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커뮤니티케어 시대, 사회적 돌봄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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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커뮤니티케어 시대, 사회적 돌봄 확대해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1.08.20 10:50
  • 수정 2021-08-20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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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장애인돌봄체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8월 4일 ‘경청-돌봄을 돌아봄Ⅱ’을 주제로 네 번째 인사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권정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발표자들이 토론자로 나서 탈시설·커뮤니티 케어 시대, ‘돌봄의 시작과 일상’, ‘돌봄의 의미와 공감’을 주제로 장애인 가족, 지역기관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재상 기자>

시설 거주 장애인, 탈시설 하면

중증장애인 스스로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한다는 두려움 있어

 

인천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

탈시설 개인별 맞춤형서비스 지원

 

∎정재원 인천시장애인주거지원센터장은 “시설 거주 장애인의 경우 주거환경의 변화에 따라 중증장애인 스스로가 직접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거주생활시설의 불편함과 불만이 있으나 새로운 변화 시도에 대한 회의적 소극적 자세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탈시설 전 반응은 거주시설 장애인들에게 탈시설에 대해 설명을 하면 “다 좋은데 나는 아니야” 하며 손사래를 친다. “원장님 마음은 알지만 나는 아니니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하라고 해. 나는 자립하기도 싫고 죽어도 여기서 죽을 거야.”라며 거절했다.

보호자 또한 지원주택이라는 주거 이전에 대해서 가족이 24시간 보호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중될 때를 생각해서 탈시설을 반대하는 불편한 오해를 갖고 있었다.

장애인이나 보호자는 스스로 한다는 탈시설과 자립에 대해 상당히 경계심을 느끼고 혼자 할 수 없는데 자꾸 혼자 하라고 하느냐. 장애가 있어 할 수 없는데 왜 하라고 하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개인 사생활이 보장되는 독립적인 생활을 설명하면 그때서야 그들은 “나 이렇게 불편한데 도와줄 거예요?”, 환자와 같은 서비스가 지원된다고 하면 “과연 그렇게 될까?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의심의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내가 뭐라고 그런 대우를 받겠어”라며 힘없이 고개를 떨구곤 했다.

그랬던 중증장애인들이 이제 서울에 있는 지원주택으로 이전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정 센터장은 “우리 사회는 1950년대에 만들어진 시설 모델이 지금까지 존재한다. 7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사회가 많이 변화했다. 과거에는 장애인이 사회에 나타날 수 없고 존재하지 않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그러한 환경도 있었지만 70년이 흐른 지금은 평등과 형평성을 우리 사회는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지난해 11월 2일 기준 가구수별 비율을 보면 1인 가구 31.7%, 2인 가구 28%로 1,2인 가구가 전체의 60%에 다다르고 있다는 발표도 있듯, 이제는 각자의 방에서가 아니고 1인 가구 가정의 시대로 달려가고 있는 것.

사회서비스는 1950년대 ‘보호 중심’에서 1980년대 ‘재활 중심’, 2000년대 ‘인권 중심’이었고 2010년대 ‘자립의 시대’, 2020년대 ‘독립의 시대’를 요구하고 있다.

‘탈시설화 정책’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해 지역사회 내 거주환경을 조성하고 주거환경 개선 및 리빙서비스 지원을 통합해 개인별 맞춤형 종합서비스를 지원하는 전달시스템이다.

탈시설 실현을 위해 제시되고 있는 것이 지원주택 모델로 선진국에서는 30년 전부터 지원주택사업을 진행했다.

‘지원주택’은 개인 사생활과 자율성과 정체성이 보장되는 독립된 공간에 입주자 본인 명의의 주택으로 지역사회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생활서비스가 지원되며 주거취약계층 누구나 경제적 부담감 없이 입주 가능한 수준의 저렴한 비용의 주택이다.

정 센터장은 “현재 집단생활 거주시설이 사회 지향적 지원주택과 보건독립 지향적 지원주택형으로 변형되는 과정에서 ‘인천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가 출범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탈시설, 탈시설 집중과제 수행단계와 지역사회 정착지원 유지 강화단계로 영역을 나눠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

주거환경 개선과 주택공급에 관련해선, 현재 시설 거주 장애인 중 자립생활 욕구가 있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중간에 체험형 주택 중심으로 서비스 지원을 한 후, 독립가정인 지원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비장애인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장애인이 숨거나

집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장애를 보여주며 함께하고 요구해야

 

∎박상현 사회적기업 위더스 함께걸음 이사는 “지역사회에서 다수인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장애인이 숨거나 집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장애를 보여주며 함께하고 요구해야 한다.”면서 인천장애인부모연대가 어떻게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을 고취시켜 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20년 전 박 이사는 발달장애를 지닌 자녀에게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가 나와 근처에 있는 일반초등학교로 갔더니 ‘장애가 있어서’, ‘특수학급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대며 5~6군데 학교에서 입학을 거부했다고 했다.

“왜 우리 아이가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수학교로 가야 돼? 일반학교에 있으면 안 돼? 우리 장애인부모의 가장 큰 소원은 바로 옆집 친구들과 누구야 학교에 가자. 하면서 둘이서 손잡고 가는 게 가장 큰 소원인데 이거조차 이 나라에서 지켜주지 않는단 말이야? 그리고 교육에 대한 것은 부모들이 선택할 일이지 장애인이라고 특수학교만 가라는 건 뭔가 좀 문제가 있다.” 어쨌든 꾸역꾸역 일반학교에 집어넣었지만 장애학생은 학교 안에서의 고립이 이어졌다.

외국의 경우 일반학교 특수학급 안의 장애인을 도와줄 도우미 선생님을 제도화해 통합교육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인천시가 2000년 전국 최초로 장애학생도우미제도를 1년 정도 시범 운영했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중단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장애학생도우미제도가 절실했기 때문에 신문사와 방송국을 쫓아다니면서 장애학생도우미제도화 필요성을 알렸고 그 일을 계기로 인천에 있는 장애인부모들이 조직을 만든 것이 ‘인천통합부모회’로 지금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로 활동 중이다.

인천장애인부모연대는 지역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장애학생을 집안에 감춰 둬서는 안 되며, 복지관뿐만 아니라 주민센터 내 평생교육실, 생활체육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물론 장애인이라고 처음에는 대부분 겁부터 내지만 선거 시 후보들에게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인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실시 등을 요구공약으로 제시하고 그것들을 후보들이 수용토록 하고 당선 후 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부모들이 장애인 자녀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시 계양구에 위치한 ‘아모르카페’다.

‘㈜아모르카페’는 2012년 지역 공동체 중심으로 계양구 지역의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모여서 특수학교 졸업 후에 갈 곳이 없는 장애인들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법인으로, 계양구청의 지원을 받아 청사 내 1층 민원실의 공간을 무상으로 임차하고, 그곳에서 당당히 취업하여 근로하는 모습을 통해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인식 개선에 목적을 두고 있다.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사회적 돌봄은 절실한 상황

돌봄 바탕되지 않는 서비스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아

 

∎최성남 인천장애인복지관장은 “장애인복지관이 갖춰야 할 공공성이란 지역사회 장애인복지서비스 기관으로서 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인데 남들이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영역에 선도적으로 나서서 어떤 실천의 성과를 내서 일반화를 꾀하는 것”임을 주장했다.

최 관장이 중증발달장애인의 사회적 돌봄 등 장애인복지관의 공공성 강화에 역점을 두기 시작한 것은 어릴 적부터 10년 넘게 인천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해온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청소년의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발달장애인 부모 중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발달장애가 다자녀인 가족들이 거의 아슬아슬하게 버티다가 실제로 본인이 몸이 아프다든지 실업을 했다든지 나이가 들었다든지 하는 사회적 위험에 닥치게 되면 더 극단적인 나락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생활의 거의 전 영역에서, 전 생애에 걸쳐서 돌봄이 요구되는데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인들은 가족, 특히 어머니들이 전적으로 돌보고 있는 상황.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갑자기 홀로 남겨진 발달장애인을 돌볼 사람이 하나도 없는 일들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면서 두려움 같은 것을 느꼈고, 이후 인천장애인복지관은 사회적 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

그는 “이 과정에서 발달장애인들 가족들을 만났을 때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사회적 관계에서나 만성적 과로로 매우 지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며 사회적 돌봄이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에 대한 사례를 소개했다.

발달장애인의 어머니가 자기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게 됐는데 수학여행을 혼자 보내려니까 너무 걱정이 돼 따라가려 하자, 담임선생님이 ‘저희가 책임질 테니까 어머니는 집에 가서 쉬세요.’라고 하는 얘기를 듣고 어머니가 10년 만에 미장원에 가서 파마를 편안한 마음으로 했다. 그때의 그 즐거움을 잊을 수가 없다는 얘기를 했다.

사회적 돌봄이란 만성적 과로로 지친 그분들이 숨 쉴 틈을 주고 잠깐이라도 주돌봄자들이 자기 스스로를 돌보는 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틈을 주는 것.

장애인복지관은 종합기관으로 아동이나 청소년들 학령기에는 주로 생활기능을 높이는 치료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성인기에는 직업훈련이나 고용지원, 평생교육, 여가문화와 같은 사회활동 참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 관장은 “이 가운데 돌봄은 가장 전문성이 낮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런 것들로 생각해왔는데 실제로 어떤 서비스도 돌봄이 바탕이 되지 않는 것들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천장애인복지관은 지난 3년 동안 인천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위기탈출 긴급돌봄 24시간’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발달장애인 167명에게 여러 가지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254명의 가족에게 자조모임 지원 등 가족휴식사업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50%가 넘는 발달자애인 가족이 신청 탈락했는데 그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하고 정확하게 일치해서 그동안의 공공돌봄이 축소됐기 때문.

그는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을 돌보면서 만성적으로 지쳐있는 이분들에게 ‘어머니 쉬세요. 지금은 저희들이 책임지겠습니다’란 사회적 돌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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