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안마사 ‘무죄’ 논거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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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 안마사 ‘무죄’ 논거 잘못됐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20.10.08 09:27
  • 수정 2020-10-08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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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원에서 불법을 저지른 무자격 안마사에게 무죄를 선고해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을 비롯한 장애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9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무자격 안마업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 이 안마업체 대표는 무자격 안마사를 고용해 6개 지점을 두고 대형 안마업체를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도록 돼 있어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비시각장애인)이 마사지나 안마업을 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그런데도, 지방법원이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무자격 안마업을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는데도 말이다.

법원의 이런 무죄선고 판단의 논리는 황당하다. 모든 종류의 안마를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독점하는 것은 의료법 위임 목적·취지에 반하고, 처벌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된 결과를 초래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안마사의 업무 범위가 너무 넓게 해석돼 비시각장애인이 아예 안마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보았다. 게다가, 안마 수요에 비해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현저히 적다는 점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법원은 법령의 위반 여부를 가려 선고하면 될 일이다. 의료법 제82조(안마사) ①항은 ‘안마사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서 시ㆍ도지사에게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자격조건을 ‘시각장애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담당 판사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갖도록 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의 부당함을 자의적 판단 근거로 내세워 무혐의를 선고했다. 이것이야말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 판사의 자의에 의해 결정되는 죄형전단주의(罪刑專斷主義)가 아니고 무엇인가. 안마사 자격조건을 시각장애인으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이 부당하다면 헌법소원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고 입법부인 국회에서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더군다나, 이 문제는 이미 비장애인들의 헌법소원에서도 헌법재판소는 2008년, 2010년, 2013년, 2018년 네 번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일개 판사가 법조문의 적용 권한을 넘어서 합헌 결정을 멋대로 뒤집어 헌법재판소와 입법부의 권한을 침탈한 월권행위이자 직권남용이 아닌가.

헌법재판소가 안마사 자격을 시각장애인으로 제한한 합헌 판결 근거는 분명하다. 안마업은 시각장애인이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므로 시각장애인 안마사제도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일반국민(비시각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상대적으로 넓고 안마업 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는 최소침해성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만약 비시각장애인에게 안마시술소 개설 운영을 허용한다면 상대적으로 약자 입장에 있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 제공을 강요당하거나 저임금에 시달리게 되는 등 복지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문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임우진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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