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알 권리’를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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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알 권리’를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0.08.06 11:18
  • 수정 2020-08-06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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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읽기쉬운자료개발센터 ‘알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0조(의사소통지원)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령과 각종 복지지원 등 중요한 정책정보를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작성해 배포해야 한다.

 글은 쉬운 표현으로 바꾸고, 이해를 돕는 그림을 함께 넣는 방법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자료를 제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료는 누가, 어떻게 만들까?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더욱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알다’의 가족들을 만나보자. 

 

발달장애인의 ‘알 권리’를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왼쪽 아래부터 시계반대 방향) 황선영 팀장, 김성희 사무국장, 손예은 팀원, 김은선 팀원
발달장애인의 ‘알 권리’를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왼쪽 아래부터 시계반대 방향) 황선영 팀장, 김성희 사무국장, 손예은 팀원, 김은선 팀원

 읽기쉬운자료개발센터 ‘알다’(이하 ‘알다’)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발달장애인을 위한 읽기 쉬운 자료를 제작하는 공적영역 기관이다.

 지난 2018년 서울시가 전국에서 최초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 7조를 제정함에 따라 활동을 시작했으며, 서울시의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알다’는 단순히 정부의 정책과 서울시의 사업을 소개하는 자료만을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알다’는 진정한 의미의 ‘발달장애인 알 권리’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은 물론 장애인들이 실제 생활하는 복지관, 주민센터, 평생교육센터, 학교를 비롯해 가정에서 더욱 이러한 자료가 사용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정책뉴스만큼이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정보야말로 발달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며, 보다 다양한 주제의 자료가 제작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알다’의 가족들은 언제 어디서든 발달장애인이 자신들에게 맞는 맞춤형 정보를 얻을 수 있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13개 자료 제작
제작가이드라인 개발에서부터
기관단체-개인에 자료보급도

  ‘알다’는 김기룡 센터장을 비롯해 김성희 사무국장과 황선영 팀장, 그리고 팀원인 김은선, 손예은 씨 5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보건복지부 및 서울시 등의 장애 관련 정책 등은 물론 일상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읽기 쉬운 자료로 만들고 있다.

 알다는 개소 첫해에 6권, 지난해에는 총 8권의 읽기 쉬운 자료를 제작했으며, 2018년에는 서울시 정책정보를 발달장애인이 읽고 이해하기 쉬운 자료로 개발한 △서울을 가지세요 △발달장애인이 행복한 서울을 약속합니다 외에 발달장애인의 일상생활에 우선으로 필요한 내용을 담은 △소중한 나의 권리 △소중한 나의 건강 △소중한 나의 안전1, 2권을 제작했다.

 

‘알다’에서 제작한 ‘읽기쉬운 자료’
‘알다’에서 제작한 ‘읽기쉬운 자료’

 지난해에는 △응급의료 △휴대전화 △아파트 생활 △반려동물과 생활하기 △신용카드 △1회용품 △인터넷 사용 △학교폭력 등 약 4,200여 개의 법령과 9,300개의 행정규칙을 다양한 생활 분야로 분류해 200여 개의 콘텐츠를 발달장애인의 욕구 조사를 통해 주제를 선정, 제작했다.

 알다는 읽기 쉬운 자료 제작 외에도 읽기 쉬운 자료를 만들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다양한 기관과 단체, 개인 등에 자료를 보급하는 등의 일도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자료제작 가능토록
전문가 양성교육사업 진행  
읽기 쉬운 자료 대중화 목표

 알다의 다양한 사업 중에 가장 눈여겨볼 것은 바로 ‘전문가 양성’ 사업이다.

 전문가 양성 사업은 ‘알다’가 이루고자 하는 발달장애인 자료의 대중화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기초교육 182명, 심화교육 70명이 교육을 수료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을 통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읽기 쉬운 자료의 필요성에 대한 부분부터 읽기 쉬운 자료 제작과정에 관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알다’는 발달장애인 자료의 대중화를 위해 ‘전문가 양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알다)
‘알다’는 발달장애인 자료의 대중화를 위해 ‘전문가 양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알다)

 특히, 읽기 쉬운 자료 제작 시 기본이 되는 △단어 선택과 △문장 표현 △그림의 콘셉트 △문서의 구성 등 실전에 필요한 내용을 자세히 전달함으로써 단순히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교육생들이 제작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알다의 김성희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읽기 쉬운 자료는 정부 정책이나 기초법령보다 내가 거주하고 활동하는 주민센터나, 학교, 복지관을 비롯해 집안에서의 생활 등에 관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알다’는 일부의 전문가만이 아니라 발달장애인과 함께 하는 관련 종사자들이 손쉽게 자료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교육이 결국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다의 ‘읽기 쉬운 자료 대중화’에 대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6월 18일 알다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읽기 쉬운 자료 제작에 필요한 그림 829점, 사진 618장 등 총 1447점의 무료 이미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삽화를 그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저작권으로 인한 조심스러움 때문에 자료 제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모든 제작 발달장애인 직접참여
연애-자립-요리 주제 제작 계획

 3년 차를 맞이한 ‘알다’는 올해는 좀 더 발달장애인의 삶 속에 녹아드는 읽기 쉬운 자료를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팸플릿 형식의 자료 외에도 올해는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동화책 제작과 온라인 뉴스는 물론 읽기 쉬운 자료 제작을 희망하는 다른 기관의 컨설팅을 돕는 사업도 새롭게 추진한다.

 이처럼 ‘알다’의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 선정과 콘텐츠 개발을 위한 노력은 그들이 발달장애인을 조금 더 이해해 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올해 새롭게 추진 중인 자료의 주제인 ‘연애-자립-요리’ 등은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선정한 것들이다.

‘알다’는 제작과정 중에 발달장애인들에게 중간 과정을 보여주고 ‘감수’를 받는 받는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자료인 만큼 당사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광진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알다센터의) 발달장애인 자문위원과의 감수 현장(사진=알다)
‘알다’는 제작과정 중에 발달장애인들에게 중간 과정을 보여주고 ‘감수’를 받는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자료인 만큼 당사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광진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알다센터의) 발달장애인 자문위원과의 감수 현장(사진=알다)

 실제로 ‘알다’는 모든 제작 사업을 진행하는 데 발달장애인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자료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제작과정 중에 발달장애인들에게 중간 과정을 보여주고 ‘감수’를 받는 것이다. 우리가 이 자료를 만드는 목표가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자료’인 만큼 그들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을 이해하는 것이 그들을 위한 자료를 제작하는 첫 단계이기 때문에 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다’는 올해 지난해보다 많은 10개의 자료(▲감염병 예방 및 관리(2권) ▲1인 가구 ▲여가생활 즐기기 ▲캠핑(2권) ▲학교 안전 ▲직장 내 성희롱 ▲임금 ▲개인정보 보호)를 제작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실적을 위한 목표가 아닌 발달장애인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은 그들의 진심이 담긴 의지처럼 보였다. 

 발달장애인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알다’의 오늘의 노력이 발달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보다 나은 내일로 가는 디딤돌이 되길 응원한다.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리딩(reading)이 아닌 ‘참여’” 

김성희 사무국장 / 읽기쉬운자료개발센터 ‘알다’

Q. 발달장애인에게 읽기 쉬운 자료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정보를 이해할 수 없으면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결정에 의한 삶의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정보는 주로 문자로 전달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읽기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이 정보로 소통하는 현대사회에서 동등하게 자기 결정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대체자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봐요.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대체자료 중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읽기 쉬운 자료(easy-to-materials)가 있는 것이죠.

 이러한 형태의 자료는 해외에서 이미 활발히 제작‧배포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영국에서 1990년대 장애인차별금지법, 2006년 장애 평등대우 의무, 2016년 접근 가능한 정보 표준 제정 등 발달장애인의 정보 접근 권리보장 등의 분야에서 발전해 오고 있으며, 지적장애인 인권단체인 체인지(CHANGE)에서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서 만들기’ 등 읽기 쉬운 자료 제작지침을 제공하고 있어요. 

 또한, 피플퍼스트 뉴질랜드(People First New Zealand: PENZ)에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자기 옹호 운동으로 각종 정보를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게 바꾸는 구체적인 활동들이 시행되었는데 대표적으로 ‘Make it Clear’가 제작되면서 국가의 법령과 각종 복지지원 등 중요한 정책정보를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작성해 정부의 공식 문서와 같은 기능의 문서를 발달장애인에게 배포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차원인 서울특별시의 ‘읽기쉬운자료개발센터 사업을 시작하면서 PENZ와 같은 기능과 역할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Q. 사무국장께서 특별히 발달장애인을 위한 자료 사업에 함께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또 자료 필요성을 느끼거나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셨던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발달장애 관련 기관에서 약 15년 정도 근무했으며, 그 기간 중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어요. 바로 발달장애인인 이용자가 병원에서 제대로 아픈 곳을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속상하게 생각한 사회복지사가 성인발달장애인 몇 명과 함께 한글 공부를 하는 모습이었어요. 사실상 학령기가 지난 발달장애인이 그러한 방법의 한글 공부로 자신의 아픈 부분을 한글로 쓰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고, 병원에 간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아픈 곳을 한글로 쓰는 것을 기다려 주는 의사가 얼마나 있을까를 생각하니 앞이 깜깜해지고 답답하더라고요. 어쩌면 그때부터 발달장애인에게는 대체자료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지금 이 자리에 제가 있게 된 것 같아요. 

 알다에서 근무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를 꼽자면 바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제가 만든 책을 보고 “쉽다”고 말할 때에요.

 우리 센터에서 제작한 읽기 쉬운 자료 14권 모두 발달장애인 당사자, 관련 기관 종사에게 의견을 들어보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자를 보고, 당사자들이 ‘읽기 쉽다’라고 말해 주었을 때 당연한데도 감동이 몰려온 것 같아요. 

 저희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었고, 이는 곧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결과물이 됐다는 거잖아요. 그것만큼 보람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웃음)

Q. 정부와 기관 등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자료 등을 개발, 배포하고 있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자료를 활용해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설명, 교육하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알다’에서는 특별히 사용 설명서, 교육 프로그램을 갖고 있나요? 또 복지관 등에서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실상 읽기 쉬운 자료의 제 기능은 발달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읽기 쉬운 자료가 사실상은 교육자료라기보다는 발달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위한 자료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교육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 같고요. 어쩌면 이 부분이 우리 센터가 변화시켜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누구의 도움 없이 발달장애인 스스로가 자료를 보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진짜 읽기 쉬운 자료’를 만드는 것이요.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자료를 제작하다 보면 ‘조금 더 시간이 있다면, 인력이 있다면, 지원이 있다면 보다 많은 자료를 만들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항상 남아요. 정부와 자치단체 등의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연속적 사업이 이루어져 체계적이고 다양한 ‘자료’들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으면 좋겠어요. 

 발달장애인의 알 권리는 헌법이 정하는 ‘국민의 알 권리’와 같은 것이라 생각해요. 그만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책임지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발달장애인에게 ‘읽기 쉬운 자료’는 그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문’과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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