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주류화를 향한 우리의 새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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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주류화를 향한 우리의 새 도전
  • 편집부
  • 승인 2021.06.24 09:52
  • 수정 2021-06-24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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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

크고 긴 안목으로 볼 때, 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특수하게 특화되어 발전‧확대되어 왔다. 즉, 거의 특별하게만 다루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1년 한국은 ‘심신장애자복지법’을 제정한 이래로 현재 장애 관련 법은 19개에 이른다. 복지, 보건, 교육, 고용, 건축, 교통, 기업 및 산업, 주거, 문화예술, 스포츠, 인권 등의 분야에 6개 부처가 장애특화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 이외의 다른 모든 법과 제도가 장애인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잘 고려하고 있을까?

장애인의 삶의 영역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다양화되고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해야 하는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영역이 장애 친화적인지는 불분명하다. 새롭게 개발되는 분야에서 장애라는 요소를 인지하지 못한 채 정책은 개발되고 시행되곤 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장애인의 요구와 어긋나는 결과가 빚어지곤 한다. 최근 ‘키오스크’ 문제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장애를 겪는 사용자를 고려하지 못한 기기의 개발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그래서 우리 사회를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만드는지를 우리는 목도 하고 있다.

다양화되고 확장된 장애인의 요구를 촘촘하게 받쳐 주기 위해서 ‘장애주류화’는 필수 전략이다. 장애주류화는 국가정책의 전 과정, 즉 정책 수립, 법률의 제정, 예산 편성, 집행, 평가의 과정에서 정책수요자인 장애인의 특별한 요구를 고려하는 등 장애인지적 관점을 상시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특별하게 다루어지던 장애인정책은 이제 국가정책 전반에서 포괄적인 접근을 하지 않고서는 장애인의 다양하고 세밀한 요구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장애주류화 전략의 실현은 법제화를 통해 가능하다. 성주류화가 ‘양성평등기본법’에 반영되어 있듯이, 장애주류화도 법적인 근거를 가져야 실행될 수 있다. 다행이 최근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논의에서 ‘장애영향평가’나 ‘장애인지예산’이 검토되고 있어서 매우 다행이다.

장애주류화는 지자체의 조례 제정으로도 제도화될 수 있다. 법제화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긴 시간을 필요로 하나, 조례는 지자체 사정에 따라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합의 절차를 거쳐 제정될 수 있다. 이러한 조례제정이 법제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법제화와는 별개로, 장애주류화에 입각한 정책 소관 부처의 조정도 장애주류화의 일환이다. 가령,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중 건축물에 관련된 사항을 그 소관 부처를 보건복지부에서 국토해양부로 이관하는 것이 그에 해당된다. 건축법과 관련 정책수단을 가지고 있는 부처가 장애인의 편의증진을 다루게 하는 것이 장애인의 접근성 정책 발전에 보다 바람직하다. 2005년, ‘편의증진법’에서 교통분야가 분리되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고 국토해양부가 소관 부처가 됐던 것은 좋은 예이다.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은 모든 정책과 프로그램에서 장애인의 인권보호와 증진을 국가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당사국의 ‘일반의무(General Obligation)’로 천명하고 있다. 이는 곧 장애가 국가정책에서 배제되거나 주변부화가 되지 않는 주류화를 의미한다. 우리의 장애인정책이 보다 성숙한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정책 모든 분야에서 장애인지적 관점이 상시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장애계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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