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제, ‘그림의 떡’이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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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제, ‘그림의 떡’이 안되려면
  • 편집부
  • 승인 2009.09.28 00:00
  • 수정 2013-02-05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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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동안 장애계에서 논의돼오던 성년후견인제가 조만간 도입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지난 18일 유명무실한 금치산, 한정치산제 대신 성년후견인제를 도입하겠다며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성년후견인제는 발달장애, 정신장애, 정신지체, 노인성 치매 등으로 인해 판단능력이 불충분한 성인이 법적 후견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잔존능력을 활용해 법률행위, 재산관리, 사회복지서비스 이용, 신상보호 등 사회생활에 긴요한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지적·정신적 장애 때문에 심각한 인권ㆍ재산권을 침해당해도 속수무책인 사회적 약자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제도가 본격 시행될 경우 이러한 사회문제가 한층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갖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실상 우리 사회는 자기 스스로 사회적 권리를 향유하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우리나라 현행 민법은 성년후견제와 유사한 한정치산ㆍ금치산제도를 두고 있으나 용어 자체가 거부감을 주고 행위능력을 포괄적으로 박탈하거나 제한하고 있어 역기능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판단능력이 불충분한 사람들이 계약체결 등의 법률행위에서 의사결정이 곤란해 손해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한 안전장치의 하나로 성년후견인제 도입의 필요성이 줄기차게 대두되어 왔었다.


 그러나 제도의 도입에 대한 찬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당초 도입취지가 아무리 훌륭한 제도나 법도 시행과정에서 그 폐단과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이를 교묘히 악용하는 세력들이 있기 마련이다. 피후견인의 판단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해 후견인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거나 피후견인의 의사와 반하는 일을 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후견인의 권리 남용이나 오용에 따른 부작용 문제가 예상되는 만큼 후견인의 ‘자격과 권한행사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도시행에 반대하는 쪽은 성년후견인제가 오히려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성년후견인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이런 부작용 때문에 오히려 이를 없애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자기 의사결정을 못하는 사람들을 돕는 대안을 찾고 있다며 도입을 반대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성년후견인제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사전 안전조치가 우선돼야 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후견인의 자격조건과 신뢰성 문제가 우선적으로 검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후견감독인제도를 신설해놓고 있는 것은 그 안전장치로 볼 수 있겠으나 이마저도 운용의 내실화가 중요한 관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신뢰는 법률전문가에 의해 보장될 수 있다 하더라도,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의 경우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에게 성년후견인제도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이들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제도의 도입은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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