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은 안중에도 없는 국회 예산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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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은 안중에도 없는 국회 예산심의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9.12.19 09:35
  • 수정 2019-12-1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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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시한을 8일이나 넘긴 1210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확정됐지만 씁쓸함은 여전하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악습이라 새삼스레 놀랄 일도 아니지만 이번에도 졸속심사, 밀실심사, 쪽지예산, 늑장처리로 얼룩졌다.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두고 시간을 끌다가 몇몇 소수에 의한 밀실심사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그 가운데서도 몇몇 실세 의원들은 여야 극한 대치 과정에서도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은 확실히 챙겼다. 무엇보다 졸속처리도 나눠먹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은 늘리면서 주로 서민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보건, 복지, 고용 예산은 깎았다는 점이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 규모를 애초 정부안 5135천억 원에서 12천억 원 삭감한 5123천억 원으로 확정했다. 정부안에서 91천억 원을 감액하는 대신 국회가 79천억 원을 늘렸다. 내용을 보면 보건, 복지, 고용 예산이 11천억 원 삭감된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9천억 원 증액됐다. 정부 예산안에서 노인요양시설 확충 사업 563억 원, 고용보험 미가입 노동자 출산급여 예산 202억 원, 청년 맞춤형 일자리 사업 260억 원,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139억 원, 취업성공패키지 지원 130억 원, 저소득층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 114억 원 등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냉정하게 싹둑 잘렸다. 선거철만 되면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하면서 자기들 밥그릇이라면 서민들이나 빈곤층의 고충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국회는 줬다 뺏는기초연금 논란에도 이를 외면했다. 기초연금을 받았다 뺏기는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 매달 10만원을 주려던 것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무산된 것이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 37만 명에게 월 1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기 위해 책정한 3651억 원이 이번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보건복지위에서 여야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해 좌절됐다. 매달 생계급여 기준선(1인 가구 512102)에서 소득인정액을 뺀 만큼을 생계급여로 받는데, 기초연금도 소득인정액에 포함된다. 기초연금을 받아도 소득으로 인정돼 다음달 생계급여를 그만큼 덜 받게 되기 때문에 줬다 뺏는기초연금이란 별칭을 얻었다. 소득하위 70% 노인들이 받는 기초연금이 빈곤층인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장애인의 경우도 이들 기초수급 노인들의 형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을 보면 올해 본예산 725148억 원보다 13.8퍼센트 늘어난 825269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예산 중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에게 쓰일 예산은 얼마나 될까. 올해 예산을 보더라도, 중앙정부 예산 469조 원 중 장애인복지 관련 예산은 42700억 원으로 전체 예산 대비 0.9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총인구 대비 장애인구가 5%인데 반해 중앙정부의 장애인정책 예산은 1%도 되지 않았다. 중앙정부 소관부처별 사회복지 예산 161조원 대비 장애인 예산 비율도 2.6%로 총인구 대비 장애인구 5%보다 적었다. 장애계가 24시간 활동지원, 65세 이상 활동지원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라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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