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실태조사 자료가 말해주는 코로나19 속 작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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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실태조사 자료가 말해주는 코로나19 속 작은 희망
  • 편집부
  • 승인 2021.04.08 10:24
  • 수정 2021-04-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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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미 박사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 초청연구위원

코로나19 감염과 그 영향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작년 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가 1년을 넘어 2021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국민들의 80% 이상은 8월 말 여름이 끝나기 전에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3월 말 현재까지도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끝은 잡힐 듯 말 듯 가까워지지 않고 있다.

동일 기관의 2021년 2월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코로나19가 12월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응답이 36%, 종식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응답은 37%였다. 국민 다수가 코로나19가 올해 말까지 지속되거나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관적 전망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을 의미하는 ‘코로나 블루’, 그리고 분노를 의미하는 ‘코로나 레드’를 넘어 좌절, 절망, 암담함을 의미하는 ‘코로나 블랙’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실제로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 분석에 따르면, 2020년에 국민들은 2019년에 비해 덜 행복했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덜 가치 있다고 생각했으며 경제상황 평가와 전망은 악화되었다.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평균 6.5점에서 6.4점, 일의 가치성은 6.2점에서 6.0점으로 하락했고, 현재 본인의 경제상황 안정도와 건강상태에 대한 평가, 앞으로의 경제상황 전망 점수 역시 소폭 하락했다.

코로나19가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과 함께 국민들의 주관적 웰빙 수준과 경제상황 평가가 악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암담함 속에서도 조사 자료는 국민들이 나름의 길을 찾아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간혹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안개 낀 도로에서 앞의 차를 따라가며 운전을 하거나, 어두운 거리에서 옆 사람에 의지해 걷는 것 말이다.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더 신뢰하고, 더 소통하고, 더 포용하는 길을 택했다. 2019년에 비해 2020년 기관과 정부 신뢰도, 지역에 대한 소속감, 정부와 국민 간 소통 점수,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포용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2020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에 대한 신뢰를 비롯해 의료기관, 교육기관, 기업, 경찰과 검찰에 대한 신뢰 및 정부에 대한 신뢰는 2019년에 비해 평균 0.1~0.2점(척도 1~4점) 상승했다.

중앙정부, 지방의회와 국민 간 소통 점수는 각각 0.1점씩, 지방정부와 국민 간 소통 점수는 0.2점(척도 1~4점) 상승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들은 조금 더 주변과 정부를 신뢰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코로나19로 정부에 대한 지지와 신뢰가 높아졌으며 이것이 위기상황에서의 결집 혹은 엄격한 사회적 통제가 필수적임을 시민들이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집단별 소수자 포용 수준이 개선되고, 지역 소속감이 높아진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동일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외국인 이민자와 노동자, 장애인, 결손 가정의 자녀에 대해 집단구성원 혹은 자녀의 배우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은 2019년에 비해 감소했다.

거리 두기로 인해 동창회·향우회, 동호회 등의 활동 비율은 줄었으나, 평일 하루 중 가족 또는 친척과의 접촉 비율은 늘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소속감은 시·도, 시·군·구, 읍·면·동 모두 평균 0.1~0.2점(척도 1~4점) 상승했다. 코로나19라는 암담함 속에서 국민들은 주변을 믿고 포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부터 1년 단위로 조사가 이루어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국민 자긍심 정도가 조사 이래 최고 수준으로 나온 것에는 이러한 믿음과 인식이 바탕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2020년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에 대한 응답은 평균 3.1점(척도 1~4점)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2019년과 비교해 0.2점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2020년 정치, 경제상황과 민주주의 수준에 대한 만족도도 2019년에 비해 상승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를 통해 섣부르게 희망이라는 단어를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지금까지 나열한 조사 자료 결과는 국민 전체의 평균값이라는 함정이 있다. 2020 사회통합실태조사는 코로나19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예컨대, 청년층과 고령층은 경제적 어려움을 다른 세대에 비해 더 크게 느끼고 있으며, 저소득층의 행복감과 건강상태 평가점수는 다른 소득 집단에 비해 더 크게 하락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보다 적실한 대응과 해결을 위해서는 정밀한 집단별 분석과 세심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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