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역사회 통합돌봄으로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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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역사회 통합돌봄으로 대비하자
  • 편집부
  • 승인 2021.06.10 09:29
  • 수정 2021-06-10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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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산업재해로 정신장애를 입은 환갑이 넘는 아들을 돌보는 91세 할머니가 계셨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한 작년 초,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증손자까지 맡게 되었다. 한창 개구쟁이 노릇을 하는 증손자가 학교라도 다니면 한결 수월했겠지만, 학교는 휴교했고 증손자 돌봄은 오롯이 할머니의 몫이 되었다. 한 달여가 지나 만난 사례관리자에게 할머니는 ‘죽을 것 같다’고 호소하셨다.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는 부모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 아마도 거의 유일한 지역 활동이었을 복지관 나들이를 할 수 없게 된 노인과 장애인들은 사실상 자가격리 상태에 놓였다.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면서비스가 최소화되면서 이들의 일상을 지탱해 주었던 돌봄서비스들도 없어지거나 줄어들었다.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초국가적이고 비계급적인 현대의 사회적 위험의 특징을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 문장은 코로나 이후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형태로 차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현장에서 바라본 코로나는 전혀 민주적이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코로나 같은 대규모 감염병은 노인, 장애인, 어린이, 질환자, 빈곤층처럼 상시적인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훨씬 치명적이다.

인류의 역사를 BC(Before Corona), AD(After Disease)로 나눠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이전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돌봄은 만남을 전제로 한다. 먹이고 씻기고 간호하는 일은 비대면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인천에서도 수많은 돌봄종사자, 사회복지사, 복지공무원들이 코로나 시기에도 놀라운 헌신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대면서비스가 절실한 시민들을 돌보고 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의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들도 본인의 자가격리 또는 돌봄자의 자가격리나 확진으로 돌봄공백에 놓인 시민들에게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는 정말 필수적인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보건복지부에서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돌봄서비스 이용 추이를 분석했더니 돌봄시설 이용률은 10~30% 수준까지 감소한 반면, 재가·방문형 서비스 이용률은 평시 수준을 유지했다고 한다. 소규모·지역화한 서비스만이 감염병 시대에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돌봄이 필요한 주민을 ‘지역 안에서 지역의 힘으로’ 돌보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도 지난 4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구축 추진계 수립을 시작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본격 추진 중이다. 올해는 인천시사회서비스원과 협력해 인천형 지역사회 통합돌봄 모델 개발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역량강화 사업 등을 실시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목표는 나이가 들거나 장애가 있어도 자기가 살던 곳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라면 팬데믹이 온다 해도 어르신과 장애인이 대규모 시설에 코호트 격리되거나 복지기관이 휴관한다 해서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가 아직 끌어안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이 누구인지, 이들의 삶을 돌보기 위해 어떤 복지서비스들이 더해져야 하는지를 드러냈다. 코로나라는 사회적 재난이 모든 시민이 인간으로서 존중받으며 마을 안에서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사는 복지국가의 오랜 꿈을 앞당기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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