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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09.10.12 00:00
  • 수정 2013-02-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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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보장구 보조금은 눈먼 돈인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급여를 통해 지원하는 '장애인보장구 지원사업'이 관리 부실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부당청구 실태가 도를 넘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장애인들이 보장구를 살 때 국가가 지원해주는 정부보조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나간 것이다. 장애인에게 보장구는 신체의 일부분으로 제한된 신체기능을 보완하고 향상시킬 수 있어서 자립생활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복지선진국에서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보장구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장애인의 일상생활은 물론, 이동권 보장을 위해 의수나 의족과 같은 일부 장애인보장구 비용을 국민건강보험 재정으로 기준액 범위내에서 실구입가의 80%~85%를 지원해주고 있다. 그런데 일부 업체들이 이 사업의 허점을 이용해 부당하게 정부보조금을 가로챈 것이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원금 부당청구가 의심되는 60개 업체로부터 청구된 8천건의 보장구 지원내역 가운데 791건을 조사한 결과 68.3%가 부당청구였다는 것이다. 부당청구 규모는 약 1억3천만원으로 건당 평균 약 25만원을 추가로 부당하게 청구한 셈이다. 이같은 부당청구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 가운데 경인지역의 부당청구비율이 79.9%로 가장 높았다.
 이들 업체는 저가제품을 제공하고 고가제품 비용을 청구하거나 의사들과 짜고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지도 않고 처방전을 발행했다. 심지어 보조금만 수령하고 보장구는 지급조차 하지 않는 등 불법행위가 광범위하고 심각한 수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보조금 수억 원을 가로챈 보장구 판매업자와 이를 도와준 의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던 최근의 전례에서도 충분히 입증되었다. 적발된 업자들은 장애인들에게 접근해 보장구를 공짜로 얻는 방법이 있다며 보조금청구 위임장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는 이미 예견된 부조리 사고로, 현재 보건복지가족부의 보장구 급여업무를 총괄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장구 관리체계가 매우 허술하다는 qkd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전문인력의 배치는 고사하고 담당자 한 사람이 처방전 확인에서부터 제품사용 여부 확인까지 여러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속이려고 작정하고 덤벼드는 업자들의 농간에 이용당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래서 부당청구의 주원인은 주기적인 현지실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63종에 이르는 보장구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관리와 운영제도의 허점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결국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복지부는 보장구급여의 허위·부당청구를 막고 급여체계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지난해와 올 2월에도 ‘국민건강보험법시행규칙’과 ‘장애인보장구 보험급여기준’ 등 세부사항을 개정했었다. 이를 두고 장애인 보장구 보급을 위한 적절한 관리체계를 마련하지 않고 부정수급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수급대상자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반발까지 있었는데도 이를 귀담아듣지 않은 것이다. 효과적인 장애인보장구 관리를 위해서 사후약방문이 아닌 급여지급과정에서 전문인력의 배치, 급여처리과정상의 엄격한 절차 준수 등의 적절한 ‘장애인보장구 관리체계’가 선행돼지 않는 한 국민들의 혈세는 악덕업자들만 배불리는 눈먼 돈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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