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인권은 무시돼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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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인권은 무시돼도 되는가
  • 편집부
  • 승인 2009.11.20 00:00
  • 수정 2013-02-0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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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정신장애인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는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의 부끄러운 인권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권위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의 86%가 자기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강제로 입원되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의 3~30%와 비교할 때 지나친 수준이다. 입원기간도 6개월 이상 장기입원율이 53%를 넘고 정신요양시설에서는 평균 7년 이상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입원일수도 영국 52일(1999년), 독일 26.9일(1997년), 이탈리아가 13.4일(1998년)인 반면 우리나라는 233일(2008년)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 퇴원 후 바로 타 시설로 자기의사와 상관없이 입원되는 환자가 4명 중 1명이고, 정신보건심판위원회가 퇴원명령을 해도 재입원환자 중 55.9%는 하루만에 재입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정신보건시설 입원환자 중 51.5%가 입·퇴원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하고 입원환자의 25%는 의료진으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강박당한 경험이 있으며, 강박시간이 24시간을 초과한 경우도 6.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가 이런 보고서를 낼 정도라면 그 심각성이 오죽하겠는가. 상황이 이럴진대 지금에 와서 정신장애인들의 인권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낯 뜨거울 정도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정부정책은 지금까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장기간 입원시켜 격리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돼온 결과, 정신장애인은 인권침해 차원을 넘어 인권의 사각지대로 방치돼왔다. 우리나라 정신보건법에는 모든 정신질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작년 3월 개정된 조항에는 모든 정신질환자는 최적의 치료와 보호를 받을 권리를 보장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모든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함은 물론,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 대하여는 항상 자발적 입원이 권장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입원중인 정신질환자는 가능한 한 자유로운 환경이 보장되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과 자유로이 의견교환을 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고 명문화해 놓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정책은 이 최소한의 법조항마저 지금까지 사문화시켜왔다. 그 결과 정신장애인은 최소한의 자기의사결정권은 물론 인간다운 삶을 송두리째 유린당해왔다.


 법조항처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키키고 정신질환을 예방하며 정신질환자의 치료·재활 및 장애극복과 사회복귀촉진을 위한 연구·조사와 지도·상담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인권위는 이번 보고서를 내면서 국무총리에게 정신장애인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범정부적 정책이 수립·이행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들을 유기적으로 조정, 통할하도록 하고 보건복지가족부장관에게는 관계법령을 정비하고 구체적 정책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선진국들이 1960년대 이후 정신병상수를 줄이고 지역사회 시설을 늘리는데 주력해오는 동안 우리나라는 1999년 이후로 정신과 병상수를 늘려온 것만 봐도 정부정책의 부재를 알 수 있다. 이제 정부는 인권위의 권고대로 정신장애인 인권보호와 회복을 위한 전향적인 정책전환을 보여야 한다. 비인간적인 격리정책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자기의사결정권을 비롯한 기본적인 인권으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관련법과 제도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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