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모델을 돋보이게 하는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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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모델을 돋보이게 하는 개성”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0.09.29 16:33
  • 수정 2020-09-29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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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패션모델

 

김종욱 패션모델은 선천성 뇌병변장애인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휠체어를 타고 런웨이를 걷는 꿈을 가지고 있다. 올해로 25살인 그는 자신의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많은 디자이너, 포토그래퍼와 교류하며 사진을 찍고 올리며 자신을 홍보한다. 그에게 모델이란 꿈은 작고 우연한 계기로 찾아왔다. 3년 전, 우연히 들른 동대문에서 모델이냐는 질문을 받은 날이 시작이다.

“동대문에서 나에게 혹시 모델이냐고 물어본 분의 질문은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우리나라 패션위크 런웨이에 장애인 모델이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패션위크 런웨이의 첫 번째 장애인 모델이 되면 어떤 파문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모델이라는 직업은 불안정하다. 대다수의 모델은 오직 꿈만 바라보고 불안한 현실을 견딘다. 이런 불안은 김종욱 모델의 가족들 또한 염려했다.

“부모님은 내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길 원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직장에 들어가서 월급을 받고 모델로 사진에 찍히는 일은 취미로 하기를 권유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도전했다. 도전하다 보니 성과도 나고 TV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이제는 부모님이 인정해 주시고 응원해 준다.”

 

김종욱 모델의 SNS에 들어가 보면 그를 응원하는 댓글들이 많다. 하지만 댓글들 사이에 이따금 장애인을 비하하는 비난 댓글들과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을 위선자라고 욕하는 댓글들도 보인다.

“솔직히 악플은 상처가 된다. 장애인이 무슨 모델이냐고 말하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이런 반응들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며 받아들여야 하는 일들이다. 나의 일은 악플에 상처받는 게 아닌 나의 활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작년, 기자는 장애인 의류를 제작하는 ‘하티스트’를 취재하며 기성복들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불편한지 알았다. 여전히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위한 옷 중에는 디자인이 이쁜 것이 별로 없다. 김종욱 모델은 기성복을 입는다. 그리고 기성복의 기능적인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선천적 장애인이다 보니 기성복을 입을 때 쉽게 입는 기술이 있다. 지퍼가 달린 바지는 지퍼를 채우고 그다음에 몸을 넣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몸에 옷을 맞추지 않고 옷을 몸에 맞춘다. 그래서 바지도 한 치수 크게 산다. 어차피 앉아만 있으니 흘러내릴 일은 없다. 내 몸을 옷에 맞추니 점점 살도 빠진다.”

그는 이어 기성복들을 입을 때 휠체어를 탄 사람으로서의 아쉬운 디자인을 설명했다. 아쉬움은 옷을 넘어서 휠체어의 디자인까지 생각하게 되는 발단이 되었다.

“등 부분이 이쁜 옷들은 내가 입어도 표현할 수 없다. 휠체어 때문에 다 가려진다. 그래서 휠체어 등받이가 투명하게 나온다든가 하는 식으로 휠체어 시장이 개척되면 좋겠다. 휠체어 자체가 하나의 패션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휠체어에 스티커들을 붙이려 했는데 스티커는 시간이 지나면 해지고 더러워지니 그래피티로 도색을 해 볼까 고민 중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패션위크 런웨이가 아니더라도 장애인들을 위한 기능성 옷이 아닌 기성복에 장애인 모델들을 적어도 한국에서 본 기억이 없다. 전반적으로 생소하다. 김종욱 모델은 작년 초, 방송국 프로그램 주관으로 모델 에이전시에서 오디션을 보았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에이전시에서 장애인 모델 자체를 처음 보니 어떻게 케어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모델로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른다는 뜻이었다. 이 바닥은 힘드니 평범하게 살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모델 에이전시와 접촉하지 않고 홀로 프리랜서 활동을 왕성히 하며 SNS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있다. 기자는 그의 장애가 모델로 활동하는 데 제약이 있지 않냐는 질문을 했다. 김종욱 모델은 단호하게 “장애가 없었으면 모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장애가 모델이라는 직업에 주는 속성이 있다. 모델들은 자기 자신의 개성을 구축해야 한다. 휠체어는 김종욱이라는 모델이 가진 개성이다. 나의 개성을 일차적으로 해소해 주는 것이 휠체어다. 또한, 장애는 나의 무기이자 캐릭터를 부여하는 매개체다.”

김종욱 모델은 인터뷰하는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맑은 웃음과 자신에 대한 자부심은 인터뷰하는 기자마저 흥분해 열렬히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 또한 “모델이 되고 나서의 긍정적 변화”라고 말했다.

“옷에 관심을 가지고 꾸미다 보니 나를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전에는 그저 불쌍한 장애인이었는데 지금은 장애보다는 내가 입은 옷, 내가 한 화장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그러니 자존감이 올라가고 자격지심이 사라졌다.”

그는 개척자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길을 홀로 걸어간다. 미지의 길을 걸어 나가는 일은 힘들다. 자기 스스로 방향과 속력을 설정해야 한다.

“누군가 나에게 롤 모델을 물어봐도 대답하기 힘들다. 좋아하는 비장애인 모델들은 있지만, 나의 롤 모델이라고 말하기엔 그들이 걸어온 길은 나와 너무 다르다.”

그는 자기 자신이 다른 장애인들의 롤 모델이 되기로 결심했다. 김종욱 모델은 “장애인들이 꿈을 꿀 때 그 꿈을 닦아 놓은 사람이 있어야 꿈을 키울 수 있다.”고 설파하며 “나라는 존재로 패션에 관심 가지는 장애인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래서 직업의 폭이 넓어지면 좋겠다. 직업의 선택폭이 좁으니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스스로 자신에 대한 편견을 만든다. 하고 싶어도 자신이 할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한다. 내가 그런 환경을 바꾸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최고의 인식개선은 장애인들이 거리낌 없이 거리로 나와 비장애인처럼 활동하는 것이라는 과거의 인터뷰가 생각났다. 장애인들이 직접 자신들을 드러냄으로써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그는 신문이 발간되기 하루 전인 10월 11일에 엔터테인먼트사와 계약한다. 장애인 엔터테이너들을 발굴해 미디어에 노출하고 스타로 만드는 엔터테인먼트사라고 한다. 김종욱 모델은 인터뷰 말미 꿈을 찾지 못하는 장애아이들, 꿈을 포기하려는 장애아이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었다.

“나도 처음에는 나에 대한 편견이 컸다. 하지만 ‘뭐 어때. 나는 아직 어린데. 지금 해보고 안 되면 다른 직업 찾으면 되지’ 하고 별일 아닌 듯이 넘겼다. 아직 어리니 안 되면 다른 일을 찾으면 된다. 어차피 후회할 거면 하고 후회하는 것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 그러니 후회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해야 얻는 게 있으니 어릴 때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배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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