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부양의무제 폐지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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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 부양의무제 폐지가 답이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20.08.20 11:30
  • 수정 2020-08-20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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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년)을 확정, 발표하면서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지만,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하는 대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부양의무제 완전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역시 2017년 8월, 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생계급여·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계획을 담겠다고 약속했었다. 정부 출범 3년이 지났음에도 실질적 폐지 로드맵조차 잡지 못한 것은 사실상 현 정부 내에서 완전폐지는 물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최근 보수당에서조차 기본소득 도입을 운운하는 마당에 ‘혁신적 포용국가’를 국가비전으로 내세운 정부가 복지취약계층을 외면했다고밖에 볼 수 없어 우려된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극빈 상황에 내몰리더라도 아들과 딸 등 부양의무자가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생계급여 및 의료급여를 받을 수 없게 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이 제도는 극도로 가난한 사람도 정부 지원을 못 받는 이른바 비수급 빈곤층을 양산하고 생계를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4개 급여 중 교육급여(2015년)와 주거급여(2018년)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 상태다. 복지부에 따르면, 소득·재산 등이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생계·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은 2018년 기준 73만 명이나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2022년까지 폐지하겠다 했지만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일정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의료급여 부양자 기준 폐지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장애인의 삶의 실태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복지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장애인은 전체인구보다 소득은 71% 수준에 불과한데도 병원을 2배 이상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년 동안 병원에 입원하거나 진료를 받은 날은 장애인이 56.5일로 전체 인구(21.6일)보다 2.6배 높았고, 장애인의 사망률은 전체인구의 사망률보다 3.6~7.3배 높았다. 그럼에도, 2018년 장애인가구의 소득은 4153만 원 으로 전체가구 5828만 원 대비 71.3%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이 확대돼야 할 복지사업 1순위로 의료 및 재활지원 서비스를 꼽았다는 사실을 정부는 흘려 넘겨선 안 된다.

정부가 의료급여까지 손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부담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부양 부담이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려고 해도 큰 걸림돌이 된다. 가족부양을 고집하는 부양의무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뿐만이 아니라 장애인 및 노인돌봄의 가족부담을 줄이겠다고 도입한 장애인활동지원이나 노인장기요양제는 물론,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한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에도 배치된다.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조차 한국정부에 ‘저소득층 의료보장 노력이 매우 미흡하다’며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를 권고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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