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빵을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는다는 건 기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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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빵을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는다는 건 기쁜 일”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1.04.19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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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두드림카페 제과제빵사 우승환-우윤하/경증발달장애인
행복두드림카페에서 제과제빵사로 근무하는 우윤화(왼쪽) 씨와 우승환 씨
행복두드림카페에서 제과제빵사로 근무하는 우윤화(왼쪽) 씨와 우승환 씨

근로복지공단 지하 1층에 있는 행복두드림카페에서 달콤한 쿠키와 고소한 빵을 구워내는 우승환(30), 우윤하(23) 씨는 인천맞춤훈련센터를 통해 지난해 8월 이곳에서 제빵사의 생활을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맞춤훈련센터에 입학하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제과제빵 학원에 다니며, 기본기를 다졌으며, 이후 맞춤 훈련을 통해 행복두드림카페와 연계됐다고 한다.

이들은 학원과 훈련센터에서 다양한 교육과 실습을 해봤지만, 현장에서의 근무가 결코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라고 회상했다. 우승환 씨는 “제과제빵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세밀한 작업이 필요해요. 버터와 우유, 밀가루 등 정확히 계량하지 않으면 결과물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지금이야 손으로 들어만 봐도 대충은 계량을 예상할 수 있지만, 처음엔 이 부분이 많이 어려웠어요. 또 학원과 훈련센터에서는 이론을 바탕으로 세부과정을 거쳐서 하는데, 현장에서는 아무래도 속도감 있게 해야 하다 보니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고요.”

우윤하 씨 역시 첫 사회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규칙 같은 것을 지키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특히 위생 부분에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도 깜빡할 때도 있고 해서 처음 3개월은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예요.”

일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모든 직장인이 그러하듯 월급은 그 힘듦을 상쇄시켜주는 마법의 묘약 같은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승환 씨와 윤하 씨도 그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승환 씨는 첫 월급부터 계속해서 집안 살림에 보태다가 얼마 전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물건을 구매했다고 했다. 바로 ‘컴퓨터’가 자신을 위한 1호 선물이다.

“첫 월급을 받았을 때도 기분이 좋기는 했는데, 고스란히 집에 드리다 보니 사실 실감이 안 났던 게 사실이에요. 그러다가 조금씩 모아 놓은 돈으로 지난 주말에 드디어 컴퓨터를 샀어요. 게임을 좋아하는 저를 위한 선물 같은 거죠. 제 보물 1호도 됐고요. 이제야 좀 일을 한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윤하 씨는 아직 자신을 위한 물건을 구매하지는 못했지만 조금 더 돈을 모으고 나서 큰 오븐을 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집에 가정용 오븐이 있는데 그거로는 제가 하고 싶은 제과제빵 실습을 마음껏 하기에는 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전문가용 큰 오븐을 구매해서 다양한 연습은 물론, 다른 요리들도 해보고 싶어요.”

사회생활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맛본 두 사람은 조금 느리지만 그래도 자신이 그리고 있는 최종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승환 씨의 최종 목표는 베이커리와 커피를 함께 파는 카페를 차리는 것이라고 했다. 제과제빵을 배우기 전에 바리스타 교육도 받은 경험이 있는 만큼 이 둘을 조합해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사실 전 쿠키보다는 빵을 만드는 게 더 재미있거든요. 그리고 요즘은 설탕공예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시간과 기회가 되면 설탕공예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윤하 씨는 지금도 다른 카페에 자신이 만든 쿠키를 납품하고 있다. 엄마가 북카페를 운영하시는데, 주말 사이 만든 쿠키를 거기서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10%의 수수료를 제외한 수익금은 모두 윤하 씨에게 주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조금 더 숙달되고 나면 엄마 카페를 같이 운영하게 될 것 같아요. 저도 승환 오빠처럼 요즘 초콜릿 공예에 관심이 커지고 있거든요. 제가 만든 쿠키나 빵 위에 초콜릿으로 데코를 좀 더 특별하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고 있어요. 그래서 나중에 제가 스스로 디자인을 구상하고 만들 수 있을 때는 다양한 데코를 올린 것들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우윤화(왼쪽), 우승환 제과제빵사가 자신들이 구운 쿠기에 유통기한 도장과 상태 등을 검수하고 있다.
우윤화(왼쪽), 우승환 제과제빵사가 자신들이 구운 쿠기에 유통기한 도장과 상태 등을 검수하고 있다.

우승환, 우윤하 두 제빵사는 무엇보다 일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승환 씨는 직업은 장애인에게 꿈을 꿀 기회를 주는 것과 같다고 정의했다. “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배우는 것이 크다고 생각해요. 직접 말도 섞어보고 함께 일을 해보면서 몸으로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 삶을 배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같아요. 그리고 또 그런 경험이 있어야만 저처럼 꿈을 꿀 수도 있고요.”

윤하 씨 역시 일은 힘들지만, 집안에만 있는 것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훨씬 좋다고 전했다. “집에만 있을 때는 우울해지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었어요. 이렇게 일터에 나와서 사람들도 만나고 또 제가 무엇인가를 스스로 할 때 생기를 느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요. 일할 기회와 환경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승환 씨와 윤하 씨가 일하는 이곳은 이 둘을 포함해 총 11명의 장애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카페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이지희 대리가 함께하고 있다. 이지희 대리는 기자에게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은 그냥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유기적인 공동체라는 생각만 있으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또 내 가족이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 중 하나가 ‘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두고 결과의 평등까지 말할 수 없겠지만 기회의 평등은 우리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여기 직원들과 벌써 3년 가까이 하고 있는데, 기회를 주고 조금만 천천히 기다려 준다면 그들의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에요.”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작은 날갯짓은 바로 ‘생각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꿈꿀 수 있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이 내가 가진 생각을 조금만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제2, 제3의 승환 씨와 윤하 씨와 같은 멋진 인생을 꿈꿀 수 있는 젊은 청년들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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