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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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 편집부
  • 승인 2021.06.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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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남/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인생의 절반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늙음이 시작되면 그 모든 것에서 천천히 멀어집니다. 나이가 들면 무언가 원한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아요. 나약하고 힘없는 노인이라서가 아니라 이제 와서 굳이 새로운 걸 접하기가 두려운 거지요. 하지만 그 뜻이 작은 건 아니랍니다. 나약하고 힘없는 노인인 건 맞지만 진심이 진심보다 작은 건 아니 거든요.’

얼마 전 인기 있던 웹툰을 원작으로 해서 TV로 방영했던 드라마 ‘나빌레라’의 대사 중 마음에 새기게 되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70세 된 노인이 발레에 대한 꿈을 위해 가족들을 설득하고 이해하는 과정과 알츠하이머라는 치매진단에도 마지막 발표회까지 멋지게 해낸 노인을 다룬 것이다. 언뜻 보면 발레리노의 꿈을 꾸는 노인의 모습은 멋져 보이거나 존경의 대상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드라마에서도 부인이 민망스럽다며 발레하는 것을 반대하고 큰아들은 자식들 체면도 생각해 달라며 다투는 모습에서 가족 간 갈등 상황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노인에게도 발레리노의 꿈을 갖게 된 사연이 있었는데 어릴 적 우연히 보게 된 발레 공연 장면 가운데 현재 알츠하이머라는 상황 속에서 기억의 마지막 흔적으로 남기고 싶었던 발레리노의 모습이였던 것이다.

얼마 전 어느 요양원의 원장님 한 분을 뵈면서 요양원을 운영하게 된 계기를 듣게 되었다. 몇 년 전 경증치매를 앓고 계시고 거동이 점점 불편해지시면서 가정에서 모실 수 없었기에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게 되었는데, 저녁식사는 잘 하시는지 안부도 궁금하고 저녁마다 즐겨 보시던 일일드라마를 잘 보고 계신지 싶어 저녁 7시에 요양원에 면회를 몇 번 간 적이 있었는데, 갈 때마다 저녁 7시에 어머니는 불이 꺼져 있는 생활실에 누워 계셨고, 저녁에 무얼 드셨는지 여쭈어 보면 매번 죽을 드셨다기에 알아 보았을 때, 케어 인력이 매번 식판에 있는 반찬과 밥을 한 그릇에 말아서 죽처럼 떠먹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식사 후에는 소화될 틈도 없이 생활실로 가서 바로 침대에 누워 취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보다 치매가 심해 배회를 하는 노인들은 바로 억제대를 사용해서 아침까지 묶어 놓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너무 가슴 아파서 본인이 공동생활가정이라는 소규모 요양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어머니를 모시게 되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방송을 통해 어느 요양원에서 전날 먹다 남은 음식을 믹서기에 갈아 다음 날 식사로 제공한 뉴스 보도를 접하면서, 그들에게 입소한 노인은 어떤 의미인지를 묻고 싶었다. 만약에 본인 부모가 믹서기에 갈린 전날 음식물을 오늘 식사로 하셨다면 어떤 기분일지 말이다. 최근 들어 요양원에서 인권 중심의 케어를 추구하는 존엄케어, 휴머니튜드 케어가 한창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존엄한 존재로서의 입소 노인을 생각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예전에 일본에 연수를 갔을 때 방문했던 요양원이 기억에 난다. 요양원 원장님은 배설과 음식은 존중케어의 기본이라고 말하면서 억제대 사용금지는 물론 수치심을 유발하는 기저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경관식 식사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대체 식사를 늘 개발하고 있는데, 실례로 돈가스를 먹고 싶으나 소화장애가 있는 노인에게는 돈가스 맛을 내면서 식감을 살리는 젤리형 돈가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나약하고 무기력해 보이고 때론 고집불통 노인네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분들도 예전엔 소중한 생명으로 축복 속에 태어나셨으며, 어여쁜 16세 소녀였고, 사랑받는 배우자의 아내였고, 사랑하는 자녀의 엄마였음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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