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PD 선택의정서 비준-실효성 확보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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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PD 선택의정서 비준-실효성 확보 방안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0.10.23 09:31
  • 수정 2020-10-23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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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선택의정서 직권조사 활용 ‘장애인학대시설’ 폭로

 

헝가리, 폐쇄 거주시설에

장애인 감금-통제-치료등

국가 시스템 공식화해

장애인 자율성 빼앗아

가혹한 후견인제도 운영

고문-학대로 악명 높은

시설이 EU자금 지원받아

 

유엔 직권조사, “CRPD

심각하게 위반했다” 결론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선택의정서를 비준한 호주, 헝가리, 네팔 등 국가의 개인진정 및 직권조사 활용한 사례를 공유하고 우리나라의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및 실효성 확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포럼을 10월 13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특히 제1 세션에선 사회주의 국가에서 민주화됐지만 정부의 제도 등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으며 형식적 CRPD와 선택의정서 비준을 통해 장애인의 사회환경 개선을 위한 재원이 포함된 거액의 EU기금을 받고 그 기금으로 장애인 학대 시설을 운영한 헝가리의 사례가 소개돼 충격을 줬다.

스티븐 알렌 정신장애권익옹호센터 발리더티(Validity)재단 공동대표는 헝가리의 장애인 당사자가 당면한 후견인 제도, 시설화, 구조적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선택의정서의 직권조사제도를 장애인단체들이 어떻게 이용했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헝가리는 1989년까지 국가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장애란 사회의 부담 및 치료, 개조, 관리가 요구되는 ‘사회적인 병’으로 간주됐고 장애인은 수십 년 동안 주류 사회로부터 조직적으로 배제됐다.

폐쇄 거주 시설에 장애인을 감금, 통제, 치료하는 국가 시스템이 공식화됐고, 장애인의 자율성을 빼앗아 가며, 이들의 결정을 제3자에게 종속시키는 가혹한 후견인 제도를 운영했다.

1989년 민주주의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장애인 시스템은 헝가리의 유럽연합(EU) 가입 결정이 내려졌던 2004년까지 10여 년 동안 공공 어젠다(의제) 측면에서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

헝가리는 2004년 EU 가입 이후 세계에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가입 이후 가장 빠르게 선택의정서를 비준한 국가들 중 하나가 되었다.

발리더티가 보고서를 작성한 2007년 당시 헝가리에는 전체 성인 국민 인구의 거의 1%에 육박한 약 6만6000명의 장애인이 후견인의 보호를 받고 있었으며 선거권, 노동권, 결혼권, 재산 관리권을 규제당하고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장애인시설 수용이 이뤄졌다.

한편 EU는 회원국 간에 격차를 줄이기 위해 결속정책(cohesion policy)을 펼쳤고 헝가리는 2007년~2020년까지 거의 300억 유로 규모의 공공 인프라·사회개발 자금을 지원받았는데, 여기에는 CRPD 이행 등 유럽 장애인의 사회환경 개선 자금도 포함됐다.

EU의 자금이 지원된 2007년 이후에도 헝가리의 시설 수용 장애인은 계속 증가해 현재 거의 9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리더티는 2017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바로 외곽에 위치한 악명 높은 토파즈(Topház) 사회복지시설에서 220명의 성인과 아동 장애인이 지속적으로 구속복에 결박당하는 등 고문과 학대에 시달렸으며 EU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이러한 내용은 CRPD 19조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과 통합에 대한 권리보장 의무를 위반하는 공식적인 헝가리 정부의 전략으로 나타났으며, 선택의정서에 따른 진정과 직권조사가 실시됐다.

CRPD위원회는 2019년 초 헝가리에 현장 조사단을 파견해 200명 이상의 장애인을 인터뷰하고 2,300페이지에 달하는 문서 증거를 수집했으며 법원, 정부 고위관료와 대화를 나누고, 시설 거주 장애인의 삶이 실제로 어떤지 확인했다.

CRPD위원회는 헝가리 정부가 장애인권리협약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결론짓고 최종보고서를 통해 헝가리에서 의도적으로 또는 다른 영향으로 인해 장애인에게 불리하거나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조직화된 법, 정책, 관행의 시스템에서 유래된 권리침해의 조직적인 면을 지적했다.

CRPD위원회는 특히 손상에 기반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또는 구조적인 패턴을 지적하고, 이것이 조직적인 권리침해에 해당한다며 △국가 예산 배정의 변경 △시설 자금 지원 중단 △지역사회 기반 마련 및 직접 지원 형태의 예산 재배정 등을 권고했다.

호주의 장애인 권리구제 현황을 소개한 로즈마리 카예스는 호주 역시 CRPD 이행을 위한 노력이 현저히 부족했다. 선택의정서의 개인진정을 통한 권리구제를 위해 호주 장애인단체는 △언론, 의회 심의과정에서의 진정서 제출 △연구보고서 준비 △국내 법률 개혁 과정에 참여 △장애인 권리침해 사례 발굴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네팔은 유보조항 없이 CRPD와 선택의정서를 만장일치로 비준한 2009년 말 당시 장애유형 간 의견차 해소와 제헌의회 의원들의 인식 확산을 위해 툴킷(보조프로그램)을 개발함과 함께, 의회와 정부의 압박을 위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단식투쟁 등 당시 상황을 전했다.

 

상법 732조, 개인진정 대상서

제외…장애인권리협약 상

‘사회권’, 점진적 실현 허용··

과도한 부담 가질 필요 없어

 

한국 법원, 국제 조약기구 결정

법적 기속력 인정하지 않아

유엔 권고, 1990년대 후반부터

배상액 명시 등 구체 의견제시

제2 세션에서 대구대학교 이동석 교수는 “장애인권리협약의 유보조항인 상법 제732조는 개인진정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협약상의 권리 중 자유권은 즉각적인 실현이 요구되지만 사회권에 대해서는 점진적인 실현을 허용하고 있어 즉각적인 조치 의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과도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상법 제732조는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선택의정서 비준으로 개인진정제도를 활용한 피해자 권리구제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속한 해당 당사국의 모든 집단이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이뤄질 것”임을 밝혔다.

재단법인 동천 이탁건 변호사는 “국제 조약기구 결정에 대한 국내 사법부의 태도는 그 법적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임을 지적했다.

외국의 경우 조약기구 결정에 대한 국내 구속력은 핀란드, 독일, 스페인은 국가의 개별 소송에서 위원회 결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연례보고서 등을 통해 “위원회 권고는 비구속적 효력만을 갖는다.”면서도 1981년 이후 일관되게 자유권규약 재2조 제3항에 따라 개인의 피해에 대해 국가가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며, 1990년대 후반부터는 ‘효과적인 구제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배상액을 명시하는 등 구체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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