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와 국회는 UN장애인권리협약에 발맞춰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하라!
상태바
(성명) 정부와 국회는 UN장애인권리협약에 발맞춰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하라!
  • 편집부
  • 승인 2021.08.04 09:36
  • 수정 2021-08-04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UN장애인권리협약에

발맞춰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하라!

 

2021년 8월 2일 정부는 장애인의 탈시설을 약속하고 3년 만에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 하였다. 장애인의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정부의 발표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동안 장애인 가족의 고통과 힘겨움의 눈물을 닦아주기엔 권리를 존중받지 못하고 차별받아 온 삶과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가족들이 고통으로 죽어 나가던 그 시간들을 보상해주기엔 많이 늦었다.

얼마 전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이 상복을 입고 정부가 발표할 탈시설 로드맵이 자신들에게는 사형선고와 다르지 않다며 복지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현재 국내 시설에 사는 장애인은 1539개 시설에 29,000여명으로 그 중 발달장애인이 80%에 달한다. 하지만 막상 시설에서 많은 수를 차지 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에게 그 누구도 시설에 살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없다. 시설에 가는 것은 곧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공간에서 잠을 재워주고 먹여주며 목숨을 이어 사는 삶은 인간적인 삶이 아니다. 발달장애인들은 시설에 입소하는 과정에서부터 스스로 원해서 들어가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버티다 내몰리는 곳이 시설인 것이다.

시설에서 산다는 것은 한 방에 5~10명이 같이 방을 쓰며 화장실이 하나라 불편하고, 씻을 때도 누군가와 함께 씻어야 한다. 개인 방이 없어 타인으로부터 매 순간 감시받기 때문에 사생활을 보장 받을 수 없는 감옥 같은 공간이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고, 하고 싶은 활동과 외출도 할 수가 없는 자유가 억압된 공간이다. 장애인들은  시설직원들이 지시하는 대로 살아야 하며 시설을 유지하기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일정에 맞춰야 한다. 또 인적이 드문 곳에 시설이 있어 지역사회와 교류할 수 없다보니 운영비 횡령, 인권침해, 폭력, 노동착취 등 보호를 가장해 장애인들을 볼모로 삼고 있는 곳이 되었다. 시설 내 문제가 밝혀져도 발달장애인들의 삶은 다시 다른 시설로 이곳 저곳 옮겨 다니며 살아야만 하는 떠돌이 인생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마지막 시기에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 했으나 얼마나 반영될지는 알 수 없다. 또한 대규모 시설을 소규모 시설로 전환한다고 하는 것은 이미 그룹홈이나 쉼터를 사는 발달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직원의 감시와 통제를 받고 직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며 살아남아야만 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 갈 수 없는 삶은 또다시 반복되는 작은 감옥이다.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 자립생활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시설은 정부가 내세운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처럼 이름을 바꿔 반복되고 유지될 것이다. 또한 시범사업을 통해 2025년부터 매년 740명을 지역사회 거주 전환한다는 것은 현재 3만 명 가까이 되는 시설거주인들이 모두 지역사회로 돌아간다면 족히 40년이 걸리는 매우 느린 계획이다. 탈시설 대상을 욕구가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는 것도 이미 사회와 격리되어 살아 온 발달장애인에게는 욕구를 확인하고 탈시설을 지원하는 것은 시간 늘리기의 수단일 뿐이다. 이미 오랜기간 시설에서 살아온 장애인들이 매해 740명밖에 뽑지 않는 뽑기에 뽑히지 못해 해가 넘어가길 기다리고 시간을 견디며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발달장애인도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권리를 가지고 존중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 독립된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일 하며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정부는 보호가 아닌 지역사회 자립생활 권리를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 해야 한다. 스스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서비스와 낮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간활동 서비스가 확대되어 가족들의 고통과 걱정을 덜어주어야 한다. 또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탈시설을 정책이 펼쳐져야 장애인들이 국민으로서 자신의 삶을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12월 국회에서 발의한 탈시설 지원법은 68명이나 되는 국회의원들이 동의했음에도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 정부는 탈시설 로드맵을 선언하는 것에서 멈추어서는 안되며 장애인들의 자립생활 권리와 UN장애인권리협약에 발맞춰 제대로 된 정책을 펼쳐야 한다. 한국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을 대표해 정부와 국회가 탈시설지원법을 조속히 제정하기를 요구한다.

2021년 8월 3일

한국피플퍼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