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진 재능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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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진 재능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작가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1.05.2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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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구 작가/30, 중증자폐성장애

지난 5월 12~14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있는 이음센터에서 발달장애 예술인들의 작품과 그 작품을 활용해 디자인한 다양한 굿즈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이번 전시회에 소개되는 발달장애 예술인 작품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난해 개최한 발달장애 예술인 그림 공모전 ‘당신의 재능이 제품이 됩니다’의 수상작 40개 작품이다. 또한, 수상작을 디자인으로 활용한 텀블러, 우산, 필통, 에코백, 엽서 등 굿즈 18종도 함께 선보였다.

알록달록한 네온사인을 소재로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송종구 작가와 그의 어머니 박정란 씨를 만나봤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놀잇감 중 유독 그리기 용품과 점토와 같은 만들기 용품을 좋아했다는 송종구 작가(30)는 이번 전시회에서 네온사인과 간판 등을 그린 ‘거리의 빛’이란 작품을 활용한 다양한 굿즈를 선보였다.

그의 어머니 박정란 씨는 송종구 작가가 어려서부터 그리기와 만들기 등 미술활동에 관심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같이 밖을 나갈 때면 길에 있는 거리 풍경 중에 간판이나, 미용실 사인볼, 금은방 시계 등을 관찰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또 서점을 가면 세계 국기가 그려져 있는 책이나, 다양한 그림이 인쇄된 낱말카드에 심취하기도 했고요. 그런 것들을 보고 오면 집에 와서 기억을 끄집어내 그림으로 그리고는 했어요. 특히, 종구는 고전 악기나 전통 탈 등 한국적인 것들과 국기, 간판, 사인볼 등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유년 시절부터 취미활동으로만 그리기를 했을 뿐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는 송 작가는 특수학교 고등부에 들어서면서부터 담임 선생님과 미술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한 단계 발전된 작품을 그려냈다고 한다.

“그리기를 좋아할 뿐 처음에는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고등학교를 입학한 후 선생님들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시고 하다 보니, 종구의 작품도 조금씩 완성도가 높아졌던 것 같아요.”

이즈음 송 작가는 ‘2009년 제7회 전국장애우청소년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는 등 본격적인 그림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 전시회 전에도 송 작가의 작품이 굿즈를 통해 생산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송 작가가 거주하는 울산지역의 미술을 좋아하는 장애인 동아리 모임이 있는데, 울살발달지원센터와 연계돼 함께 달력을 제작한 경험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송 작가의 그림은 별도로 휴대폰 그립톡으로 제작되어 선보이기도 했다.

어머니 박정란 씨는 송 작가가 ‘좋고, 싫음’이 명확한 스타일이라며, 그림 역시 좋아하지 않았다면 지금껏 이어오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유창하게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지만, 좋고, 싫음과 필요한 요소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편이에요. 종구의 그림 소재가 몇 가지로 압축된 것만 봐도 그 성격을 잘 알 수 있죠.(웃음) 무엇보다 지금까지 종구가 오랜 시간 그림 작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건 그것을 정말 좋아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박정란 씨는 즐거워하는 일을 일찍부터 찾아 매진하는 송 작가의 모습이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해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는 전시 기회도, 또 작품을 상품화해 판매하는 루트도 있지만, 지방은 그런 시스템이 없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래서 종구의 작품이 실린 굿즈도 대부분 홍보와 전시로 끝나지 판매되는 경로는 없거든요. 많은 재능있는 발달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바탕으로 직업도 가지고 자립도 할 수 있는 루트가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이번 전시회 굿즈 상품 중 자신의 그림이 전면으로 인쇄된 엽서상품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는 송종구 작가와, ‘거리의 빛’이라는 작품 제목과 어울릴 수 있도록 길에 많은 사람이 쓰고 다닐 수 있는 우산 제작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그의 어머니 박정란 씨.

서로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제품은 달랐지만, 이번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그의 작품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만은 같아 보였다. 그리고 기자 역시 송종구 작가를 비롯해 재능있는 많은 장애작가들의 작품이 담긴 다양한 물품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고, 구매할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찾아오길 바라본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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