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의 절규를 외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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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의 절규를 외면 말라!
  • 편집부
  • 승인 2009.11.06 00:00
  • 수정 2013-02-05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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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난 2일 기습한파와 신종플루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장애계 사상 최대규모인 1만여명의 장애인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전국에서 서울 여의도에 모였다. 1981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시작된 지 올해로 29회째를 거치는 동안 역대 최대규모라 할 지난 9월 체전에서조차 총 참가자가 6천여명 수준이라고 볼 때 단군이래 초유의 사건이다. 이들은 이날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애연금 확보를 위한 전국결의대회를 갖고 <효경>의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효지시야(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孝之始也)’란 가르침도 저버린 채 삭발까지 해가며 MB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이 모인 목적은 딱 한 가지,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장애인연금 때문이다.


 이번 집회를 통해 장애계는 ‘장애인에게 생명과 같은 장애연금을 현실화해 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 25만원 이상의 현실적인 장애연금액을 보장하라’고 집권여당과 MB정부를 압박했다. 장애계는 작심한 듯 장애인정책과 관련된 각종 현안들도 봇물처럼 쏟아냈다.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저상버스 도입 예산을 확충하고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제공시간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애인차량 LPG지원 폐지도 장애인들의 생계에는 심각한 타격 요인이다.


 무엇보다도 장애계가 장애인연금법 입법예고안 거부에 이어 이런 극단의 반응을 보이게 된 근본 원인은 MB정부가 장애인을 갖고 우롱하고 있다는 강한 반감이 형성된 때문이다. 장애인연금예산이 당초 계획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책정되면서 장애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기획재정부에 ‘2010년 장애인복지예산 요구안’을 제출하며 3천239억원의 장애인연금예산을 요구했으나 정부가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시킨 장애인연금예산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천519억원. 당초 보건복지가족부 요구안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장애계를 자극시킨 것이다. 이대로라면 중증장애인이 받는 연금은 한달에 9만1천원에서 15만1천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연금제도가 도입되면 그동안 제공되던 장애수당이 없어져 사실상 실질소득이 줄어들게 되고 생계보장이 안된다는 절박함이 장애계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저소득 장애인들의 일정한 소득보전을 목적으로 도입된 장애인연금제도의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MB정부는 내년도 복지분야 예산을 역대 최고수준으로 편성했다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는가 하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소외계층인 장애인예산마저 늘리기는커녕 올해보다 2.7%(187억원)나 삭감시킴으로써 장애계 심기를 뒤집어 놓았다. 결국 MB정부는 장애인차량 LPG연료 지원을 끊어서 장애수당을 올리고, 장애수당을 없애서 장애인연금을 지급하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해냈다. 지난 대선 당시 장애인복지를 대폭 확충하겠다며 ‘장애인연금’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던 MB가 장애인들을 기만한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MB정부의 장애인정책 때문에 장애계가 허탈하다. 장애수당을 장애연금으로 포장하는 수법으로 장애인을 속이면서까지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 것은 오만함의 극치다. 피도 눈물도 없는 MB정부가 용산 철거민들을 대하던 행태를 볼 때 장애계의 앞날이 심히 우려된다. 장애계의 요구는 단 한가지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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