로 나타나 총 53개 조례가 장애를 결격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애인을 비주체적 비정상적 존재로 규정하는 부정적 표현 조례는 11개, 장애인에 대한 직접적, 간접적 차별요소가 있어 정비가 필요한 조례는 8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 공론화 및 갈등관리에 관한 조례’ 제10조 위원의 해촉사유에서 ‘심신장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와 같이 장애인 차별적 요소를 포함한 46개 자치법규의 대부분은 조례상 목적 수행을 위해 설치된 각종 위원회 위원의 해촉사유로 장애를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인천시 공무직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 관리 규정’, ‘인천시립예술단 설치 조례 및 동단원 복무조례’, ‘인천시 해외사무소 설치 등에 관한 조례’, ‘인천시 무형문화제 보전 및 전수에 관한 조례’ 등의 경우 ‘신체 정신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사유가 있을 때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둬 장애인의 취업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결격조항’이란 장애 또는 피후견의 사실을 권리의 행사, 공무 담임, 각종 자격 또는 인허가, 기관 법인 단체의 임직원, 위원회의 위원 등의 자격을 상실시키는 사유로 삼는 법령 조항으로, 2019년 법제처 조사 결과 453개 법률에서 결격조항을 두고 있으며 그 중 정신장애를 원인으로 하는 법률은 37개로 파악됐다.

박 교수는 “이처럼 결격조항이 많은 이유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나라의 법제를 정비하면서 입법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일본 법률을 계수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결격사유의 대부분은 장애인이나 피후견인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이므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무나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낡은 편견에 기초한 것”임을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들어오면서 ‘장애인의 결격사유 적정화’를 위한 법률 정비를 시작했다. 범정부적으로 구성된 ‘장애인시책추진본부(본부장 내각총리대신)는 장애인 결격조항이 있는 63개 제도에 대해 △필요성이 적은 결격조항은 폐지할 것 △꼭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대상을 엄밀하게 규정하도록 개정하거나 절대적 결격조항에서 상대적 결격조항으로 개정할 것 △장애인이란 표현을 피하고 장애인을 특정하지 않는 규정으로 개정할 것 △그 밖에 자격이나 면허 등의 회복 규정을 명확히 둘 것 등의 방향으로 정비가 이뤄졌다.

우리나라 또한 2019년 ‘피후견인 결격조항 정비방안’을 마련해 1차로 ‘전기통신법’ 등 법률 16건과 대통령령 등 7건을 정비한 데 이어 올해 법제처는 ‘국가공무원법’ 등 법안 106건을 대상으로 피후견인을 직무수행 결격사유에서 제외하는 2차 정비방안을 8월 4일 국무회의에 제출해 통과됐다.

박 교수는 장애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질병 기타의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나 ‘심신 또는 일신상의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등 표현을 사용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심신의 장애와 직무 수행

사이에는 연관성 거의 없어

 

인천시 행정에 장애인지적 관점

제시할 수 있도록 각종 위원회

장애인 당사자 참여 보장해야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신체 또는 정신적 장애로 인해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면 위원회 위원 해촉이 가능하다는 규정은 그동안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많은 조례에 이 조항이 복사되어 붙여져 왔다.”며 “이는 극히 비장애인 중심적인 규정이고 언어이며 장애인을 시민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차별”임을 주장했다.

심신의 장애와 직무 수행 사이에는 사실 연관성이 거의 없다. 심신의 장애는 장애인이 직무수행을 하기 위한 제도적 물리적 지원 체계와 편의 제공 직무 환경의 개선 직군의 개발, 인적 서비스를 필요로 할 뿐 직무수행 불가능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

장 국장은 “장애인의 위원 활동과 직무 수행은 오히려 다양한 주체들의 다양한 요구와 입장을 위원회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이며 인천시 행정에 장애인지적 관점을 제시할 수 있기에 오히려 각종 위원회 구성에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권장해야” 함을 피력했다.

그는 ‘인천시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에 관한 조례’ 제7조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정상적 작업조건에서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특정한 근로환경을 제공하는 등의 보호고용 조항은 장애인 근로자의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한 특정한 근로환경을 제공하는 등의 보호고용으로 수정해 장애 유형과 정도에 맞는 맞춤형 근로환경이 지원될 수 있도록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심신장애를 결격조항에 포함

하거나 장애인을 부정적으로

표현 조례 등 일괄개정 필요

 

‘장애극복상 폐지 조례안’

9월 10일 시의회에서 가결

 

∎조선희 인천시의 문화복지위원회 의원(정의당)은 “심신장애를 결격조항을 포함하는 조례와 장애인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조례, 장애를 이유로 적극적 차별에 해당하는 조례, 합리적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조례, 이미 폐지된 법령을 따르거나 확립된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조례 등은 일괄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원 해촉사유와 관련해서 경상남도는 ‘심신장애로 인하여’를 ‘건강상의 이유로’로 개정했으며 서울시는 ‘지체장애 또는 정신장애’를 ‘장기간의 심신쇠약’으로 일괄 개정이 이뤄지는 등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장애차별 용어 일괄정비를 진행 중이다.

조선희 의원은 지난해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장애극복상 조례’ 등 인천시 정책 및 제도에 사용된 장애 차별적 용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인천시 장애극복상 조례’의 경우 ‘장애극복’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 침해적 요소가 포함된 장애를 왜곡한 사례로 2002년부터 장애극복상은 3년 정도 시행됐다. 시는 2016년부터 장애인단체의 기념식 및 행사 시 수여되는 모범장애인, 장애인복지 유공자에게 수여되는 시장 표창을 하고 있어 조례의 존속 필요성이 없어져 ‘장애극복상 조례 폐지 조례안’을 6월 4일부터 입법 예고했다.

지자체별 장애인을 대상으로 별도의 포상조례가 마련돼 있는 경우는 광역 7곳, 기초 24곳으로 조례명에는 ‘장애극복상’, ‘모범장애인상’ ‘장한장애인상’, ‘장애인상’, ‘으뜸장애인상’, ‘올해의 장애인상’, ‘장애인복지대상’ 등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전남과 경기도의 경우 당초 ‘장애극복상’이었던 제명을 ‘장한 장애인상’, ‘으뜸장애인상’으로 변경했다.

한편 인천시의 경우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 제18조에선 위원회 위원 해촉사유를 ‘장기치료를 요하는 질병 등의 사유로 인해 위원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며, ‘인천시 장애극복상 폐지 조례안’은 9월 10일 인천시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인천시, 장애인 차별적 용어

관련부서 협의해 일괄개정

2023년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 기본계획’ 수립

 

∎임석봉 인천시 장애인복지과 장애인권익지원팀장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각 부서의 조례 및 정책에 사용되고 있는 장애인 차별적 용어가 개선 용어로 변경될 수 있도록 관련부서와 협의해 일괄 개정할 방침”임을 밝혔다.

임 팀장은 또한 “‘인천시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 기본계획(2023년~2027년)’ 수립을 위해 내년 예산안에 관련 연구용역 예산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기본계획은 △장애유형별 인권실태 △장애인복지정책 현황 및 차별금지 관련 법령 분석 △장애인 인권도시 비전수립 및 세부전략 마련 등이 포함된다.

이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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