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탈시설이라 쓰고 시설의 지역사회화라 읽히는 분노에 대하여
상태바
(논평) 탈시설이라 쓰고 시설의 지역사회화라 읽히는 분노에 대하여
  • 편집부
  • 승인 2021.08.04 1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탈시설이라 쓰고 시설의 지역사회화라 읽히는 분노에 대하여

- 지난 2일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 발표에 부쳐 -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지난 13년 동안 발달장애인이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투쟁해왔다.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거주시설 폐쇄(탈시설)’ 등을 연대해서 함께 외쳤으며, 2018년부터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울부짖으며 더 이상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부모나 가족에게 전가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이에 정부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있으며, 2018년 9월에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하였고 2019년 7월에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하여 장애인의 환경과 필요에 맞는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일에는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이처럼 지난 4년간 정부가 추진한 장애인 정책의 명칭과 취지를 보면 언뜻 우리사회에도 장애해방 세상이 올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볼 수 있다. 정말 발달장애인에게는 너무나 가혹했던 우리사회에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해방 세상이 도래할 것인가.

부양의무제의 협의적 접근 방식의 문제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있는 부양의무제는 현재 소득보장에만 한정되어 있으며, 소득보장제도인 국민기초생활제도 내 각종 급여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있지만 아직 의료급여에 있어서 부양의무제 폐지는 요원하다.

최근 한 학자는 우리사회 부양의무제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소득보장에 있어서 부양의무제이며, 다른 하나는 일상생활 등 지원(돌봄)에 있어서 부양의무제이다.

우리사회에서는 예로부터 가족 문화를 중시하며 그 문화를 유지하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에 대한 일상생활 등 지원(돌봄)은 가족이 일정정도 감당해야 그 문화가 유지된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일부 맞는 말이기도 하다. 가족 구성원 간 상호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가족 구성원 간 상호지원은 보편적인 것이어야 하며 최소화되어야 한다. 만약 보편적이지 않은 것을 최대로 가족에게 요구할 시에는 오히려 가족을 해체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나 가족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비장애인들의 가족 속에서 발생하는 보편적 지원이지 그 이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보편을 넘어서 거의 대부분의 지원을 부모나 가족에게 전가해 오고 있다. 따라서 ‘부양의무제 폐지’는 소득보장 전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간 일상생활 등 지원(돌봄)에서도 폐지되어야 한다!!

하루 최대 24시간 지원체계가 빠진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2018년 9월 정부가 발표한‘종합대책’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의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선언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종합대책’의 내용을 보면 기존 지원체계를 계속 유지하며 약간의 서비스를 신설하거나 기존 서비스를 일부 확대한 것, 그 이상은 없다. 고로 ‘종합대책’이후에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대부분 부모나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제 ‘종합대책’의 기간도 1여 년의 시간만 남아 있다. ‘제2차 종합대책’이 마련된다면 발달장애인에 대한 환경과 필요를 파악하는 ‘발달장애인 생활실태 전수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결과에 기반하여 부모나 가족이 아닌 국가가 발달장애인의 하루 최대 24시간 지원하는 체계를 재구축하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기존보다 오히려 후퇴한 ‘장애등급제 폐지 및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도입’

정부는 2019년 7월 그동안 장애인의 삶을 옥죄여 왔던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인의 환경과 필요를 고려하여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는 장애인의 필요와 환경을 파악하기보다 여전히 장애인에게 의료적 잣대를 들이대며 자신의 필요를 증명하게 하고 있다. 특히 유일하게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1:1 대인지원서비스인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정부는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도입 이전 보다 도입 이후 그 시간이 늘어났다고 주장하지만 착시효과일 뿐이다.

기존에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장애인이 일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게 되고, 그리고 이전보다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감소하였을 경우, 그 시간을 보존해주는 산정특례 조치 때문에 시간이 늘어났다고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산정특례를 받는 장애인 중 발달장애인이 가장 많으며, 산정특례 조치는 2022년까지 만 적용된다. 2022년 이후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은 부족한 지원을 누구에게 받을 수 있는가.

물론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도입 이후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모두 감소한 것은 아니며, 일부 발달장애인은 그 시간이 증가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증가한 일부 발달장애인에게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지원받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답변은 ‘Never!!’일 것이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의 환경과 필요에 맞게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개편이 필수적이다.

모래 위에 쌓은 ‘탈시설 로드맵’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이하 탈시설 로드맵)’은 앞서 언급한 장애인 정책과는 그 결이 다르게 튼실하게 구축되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정부가 발표한 ‘탈시설 로드맵’의 핵심은 1) 기존 거주시설을 지역사회 주택의 형태로 전환하며 주거유지서비스를 신설‧제공한다. 이때 주거유지서비스는 사례관리사를 두어 주택관리, 금전관리 등 일상생활 지원 및 각종 서비스 연계 등 지역거주생활 전반에 대한 종합 지원을 한다. 그리고 희망하는 거주시설은 주거유지원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 후견지원, 소득‧일자리 지원, 건강관리, 가족지원(주간활동서비스, 장애아동 양육지원) 등과 연계하여 지원한다. 3) 의료 등 전문서비스가 24시간 필요한 장애인의 경우 전문서비스 제공기관(기존 거주시설을 독립생활 공간 단위로 개편 등)으로 개편하여 지원한다.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은 분명히 거주시설에 생활하는 장애인의 주거 공간을 지역사회로 이전하고 주거유지서비스를 도입하여 제공하는 것에 의미는 있다. 이는 탈시설 장애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발달장애인도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독립해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며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로, 지역사회에서 주택을 제공하고 주거유지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그 운영을 거주시설에게 열어놓았다. 심지어 주거유지서비스에 사례관리사를 두어 금전관리 등 일상생활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거주생활 전반에 있어 종합지원을 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지원구조를 자세히 보면 기존 거주시설 지원구조와 무엇이 다른 것인가. 오히려 기존 거주시설의 역할을 더 강화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둘째로, 소득‧일자리 지원, 건강관리, 가족지원(주간활동서비스, 장애아동 양육지원) 등과 연계하여 지원한다고 명시하였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지역사회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는 매우 열악하다. 공공후견인제도 등 후견제도가 존재하나 그 체계가 매우 열악하며 그 제도 역시 대리의사결정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재가 발달장애인도 이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게 실정이다.

소득‧일자리 역시 열악하다. 소득보장의 경우 아직 부양의무제가 완전히 폐지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일자리의 경우 많은 재가 발달장애인도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건강관리에서도 재가 발달장애인의 경우 제대로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낮 시간 서비스 혹은 지역사회 이용서비스가 아니라 가족지원이란 명칭으로 주간활동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게다가 아동의 경우에는 돌봄‧양육지원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것에 대한 명시이다. 이는 탈시설 장애인에 있어서 가족에 의한 일정 정도 지원을 전제로 그 지원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말고 무엇으로 해석될 수 있는가.

셋째로, 의료 등 전문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에게는 현 거주시설을 개편해서 전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말장난일 뿐이다. 탈시설의 문제는 장애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지원체계의 문제이다. 의료적 지원 등 24시간 전문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도 지역사회 지원체계가 구축된다면 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다.

결론적으로 탈시설은 앞서 언급한 정책(부양의무제 폐지, 하루 최대 24시간 지원체계,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개편 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정책이 모래처럼 부실함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우리사회 존재하는 부양의무제, 전무한 발달장애인 하루 최대 24시간 지원체계, 발달장애인의 환경과 필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등 모래와 같이 부실한 기반에서 구축된 탈시설 로드맵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으며, 종국에는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탈시설이 아닌 시설의 지역사회화라는 괴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탈시설이 시설의 지역사회화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 정부는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하루 최대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개편을 전제로 탈시설 로드맵을 재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 지원체계가 우선 구축되어야 탈시설이 진행될 수 있다는 등의 어떤 변명도 더 이상 필요 없다. 정부는 지금 당장 모든 발달장애인이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2021. 8. 4.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